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우정과 지속적인 결혼의 기초를 이루는 감정(낭만적이거나 성적이지 않은 사랑)인 우애적 사랑에는 독자적인 심리가 존재한다. 친구나 부부는 마치 서로에게 빚을 진 것처럼 느끼지만 그 빚은 계산하기가 불가능하고 변제의 의무는 부담스럽기는 커녕 대단히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친구나 배우자를 도울 때 보답을 기대하거나, 보답이 없다고 자신의 호의를 후회하지 않고 자발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 호의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새겨지는데 장부상의 기록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호의를 베푼 쪽은 빚을 회수하거나 더 이상의 신용거래, 즉 친구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 기간은 길고 변제 조건은 관대하다. 따라서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으로 호혜적 이타주의와 모순된다기보다는 호혜를 보증하는 감정들-좋아함, 동정, 감사, 신뢰-이 최대한 연장된 탄력성이 강한 이타주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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