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밑줄긋기)

 

아득히 들려오는 장닭의 울음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는, 졸음과 납덩어리 같은 아른함이 몰려오는 뜨거운 여름 한낮이어야 한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지상에 아무것도 없는 듯 느껴지는 그때, 그 우렁찬 계명(鷄鳴)이 나팔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이다.

 

9월의 어느 날 밤, 투명한 정적 속으로 한 알의 사과가 툭 떨어지는 소리는 쾌적하게 울려온다. 이튿날 아침 풀밭에서 그 열매를 찾다가 눈에 띄었을 때의 기쁨이란!

 

아침나절 길다란 낫을 가는 망치 소리는 잠을 깨우는 울림이다. 공기에서는 취할 듯이 짙은 향내가 난다. 이제부터 뜨겁고 건조한 하루가 되리라. 이글이글 열을 지은 채원(菜園)의 풀줄기가 햇볕 속에서 찌듯이 익어가리라.

 

화려한 농촌의 소음으로는 길다란 장대에 달린 나무 갈퀴로 마른 풀을 뒤적거릴 때 들려오는 메마른 바삭거림이 있다. 그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어느덧 경건한 기도 소리 들리는 밤을 생각하게 된다. 초원 사이로 열린 오솔길을, 그리고 마주 걸어오는 쟈네트의 어깨 위로 드리워진 새하얀 수건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펜촉의 사랑스러운 끄적임. 그것은 '사랑하는 어머니!' 라는 구절 다음에 한동안 막혀버린다.(14∼15쪽)

 

(나의 생각)

 

장닭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 너무 오래다. 한겨울 새벽을 힘차게 열어젖히던 그 우렁찬 목소리가 그립다. 까마득한 옛날, 마당에 풀어놓고 기르던 암탉들이 소 외양간이며 마루 밑에도 숨겨 놓곤 하던 달걀의 따스한 감촉도 그립다. 암탉이 알을 품고 있을 때마다 괜스레 훼방이나 놓곤 하던 그 옛날, 그 암탉들은 우리가 얼마나 야속했을까.

 

 

 * * *

 

 

마을 대장간의 망치 소리를 나는 즐겨 듣는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이웃에서 들려와서는 안 된다. 얼마간 바람결을 타고 불어와 조화된 소리여야 한다. 그 금속성은 내 어린 가슴을 한껏 설레게 했었다. 프랑켄의 장터에 자리잡은 대장간에서는 섬뜩한 느낌의 풀무가 훨훨 타오르는 석탄 불길 속에서 용해되고 있었고, 시커먼 칠을 묻힌 대장장이가 멀찌감치 서서 쇠망치로 달아오른 쇳덩이를 때리면, 불똥의 빗줄기가 꿈처럼 아름답게 곡선을 그으며 어두운 대장간 창고 안으로 비산(飛散)하는 것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분수의 낙수 소리. 중세풍의 슈바벤 할 시(市)의 어느 주막 앞에는 분수가 하나 서 있어 온 달밤을 지새우도록 전설과 동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15∼16쪽)

 

(나의 생각)

 

까마득한 옛날이긴 하지만, 우리 마을에도 대장간이 있었다. 그 대장간은 마을의 신작로를 살짝 벗어나 냇가로 이어지는 길 옆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대장간 바로 옆에 '상여'를 보관하던 곳집이 있어서 어린 아이들에겐 괜한 공포심을 심어주는 곳이기도 했다. 대장간은 주로 여름철에 바빴던 것 같다. 우리가 대장간 구경을 실컷 즐길 수 있었던 때도 주로 '매미'를 잡기 위해 그곳까지 진출했던 여름방학 때였으니까. 아무튼 대장간 구경은 소리 보다는 빛이 중심이었다. 시뻘겋게 달궈진 쇠를 두드릴 때마다 불똥이 이리저리 튕겨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좋은 구경거리도 없었다. 

 

 

 * * *

 

 

폭풍이 몰아칠 때 소나무 수관(樹冠)을 휙휙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그 바람은 벽난로 안에서도 노래를 한다. 이 두 개의 소리에 나는 언제까지나 귀 기울일 수 있다. 바람 부는 날 고성(古城)이나 농장의 뜰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도깨비라도 나올 듯 매우 기묘한 것이다.

