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세계산악 명저선 1
알버트 머메리 / 수문출판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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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등산가는 하나의 방랑자이다. 내가 방랑자라고하는 것은, 선인들의 발자취를 정확히 따라가면서 산 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데에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방랑자는 일찍이 인류가 도달하지 않은 곳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 일찍이 인간의 손가락이 닿지 않은 바위를 붙잡거나, 혹은 또 '대지가 혼돈에서 일어난' 이래 안개와 눈사태에 그 음산한 그림자를 비쳐온 얼음으로 가득 찬 걸리를 깎아 올라가는 데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을 의미한다.

바꾸어 말하면, 참된 등산가는 새로운 등반을 시도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마찬가지로 그 투쟁의 재미와 즐거움에 기쁨을 느낀다. 황량하게 드러난 슬랩, 능선의 모난 깎아지른 발판, 그리고 거멓게 불거진 걸리의 얼음은 그의 존재에 대한 생명의 입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감정을 분석할 수 있는 체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할 수 있는 체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그것을 이해하려면 그것을 느껴야 한다. 그것은 행복에 대한 강력한 감정이다. 그것은 온 혈관에 욱신거리는 피를 흐르게 하여 모든 냉소의 자국을 파괴하고 비관적인 철학의 뿌리 그 자체를 강타한다.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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