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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그래 젊음을 실컷 낭비하려무나. 넘칠 때 낭비하는 건 죄가 아니라 미덕이다. 낭비하지 못하고 아껴둔다고 그게 영원히 네 소유가 되는건 아니란다-102쪽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다. -307쪽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고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96쪽

나는 배고파 하는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서 서럽게 울었다. 아기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자유 때문에 우는 자신을 마녀처럼 느꼈다.-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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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의 글에 대한 매니아적인 나의 애정과  문학작품도 음식과 마찬가지여서 자기 취향에 따라 그 평가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역시 나의 결론은 박완서의 글에는 실망이 없다이다.

'그 남자네 집'은 현대문학 창간 5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한 박완서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연애소설이다.

50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첫사랑  그 남자가 살았던 기와집, 변합없는 모습으로 서있는 그 집을 찾게 되면서 나는 전쟁 중이었던 그 시절 그 남자를 추억하게 된다. 이 원수가 되기도 하고 돈 때문에 미군부대에서 몸을 팔기도 해야했던 어수선한 그 시절, 한국전에 징집되어 부상으로 명예제대한 상이군인인 그 남자와의 만남은 시절의 살벌함도 궁핍함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다. 사랑은 잔잔히 가라앉은 사람의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무료한 삶의 활력과 힘이 된다고들하지 않는가. 하물며 첫사랑의 힘이 아닌가.

그 시절 남자의 누나나 노모가 마련한 돈으로 물질적인 풍족함을 느끼던 주인공과 그 남자에게 시가 사치였다면 그들이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였을지 모른다. '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도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라고 주인공은 말한다.

사랑조차 무료해지고 궁핍의 그림자를 떨쳐버리고 싶은  어느때 쯤  은행원 민호와의 결혼 청첩장을 건네기 위해 그녀가 찾아갔을 때 그 남자는 울고 있다. 그녀 역시도 진실로 슬픈 이별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은 그저 슬프기 때문이다.

결혼을 한 그녀의 남편이 '자유부인'이라는 연재소설에 빠져있을 무렵 다시 만나기 시작한 그녀와 그 남자는  선산 성묘를 핑계로 금지된 욕망의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그 약속의 날  남자는 나오지 않는다. 것이 그의 실명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찾아간 병원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그 남자의 전체, 보이는 상처와 보이지 않는 상처까지를 포함한 한 남자의 전체를 느낀다'.... 그것은 가슴 설렌 첫사랑, 감정과 욕망이 함께 하는 첫사랑이라기 보다는 그저 한 남자, 한 사람에 대한 담백하고 온전한 이해가 아니었을까.  한 시대를 함께 한 그래서 동일한 감정 속에 살았던 한 사람, 그러나 첫사랑을 나누었기에 더 친밀한 한 사람,,,

그리고  적당히 투자를 해가며 집을 늘려가고 이런 저런 집안일에 묶여 생활하던 그녀는 가는 세월 위에 오는 세월이 정확히 겹쳐지는게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워서 생기가 넘치고 젊어지고 덜 불쌍해지기를 원한다. 사랑만이 줄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 그리고 그 힘으로 달라지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에 대한 그리움,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의 진리가  안타까워서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난 것은 곧 헐릴 그녀의 친정집..이제 그녀는 혼외정사보다는 사람되라고 설교하는게 더 익숙한 정서가 되버린 두루뭉실한 여편네가 되어 그 남자의 부음을 접한다. 그러나 이미 결별을 끝낸 그녀는 문상은 가지 않는다.  그녀와 그 남자의 완벽한 결별은 불과 몇 개월 남짓의 첫사랑은 욕망이라고는 한치도 남아있지않은 50년 후의 포옹이었다. 첫사랑은 이렇게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전 생애를 통틀어 천천히 이별을 고한다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결별은 세월을 건너 두 사람의 완전한 이해를 통한 결별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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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예전엔 어린아이였단다
이형진 그림, 타말 버그먼 글, 장미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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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전 아빠의 영구차를 따라가며 울고 있는 내게 보였던 아름다운 꽃과 연둣빛 나무들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저 마음 속으로 부를 수 있을 뿐 함께 숨쉬는 아빠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은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죽음이 뭔지도 모른 채 내 곁에서 따라 울고만 있었던 우리 아이가 49제를 끝내고 울고 있는 내게 물었다.

"엄마 사람은 누구나 죽어?".........

아이는 성장하면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겠지만 정작 질문을 받는 어른의 입장에서 번번히 현명하고 지혜롭게 답을 들려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특히 죽음처럼 스스로에게조차 사실은 그리 확실한 사고의 정립을 갖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질문은 더욱 난감한 일인것 같다.

사실 아동학자들이야 성이나, 죽음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식전달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런 문제들 안에는 어떤 지적 깨달음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고 정서적 부분을 충분히 배려하고 싶은 것이 지극히 평범한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할아버지도 예전엔 어린 아이였단다'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를 통해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는 그림책이다. 궁금한 것이 많은 손자 로디의 질문을 하나도 빠짐없이 진지하고 따뜻한 사랑을 담은 채 설명하는 할아버지의 대답 속에는 세월을 통해 녹아든 지혜가 가득하다.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되고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할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과거의 사진을 통해 맑게 투영되고 누에키우기의 전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슬프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이야기한다.

