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상에서 처음으로 베일의 한쪽을 들췄던 사람은 이집트 아니면 인도의 철학자였을 것이다. 그 떨리는 옷은 지금도 들춰진 채로 있으며, 그 영광의 장면은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왜냐하면 옛날에 그처럼 대담하게 베일을 들췄던 사람은 철학자의 내부에 있던 바로 나 자신이었으며, 오늘 그 광경을 다시 그려보는 사람은 내 속에 있는 옛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그 옷 위에는 아직도 먼지 하나 내려앉지 않았다. 신의 입상이 들춰진 이래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고의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또는 승화시킬 수 있는 시간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것이다.-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