 

거울처럼 잔잔하게 잠든 호면(湖面)에서 보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 보라. 끌어올린 노에서는 이따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구원의 물방울. 알아보기도 힘든 자디잔 물체와 들릴 듯 말 듯한 소음. 그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스러져가는 것이다.

 

바다의 소음. 칠흑 같은 밤, 그것이 그윽하게 성난 듯이 백사장의 조약돌이나 해변의 암석에 탄식하듯이 부딪히는 소리는 우리를 야릇한 그리움과 설렘 속에 몰아넣는다. 그것은 속세의 음성이 아니라 해신(海神)의 음성이며, 수정(水精)의 유혹하는 호소이며, 인어의 노래이다.

 

산골짜기에서 와르릉 꽝꽝 바위 구르는 소리. 저 푸른 절벽의 심연 속으로 사라져가는 무시무시하게 쿵쾅거리는 굉음! 다시 한번 이 죽음의 음성은 바로 곁에까지 왔다가 다시금 스쳐 지나가버린다. 그러고 나면 얼마나 깊고 탐욕스럽게 가슴 깊숙이까지 안도의 한숨을 들이쉬었던가.(16∼17쪽)

 

(나의 생각)

 

몹시도 추운 한겨울, 썰매를 타러 나간다거나 연을 날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몹시도 추운 한겨울이 닥치면, 문풍지 바른 문틈 사이로 '우웅~ 우웅~' 하는 겨울바람 소리가 들리곤 했었다. 그런 날에는 꼼짝없이 방에 틀어박혀 지내면서 하루종일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든다거나 자전거를 만들며 놀곤 했다. 그런 날 점심 매뉴는 으레 김치와 콩나물이 적당히 버무려진 질펀하면서도 뜨끈뜨끈한 비빔밥이었는데, 거기다 고추장을 적당히 비벼 먹으면 이내 후끈하게 땀이 났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수수깡 놀이는 저녁나절까지 계속 되곤 했다. 그런 날에는 '우웅~ 우웅~' 울부짖는 듯한 바람 소리도 온종일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들리곤 했었다.

 

 

 * * *

 

 

전차바퀴의 덜컹거리는 운율을 나는 더없이 사랑한다.

 

또 그르릉거리는 뱃고동과 추진기 주변을 소용돌이치는 물소리를 나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닻의 쇠사슬이 쩔렁거리는 소리, 배를 정박시키는 말뚝의 삐걱대는 소리. 투박한 시골의 우편마차 위에서 철썩 내리치는 채찍의 울림. 비행기 모터의 성급한 붕붕거림. 이것은 귀가 겪는 순수한 음향의 모험들이다. 고도(古都)의 아치 성문을 덜그럭덜그럭 지나는 말발굽 소리를 나는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그때 나는 방랑하는 시인 아이헨도르프를 생각하고, 마리안네 폰 빌레머(장년기 괴테의 애인)의 여행복에서 풍기는 라벤더의 방향(芳香)을 생각하게 된다.(17쪽)

 

 

 * * *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와 그 위에 얹힌 물주전자의 노랫소리는 나를 환상으로 몰아넣는다. 그것은 어린 시절의 부엌, 파란 그릇들로 가득 찬 할머님의 부엌, 곡식과 과일 냄새 풍기는 농촌의 부엌에서 들려오는 자장가와 같은 소음인 것이다.

 

헤센과 프랑켄의 작은 마을들, 고향에서의 잊을 수 없이 화려한 밤의 소음들이 있다. 밀가루 덮인 농촌의 물방앗간 방파제 위로 단조로운 파도를 치면서 끊임없이 좔좔 흐르는 시냇물 소리. 버릇에 젖은 어느 주정뱅이가 포도(鋪道) 위를 비틀비틀 비척거리고 걸어가며 끊임없이 끄륵대는 트림 소리. 돌풍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이의 손마디인가, 덧문을 쾅쾅 두들겨대는 소리. 문간 구석에서 새어나오는 어느 처녀와 총각의 입맞춤 소리. 그리고 교회 탑의 시계가 뚝딱거릴 때마다 녹이 슨 듯 한숨을 쉬고 있었다.(18쪽)

 

(나의 생각)

 

