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장바구니담기


철학적 문제들이 어려운 것은 아마도, 그것들이 신성하거나 환원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거나 현실적인 과학이기 때문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의 마음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적 장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라 유기체이고, 우리의 마음은 진리로 통하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생물학적 기관이다. 우리의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지, 정확함을 벗삼기 위해서나 온갖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단기 기억에 1만 단어를 담지 못한다. 인간은 자외선을 보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물체를 4차원으로 회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의지나 감각력 같은 수수께끼도 풀지 못할 것이다.-859쪽

우리는 인지 기능의 수가 우리보다 적은 생물체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개에게는 우리의 언어가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저쩌구"로 들리고, 쥐는 먹이 가지의 개수가 소수인 미로를 학습하지 못하고, 자폐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이들은 섹스 때문에 왜 그런 법석을 피우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신경계 환자들은 얼굴의 모든 부분을 알아보면서 정작 누구의 얼굴인지는 식별하지 못하고, 입체맹시인 사람들은 입체그림을 기하학상의 문제로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다른 깊이로 튀어나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만일 그들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3차원 영상을 기적이라 부르거나, 그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그것을 일종의 속임수로 치부해 버릴지 모른다.-859쪽

그렇다면 인지 기능이 우리보다 '더 많은' 생물체나, 인지 기능이 우리와 '다른' 생물체는 없을까? 그런 생물체가 있다면 그들은 자유의지와 의식이 어떻게 뇌로부터 생겨나는지, 의미와 도덕성이 어떻게 객관세계와 맞아떨어지는지를 쉽게 알아낼 것이고, 그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시도하는 종교적·철학적 물구나무서기를 보고 재미있어 할 것이다. 그들이라면 우리에게 답을 설명해 줄 수 있겠지만, 막상 우리는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85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