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0 법칙 - 현명한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거둔다
리처드 코치 지음, 공병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확률은, 확률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때만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의존은 확률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확률이 우리에게「인생의 지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존 로크(Tohn Locke)가 말했듯이, 신은「우리의 관심사 대부분에」단지 미광(微光)만을 부여하셨다. 내가 여기에 부연해 덧붙인다면,「신은 우리에게 확률이라는 미광만을 부여 하셨다」라고 하겠다. 이는 가정하건대, 신이 우리를 놓고 즐거워하셨던「평범(Mediocrity)」과「수습기간(Probationership)」의 상태에 걸맞은 표현일 것이다.

 - 피터 L.번스타인, 리스크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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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0/20 법칙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80/20 법칙은 특히 우리나라가 '97년의 IMF 위기를 겪은 이후에 사회구성원들의 소득과 부가 급속하게 재편되는 현상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각종 불균형의 문제들에 대해 '80/20 법칙'이라는 신비한 열쇠만 들이대면 베일 속에 가려져있던 비밀이 쉽게 풀려버리곤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 때는 방만한 경영의 대명사였던 우리나라 재벌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키워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토록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떠맡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00여년 전 경제학자 파레토가 처음으로 발견한 80/20 법칙과 그 이후 집프, 주란 등으로 이어지면서 발전되어온 이론들을 현대의 카오스 이론과 그에 관련된 과학적 개념들까지 접목시켜 가면서 80/20 법칙을 마침내 '희망의 도구'로 까지 격상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래서 저자는 '20은 80보다 크다'는 '80/20 사고방식'을 활용하여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철학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해 놓는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80/20 법칙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유용한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법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을 [개인편], [기업편], [사회편]에 걸쳐서 세세하고도 친절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그 대부분의 설명들은 이 책의 부제가 말하는 내용과 닮아있다. 즉, 덜 일하고 많이 버는 길, 적게 투자하고 많이 남기는 길, 덜 싸우고 풍요로워지는 길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항상 뇌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소수'의 개념을 각인시켜라. 그리고 늘 하찮은 다수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소수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보도록 하라.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저자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령, 시간 혁명을 다루는 부분에서 저자는 가치있는 성취의 80%는 투자한 시간의 20% 안에서 달성된다고 말한다. 또한 소수의 인간관계가 행복의 대부분을 좌우한다는 점도 사례로 든다. 기업편에서는 특정 제품과 특정 고객이 기업 수익의 80%를 창출한다는 통계치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저자의 말대로 이론적 직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타를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된 결과물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소수의 핵심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비밀임을 계속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운명을 좌우하는 소수의 고객들에게 촛점을 맞추도록 우리를 설득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잘 진행된다면 그 일에 두 배 세 배로 투자를 늘리라고 주문한다. 극소수의 탁월한 투자 단 몇 건이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복잡성과 민주주의가 결혼하면 결국 낭비와 게으름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며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은 적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단순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보통 한 사업분야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할 경우에 벌어들이는 이익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경쟁사와 경쟁하고 있는 다른 사업분야에 비해 몇 배나 높다고 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들은 이 책의 제8장 '돈을 버는 투자 10계명'과 함께 실제 투자에서도 매우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는 80/20 법칙을 적용한 주식투자의 80/20 법칙
이라는 책도 쓸 만큼 사업가이자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80/20 법칙에 대하여 주장하는 내용들은 대부분 우리들의 삶을 바꾸는 데 매우 유용한 부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아주 익숙해져 있는 50/50 사고를 그만두는 대신에, 80/20 사고방식을 갖추라고 주장한다. 즉, 20%가 80%를 만들고 80%지만 20%의 결과 밖에 못 만든다는 점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주식시장이 그 전형일 것이다.) 그리고 80/20 식으로 행동하라고 한다. 즉,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80%의 활동에 들어가는 자원을 빼내 20%의 중요한 활동에 투입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의의는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개인과 기업들로 하여금 '소수의 핵심'이 지니는 엄청난 가치를 우리들에게 새삼 일깨워준데다가 또한 그것에 집중하도록 부단히 촉구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항상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소수의 방법, 소수의 행동, 소수의 원인과 접근법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찾아라. 그리고 확대하라. 성과는 단순한 향상을 넘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80/20 법칙이 개인과 기업과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저자 또한 이 책의 한 부분에서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이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역설을 숨기지 않고 있다. 즉 실패의 대부분은 타인이 원하는 경쟁에 참가하는 경우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성공의 대부분은 자신이 원하는 경쟁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잘못된 경쟁, 다시 말해서 우리가 원하는 경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경쟁에 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저자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80/20 법칙'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실패로 귀결될 것인가 아니면 성공을 낳을 것인가? 어쩌면 이에 대한 해답 또한 이 법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소수인가 아니면 다수인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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