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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억울해! - 토끼와 거북이 그 후 이야기
아그네스 바흐동 지음, 카산드르 몬토리올 그림, 김영신 옮김 / 푸른나무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작가들의 상상력에 깜짝 놀란 것이 한 두번은 아니지만 우리가 수없이 들어온 '토끼와 거북' 에서 토끼가 얼마나 억울해할까라는 기발한 상상에서 비롯된 '토끼는 억울해' 또한 작가의 창작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토끼와 거북'에서 자만심에 가득차서 경기 중에 열심히 달리기는 커녕 빈둥빈둥 놀다가 결국 거북이에게 지고 마는 어리석은 토끼, 그러나 그 이야기때문에 놀림감이 되는 것이 억울한 토끼가 여기 있다.
토끼는 '토끼와 거북'을 지은 라퐁텐이 한없이 원망스러울뿐 아니라 그 이야기로 하여 자기를 놀림감으로 삼는 숲 속 동물들때문에 우울함에 빠지고 만다. 친하게 지내던 고슴도치조차 멀리하고 고슴도치 아들 마니옥과의 대화도 시들해지고 만다.
그러다 갑작스런 마니옥의 실종, 늑대에 납치된 마니옥을 구하기 위한 동물들의 회의에서 거북에게 눈길이 모아지자 '내가 이긴건 그냥 이야기 속에 나오는 것 뿐이다'며 고개를 숙이고 토끼는 마니옥에 대한 애정으로 큰 용기를 낸다.
결국 마니옥을 구한 것은 토끼의 지략이었지만 늑대 앞에 우뚝 설 수 있었던 토끼의 용기로 하여 이야기 속의 어리석은 토끼는 정말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작가는 우리도 때로 세상 속의 선입견이나 터무니없는 잣대로 나 아닌 나로 세상을 살아가게되지만 그건 사실 세상을 향해 원망과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정말 나'로 나를 인식시키고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정작 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늘 대하던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친숙하며 기발한 발상 때문인지 참 재미있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