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밑줄긋기)

 

 

어째서 떠나느냐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를 만난 첫 순간부터 기쁨에 찬 자신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로서는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마치 그에게서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녀가 있는 곳에 있고 싶어서라는 고백을 듣기라도 한 듯, 그녀는 그 이유를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당신이 이 기차에 타고 있는 줄 몰랐어요. 어째서 모스크바를 떠나시나요?" 그녀가 기둥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기쁨과 생기가 빛나고 있었다.

 

"어째서 떠나느냐고요?" 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되물었다. "당신도 알잖습니까. 당신이 있는 곳에 있고 싶어서 떠난다는 걸." 그가 말했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227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아, 어쩜!

 

기차가 페테르부르크 역에 정차하여 그녀가 객차 밖으로 나온 순간, 가장 먼저 그녀의 주의를 끈 얼굴은 남편의 얼굴이었다. '아, 어쩜! 저이의 귀는 어째서 저렇게 생긴 걸까?' 그녀는 차갑고 당당한 그의 모습, 특히 지금 자신에게 충격을 준 귀의 연골ㅡ둥근 모자의 가장자리를 떠받친ㅡ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를 발견한 그는 버릇대로 입술을 다문 채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지친 듯한 커다란 눈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를 맞으러 다가왔다. 그의 완강하고 피로한 시선과 부딪힌 순간, 어떤 불쾌한 감정이 그녀의 심장을 조이는 듯했다. 마치 그녀가 그의 다른 모습을 기대하기라도 한 듯……. 특히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그를 만난 순간 스스로에게 느낀 불만이었다.(229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차르라도 된 것처럼

 

브론스키는 아무것도,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차르라도 된 것처럼 느꼈다. 그가 안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ㅡ 그는 아직 그것을 확신하지 못했다 ㅡ 그녀가 자기에게 불러 일으킨 인상이 행복과 자신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는 알지 못했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그의 모든 힘이 하나로 모여 무서운 에너지를 발산하며 하나의 행복한 목적을 향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 때문에 그는 행복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했다는 것, 자신이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는 것, 이제 자신은 그녀를 보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삶의 모든 행복과 삶의 유일한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만을 알 뿐이었다.(232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