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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앞에서 칼뤼돈의 멧돼지를 공격하는 펠레우스와 멜레아그로스. 기원전 6세기의 병 그림.
멜레아그로스는 녀석의 파멸을 안겨주던 머리에 한 발을 얹고는
이렇게 말했다. "노나크리스의 소녀여! 그대는 내게 권리가 있는
전리품을 받아 내 영광을 내가 그대와 나눠 갖게 하시오!"
그 자리에서 그는 센털이 곤두서 있는 가죽과 커다란 엄니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머리를 그녀에게 전리품으로 주었다.
그녀에게는 선물도 그렇지만 선물을 준 사람도 마음에 들었다.
하나 다른 사람들은 시기했고, 무리 전체가 웅성거렸다. 그들 중에서
테스티우스의 아들들이 팔을 내밀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여인이여, 자, 그것을 내려놓고 우리 몫인 명예를 가로채지 마시오!
그대의 미색을 믿다가 속지 마시오. 사랑의 포로가 된 기증자가
그대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란 말이오!"
그리고 그녀에게서는 선물을, 그에게서는 선사하는 권리를 빼앗았다.
마보르스의 아들은 참다못해 분개하여 이를 갈며 "그렇다면,
남의 명예을 빼앗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행동과 말로 하는 위협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배우시오!" 라고 말하고는 설마 그럴 줄 모르고
서 있던 플렉십푸스의 가슴을 자신의 불의한 칼로 찔렀다.
톡세우스는 형의 원수를 갚고 싶기도 하고 형과 같은 운명이 될까봐
겁이 나기도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하나 오래 망설이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으니, 첫 번째 살인으로
아직도 뜨뜻한 창을 멜레아그로스가 아우의 피로 다시 데웠던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425∼444행
멜레아그로스 대리석상. 영국 국립 미술관.
알타이아와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그러고 나서 그녀는 네 번이나 장작개비를 불속에 던지려다
네 번이나 손을 멈췄다. 그녀 안에서는 어머니와 누나가 싸웠고,
그 두 가지 이름이 하나의 가슴을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때로는 일어날 범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때로는 타오르는 분노가 그 붉은 빛깔을 그녀의 두 눈에 주곤 했다.
그녀의 얼굴은 어떤 때에는 무자비한 짓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같았고, 어떤 때에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고 그대는
믿었으리라. 그녀의 마음속의 사나운 열기가 눈물을 말려버렸지만
그래도 또 눈물이 흘러 나오곤 했다. 바람과 조류(潮流)가 서로
반대쪽으로 낚아채면 배가 두 가지 힘을 느끼고는
갈팡질팡하며 그 둘에게 복종하듯이, 그와 다르지 않게
테스티우스의 딸도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번갈아 분노를 가라앉혔다가 그것을 다시 돋우곤 했다.
하지만 종내 누이가 어머니보다 더 우세해지기 시작하자,
혈족(血族)의 그림자들을 피로 달래고자 그녀는 불경(不敬)을
통하여 경건해지기로 작정했다. 죽음을 가져다주는 불이 세어지자
"저것이 내 혈육을 태우는 장작더미가 되기를!" 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462∼478행
펠레우스와 씨름하는 아탈란타, Black-figured hydria, 550 BC
칼뤼돈의 멧돼지를 협공하는 멜레아그로스와 여걸 아탈란테, 기원전 6세기의 접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