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크리스의 죽음, 피에로 디 로렌조(Piero di Lorenzo), 1486∼1510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그녀를 보자 나는 정신이 아찔하여

그녀의 정절을 시험해보겠다는 계획을 포기할 뻔했소.

나는 사실을 고백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에게 입맞추고 싶었으나

간신히 이를 억제할 수 있었소.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었고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어떤 여자도 그녀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소.) 납치된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소. 포쿠스여,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겠는지, 슬픔 자체가

그녀에게 얼마나 어울렸겠는지 한번 상상해보시구려!

얼마나 자주 그녀의 정절이 나의 유혹을 물리쳤는지,

얼마나 자주 그녀가 '나는 한 분을 위해 나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이가 어디 계시든 나는 그 한 분을 위해 내 사랑을

간직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는지 내가 굳이 말해야겠소?

제 정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만하면 정절의 시험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는 성에 차지 않아 나 자신에게

부상을 입히려고 싸우기를 계속했소. 나는 그녀와의 하룻밤을 위하여

그녀에게 상당한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선물에 선물을

추가함으로써 마침내 그녀를 흔들리게 만들었소.

그러자 자신을 해치는 사기꾼인 나는 소리쳤소.

'사악한 여인이여, 나는 유혹자인 체했을 뿐 실은 그대의 남편이오.

배신자여, 나는 그대의 부정을 직접 목격했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그녀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말없이 음흉한 남편과

사악한 집에서 달아났소. 그녀는 내가 미워 모든 남성을

증오하며 산속을 헤맸고, 디아나가 하는 일들에 열중했소.

그리하여 나는 혼자 남게 되자 사랑의 불길이 더 맹렬해지며

뼛속까지 스며들었소. 나는 용서를 빌며 내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했고, 그런 큰 선물이 주어진다면 나도 선물의 유혹에

넘어가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고백했소.

내가 그렇게 고백하자, 그녀는 먼저 자신의 자존심이 모욕당한 것을

복수한 뒤야에 돌아와서 나와 행복하고 화목하게 몇 년을 보냈지요.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7권 726∼752행

 

 

프로크리스의 죽음이 있는 풍경, 클로드 젤레(Claude Gellée), 1647년경, 런던 내셔널 갤러리

 

 

 

아우로라와 케팔로스,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남작, 19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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