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아손과 메데이아], 귀스타브 모로, 1865년, 오르세 미술관

 

 

 

이아손과 메데아 

 

그녀는 오랫동안 버텼지만 이성으로는 자신의 광기를 이길 수 없자

"메데아야, 싸워봤자 소용없어!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신이 너를

방해하고 있어." 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이런 것이거나 아니면 이와 비슷한 것일 거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왜 아버지의 명령이 너무 가혹해 보이는 거지?

그 명령은 사실 너무 끔찍해. 왜 나는 본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가 죽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 내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까닭이 뭐지? 불행한 소녀여, 타오르는 불길을

네 소녀의 가슴에서 떨쳐버리도록 해.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어. 하나 어떤 이상한 힘이

싫다는 나를 끌어당기고 있어. 욕망은 이래라 하고, 이성은 저래라

하는구나. 더 나은 것을 보고 그렇다고 시인하면서도

나는 더 못한 것을 따르고 있어. 이 공주님아, 왜 너는 이방인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왜 낯선 세상과 결혼할 생각을 하는 거지?

이 나라도 네가 사랑할 만한 것을 줄 수 있어. 그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것은 신들에게 달려 있어. 그래도 그가 살았으면 좋겠어!

이 정도는 사랑하지 않더라도 기원할 수 있는 거라고.

사실 이아손이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지?

비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아손의 청춘과 가문과

용기에 반하지 않을 수 있어? 다른 것은 다 그만두고라도

준수한 그 용모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7권 10∼28

 

 

회춘하는 아이손

그사이 불 위에 올려놓은 청동 솥 안에서는 강력한 약재가

하얗게 거품을 튀기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솥 안에다 그녀는 하이모니아의 골짜기에서 베어온

뿌리들을 씨앗들과 꽃들과 검은 액즙과 함께 끓이고 있었다.

거기에다 그녀는 가장 먼 동방에서 구해온 돌들과

오케아누스의 썰물에 씻긴 모래알들을 던져 넣었다.

거기에다 그녀는 또 보름달이 뜰 때 모은 흰 서리와,

불길한 올빼미의 날개 및 살점과, 야수의 얼굴을

인간의 얼굴로 둔갑할 수 있는 늑대 인간의 내장도 넣었다.

거기에는 또 키뉩스 강에 사는 가느다란 물뱀의

비늘 많은 껍질과 장수하는 수사슴의 내장도 없지 않았는데,

그것들에다 그녀는 또 아홉 세대를 산 까마귀의 부리와

대가리도 넣었다. 야만족의 여인은 이것들과

그 밖에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천 가지 물건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나서 자애로운 올리브나무의 잘 마른 가지로

크게 저으며 맨 위 것을을 맨 아래 것들과 섞었다.

그러자 보라, 뜨거운 솥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오래된 막대기가

처음에는 초록빛이 되더니 오래지 않아 나뭇잎을 입었고

이어서 갑자기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불길이 속이 빈 솥 밖으로 거품을 튀겨내어

뜨거운 방울들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땅이 초록빛이 되며 꽃과 부드러운 풀이 돋아났다.

그것을 보자마자 메데아는 칼집에서 칼을 빼어

노인의 목을 따고는 늙은 피를 모두 쏟아보낸 다음 그의 혈관을

자신이 만든 영액으로 채워 넣었다. 그것의 일부는 입으로,

일부는 상처로 들이마시고 나자 아이손의 수염과 머리털이

잿빛을 잃더니 검은색을 회복했다.

잘 돌보지 않은 수척하고 창백한 모습은 멀리멀리 도망가고

움푹 팬 주름들은 새 살로 메워졌으며

사지는 팔팔해졌다. 아이손은 이것이 사십 년 전의

자기 모습임을 기억하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7권 262∼293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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