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갈등은 자궁에서 시작된다. 아기를 밴 여자는 조화와 양육의 여신처럼 보이지만 눈부신 미소 뒤에서는 강력한 전투가 벌어진다. 태아는 미래의 자식들을 낳을 수 있는 어머니의 능력을 희생시키면서 어미니의 몸에서 영양분을 채굴한다. 어머니는 자연보호주의자라서 후손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예비 상태로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인간의 태반은 어머니의 몸에 침입해 혈류 속으로 들어간 태아의 세포조직이다. 이 태반을 통해 태아는 어머니의 인슐린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혈당 수치를 높이고 혈당을 양껏 흡수한다. 그 결과 당뇨병이 어머니의 건강을 저해하기 때문에, 진화의 기간에 걸쳐 어머니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 왔고, 이에 맞서 태아는 인슐린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여, 결국 두 호르몬은 평상시 농도보다 1000배나 더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681쪽
부모-자식 갈등에 최초로 주목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는, 호르몬 수치의 증가는 목청 돋우기, 즉 갈등의 신호라고 말한다. 이 줄다리기에서 태아는 어머니의 혈압을 높이고 더 많은 영양분을 짜내기 위해 어머니의 건강을 갉아먹는다.-6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