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눈물 산하어린이 9
권정생 / 산하 / 199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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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눈물>에는 열 일곱 편의 단편 동화가 들어 있다. 동화의 길이는 짧지만 할 말은 다하고 있는, 인생의 깊이와 넓이가 다 들어 있는 귀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레오 리오니의 프레데릭이 생각났는데, 그 이유는 이 책에 들어 있는 동화들이 거의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다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평등, 평화, 통일, 공생... 관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논문 분량이 되어야 하는 인생의 키워드들이 유년의 색동옷을 입고 곱도 여리게 펼쳐져 있다. 한 가지 흠을 찾자면 작가의 종교성이 직접적을 드러나 있는 몇 편의 동화가 있는데, 그것은 종교가 다른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체로 어른들이 <프레데릭>을 좋아하는 것처럼, 유년동화라고 이름 붙여진 <하느님의 나라>도 어른이 읽을 수 있는 동화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활용하기 좋은 적당한 분량과 알맞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유월에 아이들에게 써오게 하는 전쟁 관련 글짓기들을 이런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초등 선생님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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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마녀래요 - 2단계 문지아이들 6
E.L. 코닉스버그 지음, 윤미숙 그림, 장미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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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외롭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항상 곁에 있는 말인데도 그 말뜻을 짚어 보면 딱히 설명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내 친구가'는 외로움을 가르쳐주는 책이다.'나는 늘 혼자서 뒷길로 학교에 갔다. 9월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아파트로 이사 와서, 같이 다닐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 냄새와 빛깔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한껏 젖혀 목을 등에 붙이다시피 하고 걸었다. 그러면 파란 하늘 사이사이로 물결치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을 모르는 아이가 외로워하는 아이를 배려할 수는 없다.

소외감. 이 말은 외로움보다 한결 더 찜찜한 경우다. 비교할 상황이 있고 여러 무리 속에서 혼자 내둘리는 느낌. 이 느낌은 한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며 괴롭기까지 하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이렇게 드러난다. '둘씩 셋씩 짝지어 가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을 때 집에 가면 덜 외롭다.' 집단이 있으면 외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외톨이가 화자다. 외톨이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 외톨이의 주변에서 문제의식을 찾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동화는 많다. 그러나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보게 함으로써 외톨이를 이해하게 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 '내 친구가 마녀래요'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단지 나와 너, 우리가 존재할 뿐이고 그 존재 가치를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보여준다.

동질감. 엘리자베스가 제니퍼에게 느낀 첫 동류의식은 자기와 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이다.그런데 그건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고 실은 외롬족을 한 눈에 알아 본 것일 게다. 학년에서 제일 키가 작고 전학 온 아이, 흑인이면서 사유지 관리인의 딸. 외로움을 아는 아이의 눈에는 외로워하는 아이가 보이는 법이다.

옥의 티. 제니퍼가 흑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중반부가 다가 와서다.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흑인 여자 아이 그림을 그려 넣고 본문의 삽화에서 일치감치 흑인 여자 아이를 등장 시킴으로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함께 작가의 의도까지 빼앗가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녀가 누구인가, 신비로운 존재,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이들은 아닌 것을 알지만 끝까지 제니퍼가 마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려면 최대한 마녀의 베일을 늦게 벗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참 재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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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입은 지퍼 입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0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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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문제를 경쾌하게 다룬 '따로 따로 행복하게'(보림)가 유아와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이라면, '리지 입은 지퍼 입'은 초등 3,4학년을 커버할 수 있는 저학년 동화이다. '따로 따로 행복하게'가 이혼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책이라면, '리지 입은 지퍼 입'은 이혼 그 이후의 생활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은 무언가 불만이 있을 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차라리 입을 닫고 있는 편이 나을 때 취하는 행동이다. 우리의 귀여운 리지가 지퍼로 채운 듯이 입을 다문 이유는 무엇일까?

