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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Apollo and Diana Attacking Niobe and her Children], 아니세 샤를 가브리엘 르모니에, 1772년, 루앙 미술관
하물며 그대들은 아직도 내가 긍지를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며,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떤 티탄 신족인 코이우스의 딸
라토나를 감히 나보다 선호하는 것인가! 그녀가 출산하려고 했을 때
넓은 대지는 그녀에게 한 뼘의 자리조차 거절하지 않았던가!
하늘도 땅도 물도 그대들의 이 여신을 받아주지 않았소.
그녀는 세상에서 추방되었다가, 마침내 델로스 섬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대는 정처 없이 육지를 떠돌고,
나는 바다를 떠도는구려.' 라고 말하고 그녀에게
가만히 서 있지 못하는 장소를 제공했소. 그곳에서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소. 나는 행복하며 (누가 이를 부인할 수 있겠소?)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오. (이 또한 누가 의심할 수 있겠소?)
풍요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니까. 나는 포르투나가
해치기에는 너무 크단 말이오. 그녀가 내게서 많은 것을
빼앗는다 하더라도 내게는 훨씬 더 많은 것이 남게 될 테니까.
내 복(福)은 이미 두려움을 넘어서버렸소. 이 내 자식들의 무리 가운데
조금은 빼앗길 수 있다고 해요. 설사 그렇게 약탈당한다 해도
라토나의 자식들처럼 두 명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오. 한데
그녀는 그 두 명으로 무자식의 팔자를 간신히 모면했던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6권 184∼200행
[Apollo and Diana Attacking Niobe and her Children], 1772년, 자크 루이 다비드, 달라스 미술관
이 불상사에 대한 소문과 백성들의 슬픔과 친척들의 눈물이
니오베에게 그녀의 급작스런 파멸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신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데 놀랐고, 신들이 감히 이런 짓을
한 것에, 신들이 그토록 큰 권능을 가졌다는 데 분개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의 아버지 암피온이 가슴에 칼을 꽂고
죽으면서 자신의 슬픔과 목숨을 동시에 끝냈기 때문이다.
아아, 지금의 이 니오베는 잠시 전에 라토나의 제단에서
백성들을 내쫓고 도도하게 도시의 한가운데를 걸어가던
그 니오베와는 얼마나 다른가! 그때 그녀는 친구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적에게도 연민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6권 267∼276행
[The Death of Nieob's Children], 요한 쾨니히(1586∼1642)
[Niobe Weeping for her Children], 1591년, 아브라함 블뢰마르트, 코펜하겐 국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