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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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그들은 몰라

 

'그가 옳아! 그가 옳아!' 그녀는 같은 말을 되뇌었다. '물론 그는 언제나 옳았어. 그는 그리스도교 신자이고 관대한 사람이지! 그래, 비열하고 추악한 인간 같으니! 나 말고 아무도 이 사실을 몰라. 앞으로도 그렇겠지. 나도 그것을 설명할 수 없어. 사람들은 말하지. 그가 신앙심이 두텁고 도덕적이고 정직하고 총명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해. 그들은 그가 지난 8년 동안 내 삶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내 안에 살아 있던 모든 것을 얼마나 억압했는지 몰라. 그들은 몰라. 그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이 필요한 살아 있는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그들은 그가 항상 날 모욕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노력하지 않았나? 온 힘을 다해 내 삶의 정당성을 찾으려 애쓰지 않았던가? 내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더 이상 남편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때는 아들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았던가? 하지만 때가 온 거야. 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 난 살아 있는 여자야. 내게는 죄가 없어. 하느님은 날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런 여자로 만드셨어. 이제야 그걸 알겠어. 그런데 지금 도대체 이게 뭐야? 남편이 날 죽이거나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난 그 모든 것을 견디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냐, 그는…….' (121∼122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이 거짓의 거미줄을 찢어 놓고 말거야

 

'우리의 생활은 예전처럼 계속되어야 하오.' 그녀는 편지에 있던 다른 문구를 떠올렸다. '그 생활은 전에도 고통스러웠어. 최근에는 끔찍할 정도였지. 이제 어떻게 될까? 그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어. 난 숨을 쉬었고 사랑했어. 난 그것에 대해 후회따윈 할 수 없어. 그는 그 점을 잘 알아. 그는 거짓과 기만 외에 여기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그는 날 계속 괴롭혀야만 하지. 난 그를 알아! 난 그가 물속의 물고기처럼 거짓 속을 헤엄치며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안 돼. 난 그에게 그런 기쁨을 허락할 수 없어. 난 그가 내 주위에 휘감고 싶어 하는 이 거짓의 거미줄을 찢어 놓고 말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것이든 거짓과 기만보다야 낫겠지!'

 

'하지만 어떻게?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나처럼 불행한 여자가 또 있었을까? …….'

 

"아냐, 찢어 놓겠어, 찢어 놓을 거야." 그녀는 벌떡 일어나 눈물을 참으려 이렇게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에게 또 한 통의 편지를 쓰기 위해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아무 것도 찢어 놓지 못할 거라는 것, 아무리 위선적이고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 해도 자신이 그러한 예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끼고 있었다.(123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남편을 버리라고 요구하도록 부추긴 것

 

남편에 대한 관계는 그 무엇보다도 명백했다. 안나가 브론스키를 사랑한 그 순간부터, 그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권리만은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다. 남편은 단지 불필요한 방해꾼일 뿐이었다. 남편이 불쌍한 처지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남편이 가진 유일한 권리는 손에 무기를 쥐고 결투를 신청하는 것이다. 브론스키는 그것에 대해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사이 그와 그녀 사이에 새롭게 내적인 관계가 타나났고, 이 관계의 불분명함이 그를 위협했다. 바로 어제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그에게 알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는 그 소식이나 안나가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이 자기가 삶의 지침으로 삼은 법전에 충분히 규정되지 않은 그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임신을 알린 처음 순간, 불시의 습격을 받은 그의 마음이 그로 하여금 그녀에게 남편을 버리라고 요구하도록 부추긴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지금 다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그 말을 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며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나쁜 짓이 아닐까?'(150∼151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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