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 계획이 마음에 들어. 그래서 나는 나와 함께 내 조국을

지참금으로서 넘겨주고, 그렇게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했어.

하지만 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수비대가 입구들을 

지키고 있고, 성문들의 열쇠들은 아버지가 갖고 계셔.

내게 두려운 것은 아버지뿐이고, 내 소원을

지연시키는 것도 아버지뿐이니, 나야말로 불행하구나!

신들께서 내게 아버지가 없도록 만들어주신다면 좋으련만! 확실히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는 신이야. 운명의 여신은 비겁자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아. 다른 소녀가 이토록 큰 정염에 불타고 있다면

사랑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벌써 기꺼이 파괴해버렸겠지.

그런데 왜 나보다 남이 더 용감해야 하지? 나는 불 사이로도,

칼 사이로도 감히 지나갈 수 있어. 하나 여기서는 불이나

칼 같은 것은 필요 없어. 내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의 머리카락이야.

그것이 나에게는 황금보다 귀중해. 그 자줏빛 머리카락은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며, 내가 소원을 이루게 해줄 테니까."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동안 근심의 가장 위대한 치유자인

밤이 다가왔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그녀도 점점 담대해졌다.

낮 동안의 근심에 지칠 대로 지친 인간의 마음을 첫잠이 감싸주는

고요한 시간이었다. 딸이 소리 없이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 (아아,

이 무슨 범행인가!) 아버지의 정수리서 그의 운명이 달려 있는

머리카락을 빼앗았다. 그녀는 그 불의한 전리품을 손에 넣은 다음

범죄로 얻은 전리품을 들고 성문 밖으로 나가더니 적군의 한가운데를

지나 (그만큼 그녀는 자신의 공적을 믿었던 것이다.) 곧장 왕에게

다가갔다. 왕이 놀라자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이런 짓을 하도록 나를 설득했어요. 나는 니수스 왕의 딸

스퀼라로 여기 내 조국과 나의 페나테스 신들을 그대에게 바쳐요.

나는 그대 외에 다른 대가는 원치 않아요. 자, 내 사랑의 담보로

자줏빛 머리카락을 받으세요. 내가 지금 그대에게 바치는 것이

머리카락이 아니라, 아버지의 머리라고 믿어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죄지은 오른손으로 그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그러자 미노스는

그녀가 내민 것을 피했고, 전대미문의 범행에 질겁하며 대답했다.

"오오, 우리 시대의 치욕이여, 신들께서는 자신들의 세계로부터

그대를 추방하시기를! 육지도 바다도 그대를 받아주지 말기를!

잘 알아두어라. 나는 내 세계에, 윱피케르의 요람이었던 크레테에

그대 같은 괴물이 발을 들여놓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67∼100행

 

 

그대를 낳은 것은 어떤 암소도 사랑한 적이 없는 사나운

진짜 황소였어요. 나의 아버지 니수스시여, 나를 벌하소서!

내가 방금 배신한 성벽들이여, 너희들은 내 고통을 기뻐하라!

내 고백하건대 나는 그래 싸고 죽어 마땅하니까요.

하지만 불경한 내가 해코지한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나를

죽이게 하라! 왜 내 범죄로 승리를 거둔 그대가 내 범죄를

추궁하는 거죠? 아버지와 조극에 대한 내 이 범죄는 그대에게는

봉사가 아니었나요! 나무로 만든 암소 안에 들어가 황소를

속이고는 뱃속에 괴물을 차고 다니던 그 간부야말로

진정 그대에게 어울리는 배필예요. 내 말이 그대의 귀에

들리나요? 아니면 배은망덕한 자여, 그대의 함선들을

날라주는 그 바람이 내 말을 쓸어가 없애버리나요?

이제야말로 파시파에가 그대보다 황소를 더 선호했던 것이

이상하지가 않아요. 그대는 황소보다 더 야만적이니까요.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8권 124∼137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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