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밑줄긋기) 

 

 

무섭고 잔혹한 무언가가 있었다

 

안나가 웃으면, 그 미소가 그에게 전해졌다. 그녀가 생각에 잠기면 그도 진지해졌다.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키티의 눈동자를 안나의 얼굴로 끌어당겼다. 단순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팔찌를 낀 풍만한 팔도 매력적이고, 진주 목걸이에 감긴 단단한 목도 매력적이고, 흩어진 곱슬머리도 매력적이고, 자그마한 손과 발의 가볍고 우아한 동작도 매력적이고,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얼굴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매력에는 무섭고 잔혹한 무언가가 있었다.

 

키티는 이전보다 더욱 그녀에게 매혹되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고통스러웠다. 키티는 산산이 부서진 자신을 느꼈고, 그녀의 표정이 이를 드러냈다. 마주르카를 추다 그녀와 마주친 브론스키는 그녀를 한분에 알아보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는 변해 있었다.(184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라스카는 계속 레빈의 손 밑으로 머리를 들이댔다. 그가 라스카를 쓰다듬어 주자, 라스카는 그의 발치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뒷다리에 머리를 얹었다. 그러고는 이제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는 표시로 살짝 입을 벌리고 입맛을 다시더니 노쇠한 이빨 주위에 끈적이는 입술을 착 갖다 붙이고 행복한 평온에 잠겼다. 레빈은 이 마지막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저게 바로 내 모습이야!' 그는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저게 내 모습이야! 괜찮아 ……. 모든 게 좋아.'(213쪽)

 

(나의 생각)

톨스토이가 묘사하는 대상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마치 '동영상을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애완견 사냥개인 라스카를 묘사한 장면들을 마주칠 때마다 톨스토이의 묘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기차가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그녀는 모스크바에서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았다. 모든 것이 좋았고 유쾌했다. 그녀는 무도회를 떠올리고, 브론스키를 떠올리고, 사랑에 빠진 그의 순종적인 얼굴을 떠올리고, 그와의 모든 관계를 떠올렸다. 수치스러워할 만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바로 이 부분의 기억에서 수치심은 더욱 강해졌다. 그녀가 브론스키를 떠올린 순간, 마치 어떤 내면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따뜻해. 아주 따뜻해, 타는 듯이 뜨거워.' '그래서 어떻다는 거지?' 그녀는 고쳐 앉으며 스스로에게 단호히 물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난 이것을 직시하는 게 두려운 걸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과연 나와 저 풋내기 장교 사이에 단순한 지인 관계를 뛰어넘을 어떤 다른 관계가 있다는 건가? 아니, 그런 관계가 있을 수 있을까?' 그녀는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도무지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유리창 표면을 따라 페이퍼 나이프를 움직였다. 그러고는 매끄럽고 차가운 유리에 뺨을 갖다 대고 있다가, 불현듯 원인 모를 기쁨에 사로잡혀 자칫 소리 내어 웃을 뻔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경이 줄감개에 조인 현처럼 점점 더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눈동자가 더욱더 크게 벌어지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신경질적으로 움직이고, 가슴속의 무언가가 숨을 막고, 이 흔들리는 어둠 속의 모든 형상과 소리가 그녀의 마음에 매우 또렷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느꼈다. 기차가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아니면 아예 멈췄는지, 그런 것에 대한 의혹의 순간이 끊임없이 그녀에게 찾아왔다. …… (222∼223쪽)

 

(나의 생각)

때로는 소설이 영화보다 더 선명하게 눈 앞에 그려질 때도 있다. 등장 인물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마음까지도 작가 덕분에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톨스토이가 왜 리얼리즘 소설의 대가인지를 드러내는 장면은 『안나 카레니나』 속에 너무나 많이 담겨져 있어서 일일이 지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