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카루스의 추락, 토마소 단토니오 만추올리(Tommaso d'Antonio Manzuoli), 1570 ~ 1571, 베키오 궁전

 

 

그는 아들에게도 가르쳐주며 말했다. "이카루스야, 내 너에게

일러두거니와, 중간을 날도록 하라. 너무 낮게 날면 네 날개가

물결에 무거워질 것이고, 너무 높이 날면 불에 타버릴 테니까.

그 둘의 중간을 날아라! 내 너에게 명령하노니, 너는 보오테스와

헬리케와 칼을 빼어든 오리온은 보지 말고 내가 인도하는 대로

진로를 잡도록 하라!"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며

몸에 익지 않은 날개들을 아들의 양어깨에 맞춰주었다.

아버지의 두 손은 떨렸다. 그는 아들에게 입맞추었다. 하나 그는 두 번

다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는 날개를 타고 떠올라

앞장서서 날며 자신의 동행자를 염려했다. 마치 높다란 둥지에서

부드러운 애송이들을 대기 속으로 데리고 나온 새처럼.

그는 따라오라고 아들을 격려하며 치명적인 기술을 가르쳤고,

그 자신 날개를 퍼덕이며 아들의 날개를 뒤돌아보았다.

떨리는 낚싯대로 고기를 잡던 낚시꾼이든, 지팡이에

기대선 목자든, 쟁기의 손잡이에 기대선 농부든 더러는

이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아들이야말로 신이라고 믿었다. 어느새 유노에게 봉헌된

사모스가 왼쪽에 있었고 오른쪽에는 레빈토스와 꿀이 많이 나는

칼륌네가 있었다. (델로스와 파로스는 지난 지 오래였다.)

그때 소년은 대담한 비상(飛翔)에 점점 매료되기 시작하여

길라잡이를 떠나 하늘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이끌러

더 높이 날아올랐다. 얼마나 솟아올랐는지 가까워진 작열하는 태양이

그의 날개를 이어 붙인 향내 나는 밀랍을 무르게 만들었다.

밀랍이 녹아버리자 그는 맨 팔들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허우적거렸다.

하나 노가 없어 공중에 떠 있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던 그의 입은 검푸른 바닷물에 삼켜졌고,

그 바닷물은 그에게서 이름을 따왔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닌 불행한 아버지는 "이카루스야, 이카루스야,

너 어디 있느냐? 내가 어느 곳에서 너를 찾아야 하느냐?

이카루스!" 하고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203∼233행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le Vieux), 1560년경, 벨기에 왕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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