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미래그림책 8
야시마 타로 글 그림, 정태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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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야시마 타로는 ‘까마귀 소년’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입니다. 그림책의 온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거친듯 개성 강한 그림이 이 작가의 특징입니다.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터치는 그림에 속도감을 불어 넣습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정지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그런 대표적인 그림이 표지의 안쪽 그림입니다. 빌딩 숲 사이로 새가 날아가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정지와 연속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순간이 바로 그렇지 아니한가요?

‘우산’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인 순간의 일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내가 되었고 그랬기에 그 사소했던 그리고 평범했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우리의 오늘도 그만큼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날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소중한 존재가 아니겠는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산’은 우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 삶의 일상성을 반추하게 합니다.

우산을 쓰고 어른들 틈새에서 걸어가는 모모의 모습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단순함과 일상의 한 컷이라는 상징성을 잘 살려 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春, 夏, 雨, 桃 네 글자로 주인공 모모의 성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싶은 아이가 눈이 부셔서 바람이 불어서 라는 깜찍한 핑계를 찾아내는 것도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요소이지요. 자신의 모습이니까요.

'우산’은 처음으로 혼자 우산을 쓰고 걷는 그런 일이 얼마나 우리 인생에서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이었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조금 거창하게는 자주적인 삶의 시작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우산'은 그렇게 자주적인 내가 또는 남이, 나에게도 남에게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함으로써 긍정적 자아감을 갖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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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집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9
마틴 워델 지음, 장미란 옮김, 안젤라 바렛 그림 / 마루벌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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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집>은 그림책이 가진 무한한 신비감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주제를 드러내는 은근한 접근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비감을 부추겨 몇 백년 동안 아무도 들지 않았던 숨어 있는 집에 먼지 쌓인 어떤 책을 펼쳐 보는 듯 두근거림 마저 느끼게 됩니다.

책 전체 분위기를 감싸고 도는 차분한 분위기가 생동감 있는 유아들에게 재미 없는 책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학 전 아이가 재밌다는 평점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아이는 아마도 직관으로 가족 사랑에 대한 주제를 찾아 읽은 듯 합니다. 외로운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은 삽을 든 인형, 뜨개질을 하는 인형, 가방을 멘 인형입니다.

삽과 뜨개질 가방은 가족의 구성원을 대변하는 소품으로 상징의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글은 그림에 그림은 글에 이렇듯 상호 작용을 충실히 하면서 서로의 내용을 보충하고 자극하는 그림책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에게 작용해야 하는 존재라는 의미가 그림책 그 자체의 느낌들로 몸 전체로 스며옵니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이루어야 할 관심 애정 역할 그리고 그 안에 깃든 평화가 읽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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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2
베라 윌리엄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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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 나타나는 리얼리즘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는 것이 달콤한 환상만은 아니란 것을 아이들에게 맛보게 하면서도 전투적이거나 각박하지 않게 참 잘 쓴 이야기 책이다.

초등하교 입학전의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중학년까지 권해줄 수 있는 포용력이 있고, 고생을 모르고 생각없이 자라는 것이 걱정인 부모들이라면 교육적으로 쓰일 수 있는 교과서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림이나 아이 입장에서 씌여진 문체는 유아나 저학년을 커버하고 주제나 글씨의 양은 중학년까지도 커버하니 한 권으로 언니 동생이 다 볼 수 있는 알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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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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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영국작가 존 버닝햄의 그림책입니다 자유로운 그림을 선보이는 또 다른 작가 야노쉬와 좀 다르게 자유로운 그림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틀을 가지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그림이나 이야기로 어디론가 몰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림책은 다만 아이들의 내부에 있는 어떤 것을 자극해주고 그것들이 보다 창조적으로 펼쳐질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한 역할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야노쉬와 존 버닝햄은 그런 면에서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가들이라는 생각입니다. 보면 볼수록 그들이 왜 그림책 작가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나를 알게 되지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글이나 그림의 수준이 유아 그림책으로 보여집니다. 반복이나 짧은 문장에서 그런 것이 느껴지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자존심을 다치지 않고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또 여러 번 읽으면서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도 다양하게 숨겨져 있습니다. 간략한 글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가 담겨 있고, 그림의 표현 방법이 다양한 것도 나이에 관계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입니다.

또 학교에 다니는 나이의 아이가 나오거든요. 혹 자신의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느끼는 부모님들께도 아이와 함께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다양한 색채와 재료, 표현 기법을 사용한 이런 그림책을 보고 자란 아이는 분명 내면에 많은 미술적 영감들을 쌓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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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8
로버트 맥클로스키 지음, 이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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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 는 요즘처럼 감각적인 그림책이 많은 시대에 단순하고 소박한 그림이 눈에 띄는 그림책입니다. 판형이 유난히 크고 두껍기도 한 이 책은 진한 초록색과 갈색의 조화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자연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덕목 중에 중요한 것 하나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남이라는 것은 사람만을 뜻하지는 않겠지요. 동물은 물론이요, 자기가 쓰는 책상이나 사소한 물건들에도 애정을 가지고 아끼는 마음을 길러야 겠습니다. 이 책에는 인간이 동물을 배려하는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 주세요’는 오리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대도시에서 둥지를 틀어야 하는 오리 부부의 애환이 애환답지 않게 잔잔히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참 절묘할 만큼 적당히 단순하고 적당히 자세합니다. 오리의 날개 짓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는 가 하면 도시의 건물이나 다리 나무들도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게 그려져 있습니다. 색채를 쓰지 않았고, 사용한 재료가 주는 안정감 때문에 단순해 보이고 참 친근합니다.
복잡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음은 스토리 전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리의 생태를 알려 주면서 유아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를 끌만한 스토리입니다. 큰 판형에 전체를 배경 없이 오리들만 그렸다든지, 하늘을 나는 오리의 시각에서 도시를 조망하듯 보여준 그림은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기에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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