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나 카레니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밑줄긋기)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기에
안나는 자신이 수치와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관점에서 보아도 리디야 이바노브나 백작부인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슬픔은 그것이 혼자만의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브론스키와 나눌 수 없었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의 불행은 주로 브론스키 때문이었는데도 그 자신은 그녀와 아들이 만나는 문제를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여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의 심연을 그가 결코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 문제가 언급될 경우 그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자신이 그를 증오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했기에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그에게 숨겼다.(619∼620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처음에 그들의 사이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그러한 것들이 그를 매혹했지만
브론스키가 객실에 돌아왔을 때, 안나는 그때까지도 돌아와 있지 않았다. 그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가 나가자마자 곧 어떤 부인이 찾아와 그녀와 함께 나갔다는 것이다. 그녀가 어디 가는지 말도 없이 나가 버린 것, 여태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 아침에도 자기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딘가에 다녀온 것, 이 모든 것들이 오늘 아침 이상할 만큼 흥분해 있던 그녀의 얼굴 표정이며, 야쉬빈 앞에서 그의 손에 든 아들의 사진을 거의 잡아채다시피 할 때의 그 적대적인 태도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그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응접실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안나는 혼자 돌아오지 않고, 친척 아주머니인 노처녀 오블론스카야 공작 영애를 데리고 왔다. 그녀가 바로 아침에 와서 안나와 함께 쇼핑을 하러 나간 그 부인이었다. 안나는 마치 브론스키의 근심스러운, 뭔가 캐묻는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듯, 오늘 아침 그녀가 무엇을 샀는지 그에게 명랑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는 그녀 안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시선이 얼핏 그에게 머무를 때면, 그 빛나는 눈동자 속에 팽팽히 긴장된 주의가 엿보였고, 말과 동작 속에는 신경질적인 민첩함과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처음에 그들의 사이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그러한 것들이 그를 매혹했지만, 이제는 그를 불안하게 하고 놀라게 만들었다.(640∼641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브론스키는 자신의 처지를 일부러 이해하지 않으려는 안나의 태도 때문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증오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다. 그 감정은 그녀에게 자신이 분노하는 이유를 표현할 수 없어 더욱 커졌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이랬을 것이다. '그런 차림으로 누구나 아는 공작 영애와 함께 극장에 간다는 것, 그것은 곧 타락한 여자라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사교계에 도전하는 것, 즉 사교계와 영원히 인연을 끊겠다는 것을 의미하오.'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녀가 그것을 모를 수 있지? 도대체 그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그녀에 대한 존경이 줄어드는 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645쪽)
(나의 생각)
브론스키와 안나 사이에 일어난 온갖 다양하고도 미세한 감정과 태도의 변화들을 이토록 세밀하게 그려내는 톨스토이의 능력은 참으로 경탄스럽다. 그가 작중 인물들 사이에 일어난 온갖 사건들에 대해서 얼마나 빈틈없고 주도면밀하게 그려내고자 애썼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놀랍기만 하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