알을 낳고 죽어가는 누에나방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절대로 죽지말라고 약속하라는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그런 약속은 아무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며 손자를 끌어안는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이별의 길이지만 '영원히 죽지않는 약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손자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에게서 슬픔이나 두려움의 그늘은 읽을 수 없다.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때로 아이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어른에게 똑같이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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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6 11:02   좋아요 0 | URL
죽음..가끔은 생각해 본답니다..하지만 어쩌다 한번씩만 돌아보며 생각해야..내가 더 맘 편해지더라구요..

씩씩하니 2006-06-16 12:09   좋아요 0 | URL
맞아요,,가끔만 생각할래요~

프쉬케 2006-06-16 13:59   좋아요 0 | URL
이청준님의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떠오르게 하네요.
사람의 일생, 그 거역할 수 없는 흐름에 대하여 생각 할 수 있게 하겠지요.
앞서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애정에 대해서도요...

씩씩하니 2006-06-20 10:32   좋아요 0 | URL
프쉬케님..어쩜 저랑 똑같은 생각!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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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사건을 이해할 수 있을 때는 이미 가슴 속에 상처가 지나치게 깊어진 후다.-58쪽

딸은 축복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지 않은 그런 축복이란다. 왜냐하면 그 딸이 조만간 아버지의 마음을 무너뜨리는게 인생의 법칙이니까 말이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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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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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때로 경이로움을 선물하지만 그 차이가 난해함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만국의 공통감정어인 사랑을 주제로 한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의 책은 '바람의 그림자'는 중남미문학에 대한 거부감을 말끔히 털고 스페인 문학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바람의 그림자'는 바르셀로나의 소년 다니엘이 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방문하는 회색빛 안개가 짙게 깔린 새벽으로부터 시작된다. 표지의 사진을 통해 상상력을 제한하지 말고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그려보는 바르셀로나의 새벽은 비밀스럽고 은밀한 향기를 느껴본다.

다니엘은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책 한 권을 골라야하는 관습에 따라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위한 책을 한 권 선택하게 되는데, 다니엘은 운명적으로 '바람의 그림자'라는 홀리안 카락스이 책을 고르게 된다.

 다니엘은 이 책의 마력에 빠져 단숨에 책을 읽어 낸 후 마치 홀린 듯이 홀리안 카락스라는 저자의 또다른 이야기를 찾아 나서고 홀리안 카락스의 불운한 사랑의 어두운 그림자에 몸을 담게 된다.

 홀리안의 또 다른 책들을 향한 다니엘의 집념 안에서 다니엘은 앞을 보지 못하는 클라라를 만나게 되고 소년적인 첫사랑에 빠진다. 이를 지켜보며 스페인 내전을 통해 이념과 정치적으로 희생자가 되버린 이제는 다니엘의 친구이며 서점의 직원이며 홀리안을 향한 그의 짧은 여행에 동반자가 되어주는 페르민은 이렇게 조언한다.

..진정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고 싶다면 그 여자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녀의 영혼을 얻는 것이 우선이며 나머지 것들, 즉, 사람으로 하여금 감각과 미덕을 잃게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포장은 보너스로 오는 것이다..고

 진정 나의 사랑은 영혼을 공유하는 것이었나, 보너스로 오는 것들에만 연연하여 진정으로 소중한 사랑의 의미는 소홀히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다니엘을 통해 베일을 벗으며 실체를 드러내는 홀리안은 단 한번의 사랑에 일생을 바치고 그의 연인 페넬로페 오빠와의 어긋나는 우정, 친구의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 결국 친구를 죽이고자할만큼 증오하게 되는 강한 배신, 숨기기 위해 덮을 수록 더욱 숨막히게 진실을 뱉으며 다가오는 헤어날 수 없는 운명 따위의 감정들이 그의 슬픈 사랑의 무덤에 수북히 덮여있다.

 홀리안의 모든 진실을 알아가면 갈수록 그의 삶과 혼동될만큼 닮아가는 것을 알게되는 다니엘의 사랑은 점점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다니엘 또한 홀리안의 삶 속에 드리워진 어두운 운명의 그림자에 몸을 담그고 슬품 비극으로 사랑을 끝내버릴 것인가, 홀리안의 소설 속으로 도망쳐서 피신하는 외로운 사랑으로 마감될 것인가..

 사랑이라는 주제는 자칫 진부하고 식사할 수 있지만 탄탄한 전개를 통해 당위성의 옷을 입은 그들의 운명적 사랑은 안타까움에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잠시 지금 내 곁에서 남편이라는 일상으로 묶여있는 사랑에 대해 운명이라는 이름을 붙여 새롭게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스릴이 넘치고 흥미로운 반전이 책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술같이 놀랍고 삶의 곳곳에 대한 깊은 그 만의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카를로스의 작가적 능력과 표현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삶 속에서 머리와 가슴 속에 담긴 감동과 이야기들을 어떤 매채로도 구체화할 수 없는 답답할 때  뛰어난 문장으로 딱 이거다! 싶은 표현을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글만이 가진 힘일 것이다.

 ...독서라는 예술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거울이라고, 우리들의 책 속에서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발견할 뿐이라고,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걸고 독서를 한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희귀해져가고 있다고...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으며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서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이 문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에 깊게 남는다.

 가벼운 책들이 넘쳐난다고 불만들을 하지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만을 선호하는 게으른 독서가의 한 사람으로 나 자신을 반성하며 스페인 문학에 대해서 이탈리아 영화만큼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한 인터넷으로 스페인내전 및 바르셀로나에 대해서 단편적으로나마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 또한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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