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링컨은 편지 첫머리에 '모든 사람은 칭찬 듣기를 좋아한다'라고 쓴 적이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성에 있어서 가장 심오한 원칙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자 하는 갈망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그는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소망'이라든가 '욕망' 그리고 '동경'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는 '갈망'이라 말한 것을 주의하기 바란다.

 - 데일 카네기,
카네기 인간관계론 中에서

******

이 책은 제목이 너무 단순하다. 그래서 이렇게 뻔한 제목의 책이 과연 재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불러일으키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사두기만 했을 뿐 좀처럼 읽을 생각을 못해봤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이 배달되었을 때 겉모습만 한 번 흘끗 훑어본 게 전부였다.

이 책의 앞뒤 표면에는 춤추는 고래가 그려져 있다. 특히 이 책의 뒷표면에는 이 책 내용의 요약이라고 할 수 있는 '칭찬 10계명'이 무슨 모범답안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그 열 가지 내용까지 다 읽고 나면 이 책에 대한 선입견은 어느 정도의 확신으로까지 바뀌게 된다. 그래서 그저 조련사가 고래를 열심히 칭찬해주면 수많은 관중 앞에서 고래가 춤을 추듯이 점프를 하며 쇼를 펼치는 그렇고 그런 얘기이겠거니 라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이 책을 마냥 덮어두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은 이 곳 '알라딘'에 들어올 때마다 매번 만날 수 밖에 없었고,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어느 사이엔가 꽤나 유명한 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디 속는 셈 치고 한 번 읽어나 봐야지...' 하는 다소 건방진 마음으로 집어들고 읽었다. 어찌되었건 이 책은 제대로 읽어보기도 전에 이미 나한테 여러번 홀대받은 불쌍한 책이 되고 만 셈이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 책은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아차 하는 생각부터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범고래는 놀랍게도 내가 1995년 여름 휴가때 샌디에고 씨월드에서 만났던 바로 그 유명한 샤무라는 녀석에 관한 얘기가 아닌가! 이 책의 저자 또한 1976년에 이 범고래의 멋진 쇼에 매혹되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러면 그 샤무 녀석은 도대체 언제부터 그 곳에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건가?

아무튼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아주 쉽고도 평이하게 쓰여진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삶의 깊은 지혜가 담긴 놀라운 책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저자인 켄 블랜차드가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즐거움을 넘어 환희를 느꼈으며, 지금까지 내가 쓴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말한 점도 결코 빈 말은 아닐꺼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책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한 일은 못 본 척하고 행동을 재빨리 다른 곳으로 유도하라는 것이다. 거대한 범고래 조차도 춤출 수 있게 해준 원리는 이처럼 지극히 간단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을 '뒤통수치기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이 잘한 일을 찾아내는 행동 방식을 저자는 '고래 반응'이라고 부른다.

"보통 여러분은 언제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입니까? 대부분 사람들이 잘못했을 때입니다. 관심을 쏟지 않을 때는 언제이죠? 모든 일들이 제대로 되어갈 때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 가운데 아이를 가진 분들께서는 아이들이 잘하고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이들이 잘 놀고 있군. 아이들이 아주 조용한 걸 보니 말야.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네.' 하지만 그 생각이 옳은 걸까요?"

"직원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항상 모든 사람들이 '내가 잘한 일을 알아주세요'라는 커다란 표어를 붙이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또한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각각 다른 동기부여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즉 '언니인 샐리는 모든 일을 다 잘해 내는데, 동생인 베시는 잘하는 일이 하나도 없어'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모에게 베시에게도 긍정적인 면을 강조해주라고 말을 하면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애는 칭찬해줄 만큼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걸.' 하고 말이다. 이런 부모들은 선입견이라는 덫에 갇혀 있는 것이며, 그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조금이라도 잘하는 일을 관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깨우쳐준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나는 내가 그동안 내 아내나 아이들에게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뒤통수치기 반응'에 익숙해져 있었는지에 대해 깊이 반성해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래 반응'의 상상 이상으로 위대한 힘을 감명깊게 느껴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또한 이 책에 그려져 있던 '춤추는 고래'와 책 뒷면에 씌어진 '칭찬 10계명'만 대충 훑어보고 '선입견의 덫'에 걸린 나머지 이 책이 지닌 '놀라운 힘'을 제때 발견해내지 못한 게 슬그머니 부끄러워지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10년 전에 봤던 씨월드 해양관 속의 그 범고래가 어쩌면 그렇게도 즐겁게 춤을 출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쇼를 보러온 수많은 관객들이 샤무가 첨벙거리면서 뿌려대는 물줄기를 뒤집어쓰면서도 왜 그리 즐거워할 수 있었는지 뒤늦게나마 더욱 깊이 알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새끼 범고래의 탄생 장면~>
[EPA 2004-12-23 18:10]


[샌디에이고=EPA]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디에이고의 씨월드에서 올해 28살인 어미 범고래가 2시간여의 산고끝에 새끼를 낳았다. 이번 어미 범고래의 순산은 지난 19세기 이후 샌디에이고 씨월드에서 5번째로 탄생한 새끼 범고래로 기록됐다.

******

흔히 보기 어려운 범고래의 출산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씨월드에서 28살 난 범고래가 2시간 동안의 산고 끝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새끼 범고래는 태어난 직후 첫 숨을 쉬기 위해 본능적으로 수면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씨월드의 동물전문가들은 이 새끼 범고래가 건강한 상태이며 몸무게는 130에서 220킬로그램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