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기말고사를 치른 유진이가 성적표를 받아왔다.
뭐 성적표까지는 아니고 4학년이 되기까지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친절하게도 과목별루 점수를 적으셔서 보내주셨다.
국어 100 산수 100 사회 84 과학 92 음악 90 미술 90 도덕 90 체육 80........
지딴엔 썩 흡족하지도 않고 잘치뤘던 3학년 성적과 은근히 비교가 되었는지 일일이 더하고 나눈 흔적이 종이 옆에 남아있다.
해보나마나 3학년 성적과 비교도 되지않는다.
송별식 치르고 공원에 있다는 남편과 애들을 생각해서 골드키위,참외,방울토마토 신나게 깎아 싸서 나갔더니 울 유진이가 내미는 성적표에 기운이 좀 빠진다.....흠...
그래도 난 엄마이고 나름 지성, 교양 흉내내며 사는 편이라 '유진아, 백점이 2과목이나 있네..사회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뭐 4문제밖에 안틀린거구,,,다음에 더 잘할 수 있을꺼야,그치? 열심히 노력한 게 중요한거야,유진아 용기를 내...'
입에 발린 엄마 말을 이해한건지..울 유진이 시무룩해진다.
'엄마, 근대요,전 이게 그렇게 못한거라구 생각을 안했는대 엄마가 용기를 내라구 하니깐 못본거 맞는거죠? 원래 용기를 내란 말은 시험 못본 애들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헉~ 정말 나보다 울 유진이가 한 수 위인것 같다. 아니라구 엄청 부인했지만 별루 믿지는 않는거 같지만 일단 시험 못봤다고 의기소침해하기는 커녕 올백 맞은 친구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걸 보니 성격은,,,,,,,,,뭐 괜찮은거 같다.
그치만 유진아 담엔 제발 올백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