언제나 쌀가루가 뽀얗게 덮여 있던 우리 마을 방앗간은 언제 없어지고 말았던가. 벼베기도 다 끝난 초겨울쯤, 볏가마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방앗간에 갈라치면, 그곳엔 언제나 곡식 가루를 하얗게 뒤집어 쓴 아저씨가 계셨다. 온갖 벨트들이 바삐 돌아가고, 여기저기서 새하얀 쌀알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던 그 풍경들이 새삼 그립다. 가끔씩 바삐 돌던 벨트가 멈춰 서면 비로소 마을 사람들이 참았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엔 소음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서로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방앗간이 멈춰 설 때마다 방앗간 뒤켠에 있던 큼지막한 발동기의 시동 거는 소리만큼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도 드물었다.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에서 자주 들었던 백남봉의 소리 모사에서도 언제나 백미는 발동기 시동 거는 소리였다.  ‘돼지가 새끼를 납니다. 그때 나는 소리입니다. 꿀꿀’, ‘부산에서 인천으로 날아온 지친 기러기입니다. 끼룩 끼룩’ 하면서 온갖 소리를 멋지게 흉내 내던 그 옛날의 소리 모사꾼들의 목소리도 이젠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 * *

 

 

풀베기를 끝낸 초원 위를 구름처럼 떼지어 나르는 뇌명(雷鳴) 같은 찌르레기의 날개 치는 소리도 나는 듣기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벌써 여름이 갔구나, 철새들이 먼 여행을 준비하는구나, 또 어느덧 한 해가 흘러가는구나 ㅡ 하는 가슴 속의 일말의 울적함을 떨칠 수가 없다.(18∼19쪽)

 

 

 * * *

 

눈(雪)이 일으키는 소음도 내가 사랑하는 소리에 속한다. 섬세하고 알알한 싸라기 내리는 소리에서부터 봄철 높새바람에 무너져내리는 눈사태의 우레 소리까지. 마을 우편배달부가 눈 속을 사박거리며 걸어오는 발소리도 독특한 매력이 있다 ㅡ 반갑고 궂은 소식, 아득히 먼 세계가 이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기차역의 덜커덕대는 소리. 도시의 왁자한 소음. 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뜨거운 그리움이 사박거리며 함께 들려오는 것이다. 미움과 사랑, 환희,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들을 수 없는 죽음의 발소리까지.

 

썰매를 끄는 말방울 소리. 그것 역시 신비스럽다. 들리는가 하면 어느덧 지나쳐버린다. 그렇게 불현듯 스쳐 불어가는 것이면서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소리이다.

 

어느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연주할 때, 그것은 얼마나 묘한 일인가! 꽥꽥 긁어대며 활주(滑奏)하는 불협화음 뒤에는 베토벤의 제9교향곡의 장려하고 거창한 음(音)의 바다가 높이 펼쳐지는 것이다.(19쪽)

 

(나의 생각)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겨울방학때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이 빨간 색 자전거를 타고 오던 우편배달부였다. 그 아저씨가 눈 속을 사박거리며 달려오다가 우리집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소가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편물 가방을 열어젖히면, 거기선 어김없이 '연재 만화'가 실린 소년동아일보가 특유의 신문지 냄새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 당시엔 어린이용 '연재 만화' 만큼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도 드물었다. 연재 만화 속의 풍경들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아득히 먼 세계' 그 자체였으니까.

 

 

 * * *

 

 

뚝…… 뚝…… 끝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던 지난날 수업 시간에 들리던 납같이 무거운 소음.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피로에 지친 울먹한 음성이 들려왔다. "Nemo ante mortem beatus" ㅡ 어느 누구도 죽음에 직면해서 행복을 구가할 수는 없다. 소년은 노(老) 교수의 육중한 지혜에는 아랑곳없이 창 앞에서 간간이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곳에는 비스듬히 걸려 있는 전선줄 위로 수백 개의 물방울이 나란히 매달려 있어서, 일순간 가만히 방울 지어 있다가는 다음 방울에 밀려 곧 부서져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뚝…… 뚝…… 그것은 대자연의 언어이며, 구름의, 하늘의, 무한한 세계의 언어이다. 또한 그것은 바다의 인사이다. 쏟아지는 폭포수의, 넘쳐흐르는 샘물의, 돌 고드름 열린 종유동으로부터의 인사이다. 소곤거리는 분수와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인사이며, 나이아가라와 라인 강의 뇌성(雷聲)이며, 아득한 해안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이다 ㅡ 이렇듯 엄청나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야성과 위대함, 충만함과 풍요함이 이 단 한 방울의 물방울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20쪽)

