"오오, 필멸의 존재로 태어난 우리 모두가 되돌아오는
이 지하 세계를 다스리시는 신들이시여. 거짓말과
애매모호한 말은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그대들이 허락해주신다면, 내가 이리로 내려온 것은
어두운 타르타라를 구경하려는 것도 아니고, 메두사 같은 괴물의,
뱀들이 친친 감고 있는 세 개의 목에 사슬을 채우려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리로 온 것은 아내 때문입니다. 발에 밟힌 독사가
그녀에게 독을 퍼뜨려 그녀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갔으니까요.
나는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고, 아닌 게 아니라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하나 아모르가 이겼습니다.
그분은 여기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계(上界)에서는
잘 알려진 신이지요. 아마 여기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옛날의 납치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아모르는 그대들도 맺어주었습니다. 공포로 가득 찬 이 장소들과,
이 거대한 카오스와, 이 광대한 침묵의 왕국의 이름으로 청하옵건대,
너무 일찍 풀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짜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그대들에게 귀속됩니다. 잠시 지상에서
머문다 해도 머지않아 우리는 한곳으로 달려갑니다.
우리 모두는 이곳으로 향하고,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거처이니
그대들이 인간의 종족을 가장 오랫동안 통치합니다.
그녀도 명대로 살다가 때가 되면 그대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것입니다.
운명이 내 아내에게 그런 특혜를 거절한다면 나는 단연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죽게 되니 그대들은 기뻐하실런지요!"
그가 뤼라를 연주하며 이렇게 노래했을 때 핏기 없는 망령들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루스는 도망치는 물결을 잡지 않았고,
익시온의 바퀴도 놀라 멈춰 섰으며, 새들은 간(肝)을 쪼지 않앗고,
벨루스의 손녀들은 항아리를 내려놓았으며,
시쉬푸스여, 그대는 그대의 돌덩이 위에 앉아 있었소.
그때 처음으로, 소문에 따르면, 자비로운 여신들도 노래에
압도되어 불이 눈물에 젖었다고 한다. 왕비도, 하게를 다시리는
이도 차마 탄원자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0권 17∼47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