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우주의 기본 원리를 밝힌 비책 《천부경》이 있다. 단제(檀帝; 탄허 스님은 여러 역사적 기록을 들어 중국이 우리의 단제檀帝를 단군檀君이라고 칭호를 붙인 것은 소국小國이라고 얕잡아 본 것이므로 단군이 아니라 단제라 이름 붙여야 한다고 봄-편집자주) 때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천부경》은 신라 최치원이 한자로 번역하여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선가仙家 사상의 연원이 되었으며, 《주역》의 시원을 이룬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부경》은 총 81자로 된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매우 난해하고, 역학의 원리와 공통점이 많다. 물론 유교의 원리는 그 깊이가 방대하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천부경》은 역학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천부경》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一은 시작인데 시작하지 않는 1一이요,
또 일一은 끝냄인데 끝냄이 없는 일一이다.
천天은 양陽이므로 1一이며, 지地는 2二, 인人은 3三으로 되어 있다. 태극太極에서 시작된 수數는 삼극三極, 즉 무극無極·태극太極·황극皇極을 거쳐 1로 귀일歸一한다는 것인데, 1의 사상은 천하는 둘이 아니라는 불교의 원리와 부합하며, 역학의 원리와도 부합한다. 일설에는 《천부경》으로부터 역학의 시원이 이루어졌으며, 단제 민족이 우주의 근본 원리를 밝힌 사상으로 중국의 기본 사상을 이룬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에는 《천부경》의 시원은 중국의 요순과 동일한 시대다. 그러므로 《천부경》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복희씨의 팔괘가 나왔으며, 그 뒤에 문왕의 《주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 《천부경》이 단제 때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 민족의 위대한 사상이 중국으로 전해져서 중화사상으로 꽃피워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사상에 의해 세계는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김정배 교수가 쓴 논문 〈한국 민족 문화의 기원〉에 보면 복희씨 때 황하 유역에 살던 민족과 단제 시대의 고조선 민족은 같은 고古아시아 족으로 형제지간, 즉 구이족九夷族이고, 그 후로 주周나라 때부터 한족漢族이 황하 유역의 고아시아 족을 몰아냈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이제까지 역학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종래의 일반적인 의견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역학의 시초는 《천부경》이고, 단제의 지배 영역은 전 동아시아 일대였으며, 여기에서 발생된 문화가 동아시아 전체에 파급되었다는 발상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토인비 교수가 말했던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시대의 전개는 중국이 아닌 바로 우리나라로 볼 수도 있다. 즉 현재 한반도는 지구의 주축에 속하고, 한민족은 ‘간艮’의 시종始終을 주도하고, 《천부경》 사상은 새로운 세계의 근본이 된다고 할 때, 앞으로 세계의 중심은 우리나라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우리나라는 중국의 말초신경 정도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수십억 인구를 가진 중국보다 우수한 인재가 월등히 많이 나왔다. 그뿐인가. 우리 민족사에는 중국 대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록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이러한 사실들을 증명해 주고 있다. 《천부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하나가 모여서 열이 되고, 우주의 기틀이 갖추어지되 모두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말은 복희씨가 팔괘를 요순시대에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구절로, 《천부경》이 복희씨의 팔괘보다 좀 더 빨리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일설에 의하면 단제의 《천부경》이 나올 때 음陰의 문자와 양陽의 문자가 함께 사용되었는데, 중국은 양이기 때문에 음만을 수용할 수 있어서 음의 문자인 한문을 쓰게 되었고, 양의 문자는 그대로 우리나라에 남아 구어口語로만 전해 오다가 세종대왕 때 한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중국의 한문자漢文字도 우리나라에서 건너갔다고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있다.문자에 관해서는 이러한 일설을 수긍할 수도 있다.
그보다 여기서 꼭 밝혀 둘 것이 있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도 요즘 표현으로 한다면 한국계 만주인이었다고 한다. 그가 명천자明天子에 즉위하자 신하가 다음과 같이 물었다.
“폐하의 계보를 어느 곳에서 찾을까요?”
그랬더니 명천자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검長劍을 잡고 남쪽으로 오니, 그 선조는 ‘모른다’고 써라[長劍南來 其先莫知].”
물론 요순시대의 황하 유역 민족이 고조선족과 같은 고아시아족이므로 복희씨도 한민족이었음에 틀림이 없다고 볼 것이고, 오늘의 중국 역사가 주나라 때부터를 한족漢族으로 치고 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그 이전,즉 복희伏羲·신농神農·요순堯舜 등 삼황오제三皇五帝가 있었던 하은夏殷 시대는 우리와 같은 민족이었을 것이다.
또한 일설에 의하면 노자의 《도덕경》이 단제에게 전해 내려온 비책秘冊을 체계화해서 저술한 것이라 하는데, 이 또한 상당히 설득력 있다.
노자는 생사가 분명치 않는 인물이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그는 80년 동안 모태母胎에 있다가 태어났는데, 나오자마자 머리가 백발이 되어 ‘노자老子’라 불렸다고 한다.
노자가 지금으로 말하자면 도서관장으로 있을 때 어떤 비책의 자료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전시켜 《도덕경》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천부경》과 《도덕경》뿐만 아니라 그동안 소외시켰던 동양 사상을 중심으로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동서양이 지닌 부조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학적易學的 정치 철학이 필요하다.(58∼62쪽)
(나의 생각)
여러 해 전에 《天符經》이라는 비책을 우연한 기회에 선물로 받은 적이 있었는데, 81자의 내용이 너무나 난해하여 따로 해석해 놓은 내용을 읽어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펼쳐봤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책이 이토록 중요한 책인 줄은 확실히 알겠다. 내가 가진 책에 소개된 <천부경이 전해온 길>을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 *
천부경은 9000여년 전 桓國(환국)으로부터 口傳(구전;말로 전해지는 것)으로 전해져 오던 것을 6000여년전 桓雄天皇(환웅천황)께옵서 神市開天(신시개천)을 여시고 배달국을 세우신 후에 神誌赫德(신지혁덕;벼슬 이름)에게 일러 鹿圖文(록도문:사슴 그림문자)으로 기록하여 전하여 주신 것을 4345년전 檀君聖祖(단군성조)께옵서 篆書(전서)로서 碑文(비문)에 새겨 남기신 것이다.
이를 신라말 유,불,선에 大覺(대각)을 이루신 고운 崔致遠(최치원) 선사께서 우리글인 韓字(한자)로 새로이 번역하여 비석에 새기고 서첩으로 만들어 후세에 전해주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