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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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바로 그런 사람

 

세상에는 모든 행운을 두루 갖춘 경쟁자를 만났을 때 그 즉시 상대방의 강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그 행복한 경쟁자에게서 무엇보다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장점들을 발견하려 하고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데도 그에게서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레빈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브론스키에게서 멋지고 매력적인 점을 찾아 내는 것은 그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점은 금방 눈에 들어왔다.(115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브론스키는 차장을 뒤따라 객차로 들어가다가 어느 부인에게 길을 내주고자 객차의 입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교계 사람의 감각이 몸에 밴 브론스키는 그 부인의 용모를 보고는 한눈에 그녀가 상류사회의 여성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얗해를 구하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려다, 한 번 더 그녀를 꼭 보아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녀가 대단히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그녀의 모습 전체에서 풍기는 우아함과 겸손한 기품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그의 옆을 지나치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 표정에 유난히 상냥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뒤돌아보자, 그녀 또한 고개를 돌렸다. 짙은 속눈썹 때문에 검게 보이는 그녀의 빛나는 회색 눈동자가 다정한 빛을 띠며 마치 그를 알기라도 하듯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 누군가를 찾는지 가까이 다가오는 군중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 짧은 시선을 통해, 브론스키는 그녀의 얼굴에서 뛰노는 절제된 활기를 포착할 수 있었다. 붉은 입술을 곡선 모양으로 만든 희미한 미소와 빛나는 눈동자 사이에서 차분한 생기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다녔다. 마치 그녀의 존재에서 어떤 것이 넘쳐흘러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짝이는 눈빛과 미소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일부러 눈 속의 빛을 꺼저리긴 했지만, 그 빛은 그녀의 의지에 반해 희미한 미소로 반짝였다.(137∼138쪽)

 

(나의 생각)

안나와 브론스키가 운명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이 대목은 실제 상황보다도 훨씬 더 그럴 듯하면서도 아주 자연스럽다. 이런 특출난 묘사 능력이야말로 톨스토이를 특징짓는 면모다. 먼 훗날(?) 안나가 죽고 난 뒤에 브론스키가 이 장면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그토록 느껴보고 싶었던 '이때처럼 설레고 기쁜 마음'을 영영 다시는 되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저릿해진다.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기쁨의 징후들

 

그녀가 주위를 관찰하는 동안, 그녀의 심장은 점점 더 죄어 왔다. '아냐, 그녀가 도취한 건 군중이 자기에게 감탄해서가 아니라 한 남자가 자기를 황홀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 남자가 누구지? 설마 그가?' 브론스키가 안나에게 말을 건넬 때마다, 그녀의 눈에서는 기쁨의 빛이 타올랐고 행복의 미소가 그녀의 붉은 입술을 곡선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그 기쁨의 징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려는 듯했다. 그러나 그 기쁨의 징후들은 스스로 그녀의 얼굴 위에 떠올랐다. '그럼 그는 어떨까?' 키티는 그를 보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키티는 안나의 얼굴이라는 거울에서 그토록 선명하게 보았던 것을 그의 얼굴에서도 보았다. 언제나 침착하고 빈틈없던 태도, 무심한 듯 차분한 표정은 어디로 간 걸까? 아니, 지금 그는 그녀를 향할 때마다 그녀 앞에 몸이라도 던질 듯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그의 눈빛은 오직 복종과 두려움만을 담고 있다. '나는 당신을 모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눈빛은 매 순간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다만 나 자신을 구원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키티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 떠올랐다.(181쪽)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_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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