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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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관계에서는 호혜주의가 거짓말처럼 들린다.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손님이 지갑을 꺼내 주인 부부에게 저녁 값을 지불한다면 꽤나 의심스런 취미의 소유자로 취급당할 것이다. 바로 다음날 그 부부를 초대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맞대응은 우정을 굳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금이 가게 만든다. 친한 친구 사이에 차를 사고파는 등의 거래를 하는 것보다 더 어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배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해줬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부부는 가장 불행한 부부일 것이다.-778쪽

친밀한 우정과 지속적인 결혼의 기초를 이루는 감정(낭만적이거나 성적이지 않은 사랑)인 우애적 사랑에는 독자적인 심리가 존재한다. 친구나 부부는 마치 서로에게 빚을 진 것처럼 느끼지만 그 빚은 계산하기가 불가능하고 변제의 의무는 부담스럽기는 커녕 대단히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친구나 배우자를 도울 때 보답을 기대하거나, 보답이 없다고 자신의 호의를 후회하지 않고 자발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 호의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새겨지는데 장부상의 기록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호의를 베푼 쪽은 빚을 회수하거나 더 이상의 신용거래, 즉 친구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 기간은 길고 변제 조건은 관대하다. 따라서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으로 호혜적 이타주의와 모순된다기보다는 호혜를 보증하는 감정들-좋아함, 동정, 감사, 신뢰-이 최대한 연장된 탄력성이 강한 이타주의라 할 수 있다.
-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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