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남자로 바뀌는 텔레투사의 딸 이피스

 

 


한편 이피스는 성취될 희망도 없이 사랑했고, 그래서 더 열렬히

사랑했다. 그녀는 소녀의 몸으로 소녀에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간신히 억제하며 말했다. "어느 누구도 들은 적이

없는 놀랍고도 불가사의한 사랑에 사로잡힌 나를 대체 어떤 종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신들이 나를 살릴 작정이라면, 나를 완전하게

살려주었어야지. 그게 아니고 신들이 나를 죽일 작정이라면,

내게 적어도 자연스럽고 통상적인 재양을 보내주었어야지.

암소는 암소에게, 암말은 암말에게 달아오르지 않는 법이야.

암양은 숫양에게 달아오르고, 암사슴은 수사슴을 따라다니지.

새들도 그렇게 짝을 짓지. 그리고 모든 동물들 중에

암컷이 암컷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히는 경우는 없어.

내가 태어나지 말았더라면! 하긴 크레테에는 온갖 괴물들이

태어나고 , 태양신의 딸은 황소를 사랑했었지. 하지만 틀림없이

암컷으로서 수컷을 사랑하지 않았던가! 사실을 말하자면,

내 사랑은 그보다 더 광적이야. 그래도 그녀에게는 사랑이 이루어질

희망이 있었고, 그래도 그녀는 계략과 가짜 암소에 힘입어 황소와

교합했고, 간통한 황소는 거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던가!

설사 온 세상의 재주꾼이 이곳에 다 몰려온다 해도,

다이달루스 자신이 밀랍 날개를 타고 도로 날아온다 해도,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배운 온갖 재주로 나를 소녀에서

소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안테여, 너를 바꿀 수 있을까?

이피스야, 왜 왜 너는 마음을 굳게 먹고 정신을 가다듬어

이 부질없고 어리석은 정염을 털어버리지 못하는가?

너 자신마저 속이지 않으려면 네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보고 나서

도리에 맞는 것을 추구하고 여자로서 사랑해야 하는 것을 사랑해야지.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9권 724∼748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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