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간 본성에 내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두 번째 의미, 즉 인간의 비열한 동기들이 선천적이라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개념의 오류는 너무나 명백해서 이름까지 붙어 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옳다고 보는 자연주의적 오류가 그것이다. 야생 다큐멘터리를 보면 모든 생물이 크고 작은 행동을 통해 생태계의 조화와 더욱 큰 이익에 봉사한다는 해설이 등장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헛소리는 잠시 잊기로 하자. 다윈이 말한 것처럼, "악마의 사도가 쓴 위대한 책에는 꼴사납고, 사치스럽고, 어줍고, 지독하게 잔인한 자연의 산물들이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가!" 대표적인 예가 맵시벌이다. 맵시벌은 다른 종의 애벌레를 마비시키고 그 몸속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부화한 맵시벌은 살아 있는 애벌레를 안에서 부터 천천히 파먹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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