 

 

 * * *

 

 

봄날 저녁 떼지어 들끓는 풍뎅이의 붕붕거림. 이제 곧 붉은 만월이 떠오르리라. 거리는 어느덧 시골 처녀들의 다감한, 조금은 구슬픈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하모니카의 부드러운 선율이라도 끼어든다면, 그곳에야말로 깊어가는 밤의 알 수 없는 고뇌와 감미로움이 자리잡는 것이다.

 

아코디언 켜는 소리. 그 소리를 못 들어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깊은 밤, 방 안에서 무엇인가 가구에 딱 부딪히는 소리. 누가 오는 것일까? 아니면 가는 걸까?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바람이었을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우리들의 잠자리를 굽어보시는 어머니였을까? 요정이었을까? 겁 많던 어린 시절부터 나는 한밤중 방 안에서 나는 유령 같은 소리를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환희에 겨운 두 연인의 잔 부딪치는 소리. 춘삼월, 습기 찬 풀밭에서 연주하는 개구리의 울음소리 ㅡ 그것은 목신(牧神)이 새로이 인생의 불멸을 구가하는 소리였다.(20∼21쪽)

 

 

 * * *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눈 녹은 물줄기가 홈통으로 흐느낌처럼 후둑후둑 쏟아지는 소리. 물고기가 잔잔한 수면으로 팔딱 뛰어오르는 소리. 어린아이의 종종거리는 발소리. 바람 잠든 날, 전선줄의 윙윙거리는 소리 ㅡ 이것은 마을 소년들이 먼 곳의 사람들의 욕설처럼 변덕스럽게 생각하는 신비스런 기상의 신호이다.

 

아, 한 잎 가랑잎이 살그머니 떨어질 때, 가슴 아프도록 지친 소리. 아직도 나무에는 여름이 달려 있는데 어느덧 한 잎이 떨어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의 팔락거림이나 출발을 앞둔 말의 울음소리는 얼마나 우렁차고 자랑스러운 소리이며 승리의 소리인가! 대목을 앞둔 장터에서 물건을 사라고 외치는 목쉰 음성은 얼마나 고무적인가. 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희가 막 사이로 미끄러져 나와 감사와 축복, 자랑과 기쁨의 미소를 띄울 때, 터져 나오는 갈채 소리는 얼마나 감동적인가.(21∼22쪽)

 

(나의 생각)

 

불현듯 스치며 떠오르는 옛 추억들은 섬광처럼 반짝 빛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그처럼 짧게 스쳐 지나가는 아스라한 옛 추억들이 누구에겐들 없겠냐마는, 그런 느낌들을 이토록 섬세하고도 아름답게 포착하고 그려낼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수필가였던 안톤 슈낙의 글 솜씨가 참으로 부럽다.

 

 

 * * *

 

 

찾아오는 여인의 발소리는 온 심장과 기대를 끌어당긴다.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정원에 깔린 자갈 위로 그녀의 발소리가 울려온다. 가볍고 날렵하게 사뿐사뿐 걷는 우아하고 경쾌한 발소리. 축복의 발소리, 후광을 지닌 발걸음, 그것은 걸음 중의 걸음 소리이다.

 

정적의 소리야말로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무위(無爲)로부터, 근원으로부터 울려 나오는 듯한 심연의 흐름 ㅡ 바로 오르간의 음악 소리요, 조개껍질의 소리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 속을 흐르는 피의 음악이다. 심실(心室)의 노래이며, 자체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인 것이다.

 

한껏 부풀어 격동하는 심장을 가진 자는 축복을 받은 자이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입맞춤은 심장을 그렇게 고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심장과 나의 심장이 질주하며 울리는 격동을 듣고 있다. 이 이중창을 듣는 것보다 더 충만하고 축복단은 일이란 지상에 그 어느 것도 없는 것이다.(22∼23쪽)

 

 - 안톤 슈낙,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소음, 음향, 음성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