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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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남편을 배신한 아내들의 예가 많아질수록

 

'멸시받아 마땅한 여자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내가 불행해질 수는 없지. 내가 할 일은 오직 그녀가 내게 지운 이 괴로운 상황을 벗어날 가장 좋은 출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것을 찾아낼 것이다.' 그는 얼굴을 더욱더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자 역사적인 예들은 말할 나위도 없이, 「아름다운 헬레네」로 인해 모든 사람의 기억에 새롭게 떠오른 메넬라오스를 비롯하여 부정한 아내를 둔 오늘날 상류사회의 남편들이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의 머리속에 차례차례 떠올랐다. '다리얄로프, 폴타프스키, 카리바노프 공작, 파스쿠진 백작, 드람……, 그래, 드람……, 그토록 정직하고 유능한 사람이……. 세묘노프, 챠긴, 시고닌.'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가령 그 사람들에게 어떤 불합리한 ridicule이 쏟아진다고 하자. 하지만 난 그 속에서 불행 외에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언제나 그들을 동정했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결코 그런 종류의 불행에 동정을 보낸 적이 없으며, 남편을 배신한 아내들의 예가 많아질수록 스스로를 더욱더 높이 평가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행이 나에게 닥쳤다. 문제는 다만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냐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행동 방식을 세세하게 떠올리기 시작했다.(96∼97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그래, 시간이 흐르면

 

세부적인 것들을 좀 더 생각하는 동안,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자기와 아내의 관계가 왜 예전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남을 수 없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결코 그녀를 다시 존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서는 그녀가 품행이 나쁘고 부정한 아내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활을 망치거나 괴로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또한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시간이 흐르면, 관계도 예전처럼 회복되겠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혼잣말을 했다. '그러니까, 내가 생활하면서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회복될 것이다. 그녀는 불행해져야만 해. 하지만 난 죄를 짓지 않았으니 절대로 불행해질 수 없어.'(102∼103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그래, 모스크바로 가자. 밤 기차를 타고 가는 거야.

 

그녀는 가만히 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의 우듬지와 차가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말간 나뭇잎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이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 저 하늘과 저 푸른 잎들처럼 이 세상의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지금의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녀는 또다시 자신의 영혼 속에서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안 돼, 생각해서는 안 돼.'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떠날 준비를 해야 해. 어디로 가지? 언제? 누구를 데리고? 그래, 모스크바로 가자. 밤 기차를 타고 가는 거야. 안누슈카와 세료자를 데리고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하지만 먼저 그 두 사람에게 편지를 써야 해.' 그녀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자기 방으로 가서 테이블 앞에 앉아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118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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