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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밑줄긋기)
카푸아적인 무언가가
지금 그의 생활에는 뭔가 부끄럽고 연약하고 그가 일컫는 대로 카푸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좋지 않아. 이제 곧 석 달이 돼. 하지만 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난 오늘 거의 처음으로 진지하게 일을 붙잡았지. 하지만 이게 뭐야? 겨우 시작만 하다 집어던지고 말았잖아. 평소에 하던 일마저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어.(523∼524쪽)
주석) 카푸아적인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가 쓴 라마사에 따르면, 한니발의 군대는 2차 포에니 전쟁 중에 나폴리 부근의 카푸아에서 겨울을 보낸 후 육체적으로 도덕적으로 유약해져 전쟁에 패하고 말았다. 1870년대의 신문과 잡지는 나폴레옹 3세의 파리에 대해 '카푸아'라는 용어를 자주 인용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여기서 '카푸아'라는 용어를 특별한 의미로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서 자신의 무기력한 시기를 '카푸아적'이라고 언급했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아내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를 떠난 것과 거의 동시에, 관리로서 가장 쓰라린 사건이 발생했다. 즉 승진이 멈춘 것이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었고,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자신은 아직도 그의 출세가 끝났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스트레모프와의 충돌 때문이든, 아내와의 불행 때문이든, 아니면 단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가 그에게 예정된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든, 그의 관리 경력이 끝났다는 사실은 올해 들어 모든 사람들의 눈에 분명해졌다. 그는 아직 요직을 맡고 있었고 수많은 위원회와 회의의 위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소모해 버린,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가 무엇을 제안하든, 사람들은 마치 그가 제안하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그것이 불필요한 것이라는 듯한 태도로 들었다.(586∼587쪽)
(나의 생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언젠가는 닥치기 마련이다. 아무도 그런 느낌을 톨스토이처럼 리얼하게 표현할 수 없을 뿐.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고양이와 쥐 놀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자세를 바꾸는 것을 방해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리를 꼰 채 똑같은 자세로 몇 시간이고 계속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다리를 꼰 채 그렇게 앉아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리는 경련을 일으키고 그가 뻗고 싶어 하는 쪽으로 뒤틀릴 것이다. 바로 그것이 브론스키가 사교계에 대해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비록 사교계가 그들에게 빗장을 걸었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지만, 지금도 사교계가 변하지 않았는지 어떤지, 그들을 받아들일지 어떤지를 시험해 보았다. 그러나 그는 사교계가 그에게는 문을 열어 줄지라도 그녀에게는 굳게 닫아걸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고양이와 쥐 놀이처럼, 그를 위해서는 들린 손이 안나 앞에서는 곧바로 내려온 것이다.(612∼613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