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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 리스크 관리의 놀라운 이야기
피터 L.번스타인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리스크 통제권을 신의 영역으로부터 뺏어낸 영웅들의 이야기이며, 아울러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신의 능력같이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싶어하는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 속에는 숫자와 확률에 얽힌 온갖 흥미로운 얘기로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근·현대 이론들인 효율적 포트폴리오 이론, 옵션가격 결정 모형, 그리고 게임 이론과 파생상품에 이르기 까지 거의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책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
인간이 아라비아 숫자를 발견하기까지 고생했던 이야기, 0을 발견한 얘기, 오늘날 알고리즘이라는 말의 유래를 만들어 낸 아랍의 수학자 알 코와리즈미(빨리 발음해 보라)의 얘기도 흥미롭다.
한 때 수학에 무척 흥미를 지녔던 시절이 있었기에, 피타고라스의 정리, 알렉산드리아의 학자 유클리드의 기하학, 복식부기를 발견한 루카 파치올리, 서양의 숫자 이야기의 시작을 담당한 피보나치(황금비율을 발견했으며 이 비율은 신용카드의 모양은 물론 뉴엔 본부 빌딩에도 적용된 비율이다), 독일 수학자 라이프니츠, 스위스의 수학자 야코프 베르누이, 종형 곡선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정규분포구조를 제시한 아브라함 드 무아브르, 찰스 다윈의 친조카이자 수학자였으며「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를 발견한 프랜시스 골턴, 그리고 프랑스의 그 유명한 삼총사인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드 페르마, 슈발리에 드 메레의 이야기도 온통 호기심을 자극하는 얘기들이었다.
이들 얘기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얘기는,「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수학자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나폴레옹이 자신의 군대에게 피해가도록 명령했다는 천재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얘기가 아니다. 당사자는 찰스 다윈의 사촌이며 아마추어 발명가이자 사회적 속물에 가까웠던 골턴이다. 측정은 골턴의 취미였으며 취미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웠다.『가능한 것은 무엇이건 측정하라.』그가 늘상 되뇌던 말이다.
확률의 발견과 도박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블레즈 파스칼과 피에르 드 페르마로 하여금 혁명적인 확률 이론을 창출하도록 한 것도 다름아닌, 운에 맡기고 하는 승부, 즉 도박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질과 미래의 전망에 대한 그 무슨 심오한 의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이 대목에서는 찰리 멍거가 이들 수학자들의 사고를 닮으려고 애쓰는 이유도 짚어볼 만 하다.
우리는 페르마(Fermat)와 파스칼(Pascal)처럼 사고하려 노력한다.
설령 그들이 현대 금융이론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 찰리 멍거
시간은 철회할 수 없는 결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철회할 수 없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과제에 당면하여, 이 책은 분명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리스크를 정복하려는 현대인의 프로메테우스적 시도를 매력적이고 이례적인 방식으로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며, 쉽게 읽히면서도 끊임없이 인간의 대응영역과 능력에 대해 무엇인가를 사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확률은, 확률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나올 때만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의존은 확률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행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확률이 우리에게「인생의 지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존 로크(Tohn Locke)가 말했듯이, 신은「우리의 관심사 대부분에」단지 미광(微光)만을 부여하셨다. 내가 여기에 부연해 덧붙인다면,「신은 우리에게 확률이라는 미광만을 부여 하셨다」라고 하겠다. 이는 가정하건대, 신이 우리를 놓고 즐거워하셨던「평범(Mediocrity)」과「수습기간(Probationership)」의 상태에 걸맞은 표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