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장바구니담기


그렇다면 착각에 이끌려 슬픔에 빠지는 것을 즐기는 관객들을 위한 최루성 영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 폴 로진은 최루성 영화를 흡연, 롤러코스터, 매운 고추, 사우나 같은 양성 마조히즘의 다른 예들과 한 부류로 묶는다. 양성 마조히즘은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 비행사의 운항과 같다. 그것은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고 재난의 가장자리까지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가를 조금씩 시험함으로써 삶의 선택사양을 넓히려는 노력이다. 물론 만일 이 이론으로 불가해한 모든 행동들을 유창하게 설명하려 한다면 공허함에 빠질 것이고, 만일 그 이론으로 사람들은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고 예측하려 한다면 그 또한 잘못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개념은 좀 더 섬세하다. 양성 마조히스트들은 그들이 심각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을 것을 확신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를 제어하고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826쪽

최루성 영화의 테크놀로지는 그런 조건에 잘 들어맞는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끝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무사히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주인공은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핫도그가 목에 걸려 죽는 것이 아니라 진행성 질병에 걸려 생을 마치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올 비극에 대해 감정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우리는 여주인공이 죽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전제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쾌한 세부 묘사는 안 봐도 그만이다. 그리고 관객은 주인공이 아니라 가까운 가족과 동일시하고, 그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주인공이 죽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확신을 느껴야 한다. 최루성 영화는 비극에 대한 승리감을 고취한다.
-8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