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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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하느님! 날 용서해 주세요.

 

거의 1년 동안 브론스키의 삶에서 이전의 모든 욕망을 대신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 안나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끔찍한 것, 하지만 그만큼 더 황홀한 행복의 꿈이었던 것, 그 희망이 마침내 실현되었다. 그녀 앞에 선 그는 창백한 얼굴로 아래턱을 덜덜 떨며 그녀에게 안심하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그 자신도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안나! 안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 제발!"

 

……

 

"하느님! 날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흐느껴 울며 그의 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댔다.(325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나중에, 나중에.

 

"다 끝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에겐 이제 아무것도 없어. 당신뿐이야. 잊지 말아요."

 

"나의 생명인 당신을 어떻게 잊겠어? 이 행복한 순간을 위해……."

 

"행복이라니?" 그녀는 증오와 공포를 드러냈다. 그리고 공포는 어느새 그에게로 전해졌다. "제발, 아무 말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녀는 재빨리 일어나 그에게서 물러났다.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말아요." 그녀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낯선 차가운 절망의 표정으로 그를 떠났다. 그녀는 이 순간 새로운 삶으로 가는 이 입구 앞에서 자신이 느낀 수치와 기쁨과 공포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고, 부정확한 말로 그 감정들을 저속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도,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녀는 이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지 못했고, 자신의 영혼에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깊이 숙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생각도 찾지 못했다.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아냐, 지금은 이 문제를 생각할 수 없어. 나중에, 내 마음이 좀 더 진정된 다음에.'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기 위한 마음의 평화는 결코 오지 않았다. 그 대신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난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공포가 엄습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곤 했다.

 

"나중에, 나중에." 그녀는 말했다. "내 마음이 좀 더 진정된 다음에."(327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그녀나 나나 모든 걸 버리고

 

'그래, 예전에 그녀는 불행하지만 당당하고 침착했어. 그런데 지금 그녀는 비록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침착함과 품위를 잃었어. 그래, 이런 건 이제 그만 끝내야 해.'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자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 이런 거짓을 끝내야 할 뿐 아니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나 나나 모든 걸 버리고 우리의 사랑만을 간직한 채 어딘가로 숨어 버려야 해.'(399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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