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Erysichthon Sells His Daughter Mestra, Johann Wilhelm Baur(1607∼1640)

 

 


여신은 그자가 자신의 소행으로 어느 누구의 동정도 살 수 없게

되지 않았던들 남의 동정을 살 만도 한 그런 벌을 궁리했으니,

여신은 그자가 허기에 시달리다 죽게 할 참이었소.

하나 여신은 허기를 몸소 찾아갈 수는 없었기에 (케레스와 허기가

만나는 것을 운명이 금했기 때문이오.) 산의 여신들 가운데

한 명을, 시골에 사는 산의 요정을 불러놓고 이렇게 말했소.

'얼음처럼 차가운 스퀴티아의 가장 먼 변경에는 대지에

곡식도 나지 않고 나무도 나지 않는 황량한 불모지가 있다.

그곳에는 나태한 한기와 해쓱함과 오한과 수척한 허기가

살고 있다. 너는 허기에게 저 신성을 모독하는 자의 죄 많은

뱃속에 숨으라고 일러라! 그리고 어떤 풍요함도 그녀를

이기지 못하게 하고, 그녀가 싸움에서 내 힘을 이기게 하라!

길이 멀다고 네가 겁먹지 않도록 너는 내 수레와 용들을 받아

그것들을 고삐로 몰려 하늘을 날아가도록 하라!'

······

요정은 허기를 찾다가 그녀가 돌투성이의 들판에서

손톱과 이빨로 얼마 안 되는 풀을 뜯는 것을 보았소.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두 눈은 움푹 들어가 있고,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른 말라 갈라졌고, 입안은 태(苔)로 거칠어졌고,

살갗은 딱딱하게 말라 안에 있는 내장이 들여다 보였소.

그녀의 앙상한 좌골(坐骨)들은 음푹 들어간 허리 아래로 튀어나와

있었고, 배는 빈 자리에 불과했소. 그대는 그녀의 가슴이 허공에

매달려 있고, 척추의 뼈대에 간신히 붙들려 있다고 생각할 것이오.

그녀는 수척하여 관절이 굵어 보였고, 무릎은 부어올랐으며,

복사뼈는 지나치게 큰 혹처럼 툭 튀어나와 있었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782∼888행

 

 


그자는 더 많이 뱃속으로 내려보낼수록 더 많이 요구했소.

마치 바다가 전 대지로부터 강물을 받아들여도

그 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멀리서 흘러 온 강물들까지 들이키듯이,

마치 모든 것을 삼키는 불이 영양분을 거절하는 일 없이

무수한 통나무들을 불태우고 더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이 요구하고

많을수록 그로 인하여 더욱더 탐욕스러워지듯이,

꼭 그처럼 불경한 에뤼식톤의 입은 그 모든 음식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소. 그에게는 음식이 곧 음식을

먹게 되는 원인이 되었고, 먹을수록 늘 공복감을 느낄 뿐이었소.

······
하지만 마침내 재앙의 힘이 모든 재고를 다 먹어치우고

그의 중병(重病)이 더 많은 먹을거리를 요구하게 되자,

그 가련한 자는 제 사지를 찢어 그것을 제 입으로

물어뜯기 시작하더니 제 몸을 먹음으로써 제 몸을 먹였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834∼878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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