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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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녀는 어떨까? 어떨까? 예전의 모습 그대로일까, 아니면 마차에 있을 때의 모습일까? 만일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지만 사실이 아닐 이유가 뭐야?' 그는 생각했다.

 

"아, 그래, 카레닌을 소개해 줘." 그는 간신히 말을 내뱉고는 필사적이고 결연한 걸음으로 응접실에 들어가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예전의 그녀도, 마차에 있던 그녀도 아니었다.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놀라고 머뭇대고 부끄러워했으나, 그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다. 그가 응접실에 들어서자, 그녀가 그를 보았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뻤다. 그리고 그가 안주인에게 다가와 그녀를 향해 다시 눈길을 던진 순간, 그녀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그녀 자신도, 레빈도, 그들을 지켜본 돌리도 그녀가 참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지나 않을까 생각할 만큼 당황해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창백해지고 다시 또 붉어지다가 얼어붙었다. 그녀는 입술을 희미하게 떨며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만일 입술의 희미한 떨림, 눈동자에 어린 촉촉함과 그로 인한 반짝임이 없었다면, 그녀가 말하면서 보인 미소는 평온에 가까워 보였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녀는 필사적이고도 단호하게 자신의 차가운 손으로 그의 손을 쥐었다.

 

"당신은 날 보지 못했지만, 난 당신을 보았습니다." 레빈은 행복한 미소를 빛내며 말했다. "당신이 기차역에서 예르구쇼보로 가는 것을 보았죠."(311∼312쪽)

 

(나의 생각)

이토록 긴장되고 가슴 떨리는 '레빈과 키티의 재회 장면'이 또 있을까? 이런 묘사는 특별히 나보코프의 『롤리타』에서 몰래 계승된 듯한 느낌도 든다. 나만의 생각일까?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그녀의 말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술과 눈동자와 손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그리고 그녀의 말에서 울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의미를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에는 용서를 구하는 마음, 그에 대한 신뢰, 애무, 부드러우면서도 수줍은 애무, 약속, 희망, 그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그는 그 사랑을 믿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사랑으로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315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안나와 타락

 

"아내 스스로 남편에게 그 일을 대 놓고 말하는 데야 오해를 하기도 어렵죠. 아내는 8년 동안의 생활도, 아들도, 이 모든 게 다 실수라며 처음부터 다시 살고 싶답니다." 그는 코를 식식거리며 성난 어조로 말했다.

 

"안나와 타락……. 나로서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연결시킬 수가 없어요. 믿어지지 않아요."

 

"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그는 이제 동정과 흥분이 뒤섞인 돌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혀가 저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아직 의심할 여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의심하는 동안에는 괴롭기는 했지만 지금보다 나았습니다. 의심할 때는 희망이라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없어요. 심지어 난 이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난 모든 것을 의심하고, 아들을 증오하고, 어떨 때는 이 아이가 내 아들인지도 의심합니다. 난 너무나 불행합니다."(334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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