'샘 아저씨네 가족은 우리를 데리러 왔는데 차에다 가방 싣는 것을 도와 주었다. 샘 아저씨와 로리 그리고 제이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얼룩이 덕지덕지 묻고 , 작아지고, 달라진 것은 바로 내 자신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리지는 이런 느낌들로 차 있는 자신을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새 아빠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 리지가 또 다른 새 아빠를 맞이 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이 당사자인 리지의 입장에서 짧은 호흡으로 담백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이들은 심각한 것과 거리가 멀다. 심각한 국면에서조차 웃고 떠들며 철없음을 내보이는 것이 아이들의 속성이다. 그래서 재클린 닐슨은 이혼으로 말미암은 가족간의 갈등을 심각하지 않게 그렸다. 자연히 아이들이 읽기에 쉽고 편하다. 책의 크기나 디자인, 두께, 삽화가 모두 아이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

리지는 도무지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거나 적응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로 나오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세 번째 아빠를 맞이 해야 하는 일을 왜 받아 들이고 싶겠는가. 리지의 무언의 항거는 그래서 이유가 있다. 리지는 증조할머니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고도 행복하게 새 가족을 받아 들이게 되었지만 실제 재혼 가정의 아이들은 그런 중재자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한 집 건너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혼이 쉬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서양과 달리 우리 사회 특유의 엄숙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에서 이혼 가정의 아이가 갖는 이물감은 더 심각하다. 우리 나라에도 이혼과 재혼 문제를 우리 나라에 맞게 다룬 창작 동화가 많이 나왔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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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네 마리 입양 시키기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11
마릴린 색스 지음, 로잰 리트징어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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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꾸러기 문고의 신간이다. 내가 꾸러기 문고를 좋아하는 이유는 창비의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데, 초등 저, 중학년에게 알맞은 장정과 글자 크기 그리고 책의 두께 때문이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도 이 정도 두께와 가벼움을 지닌 책이라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학년들은 특히나 겉보기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요즘 귀차니스트 초등학생들은 어려워 보이는 책엔 접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이..'는 쉽게 손이 갈 책이다. 내용면에서도 잘 넘어가는 문체, 특별 할 것 없는 일상적 분위기를 끌고 가는 적당한 긴장감,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무게감이 공존한다. 요즘 번역되는 일련의 미국 작가들의 책을 보면 그들의 출생 연도와 상관없이 적당히 가볍고 그 만큼 적당히 심각한 특징이 있다.

이들의 책은 인생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인생의 어두운 곳과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긍정적으로 제시한다. 그런데도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거나 가슴 절절한 감동을 받긴 힘들었다. 하지만 꼭 그것이 단점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이 아이들 수준에 맞는, 생각해볼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책에 친숙하게 다가가야 내용도 읽고 감화도 받는 것이니까.

'고양이...'도 그런 지극히 미국적인 책들 중의 한 권이다. 가난한 거리에 사는 아이, 엄마가 직장에 나가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혼자 지내야 하는 열 살 소녀 릴리. 릴리는 괴팍한 프리먼 아저씨가 베풀어 준 한 번의 친절에 감동 받는다. 그 아저씨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에 릴리가 프리먼 아저씨의 못생기고 사나운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이웃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새로 고양이의 주인이 되는 세 명의 어른들과 집 주인, 새로 이사 오는 할머니들 모두 개성있는 인물들로 그려져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못 생긴 고양이들에게 아이다운 연민과 애정을 쏟는 릴리와 소박하게 살아가는 주변의 인물들이 거리감이 없이 친숙하게 읽힌다.

설명하는 것 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갖는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릴 리와 주변 인물들은 부유한 인물들이 아닌데 그런 인물들이 못나거나 불쌍하게 그려지지 않은 점이 맘에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어도 무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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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여름 - 소년한길 소년소설 1
베치 바이어스 지음, 테드 코코니스 그림, 김영진 옮김 / 한길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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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평가는 좋은 작품이라면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확 낚아채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인생이라던가, 감동이라던가... <열네 살의 여름>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뭔가 그 확 낚아 채지는 게 있다. 사춘기를 앓는 청소년 들이 읽는다면 자기 마음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쟈스민 결혼식에 가다> 류의 소설을 읽은 그런 향수가 밀려왔다.

사라와 완다, 챨리 남매는 6년 전 엄마를 잃고 고모 밑에서 산다. 한 번씩 주말에 오는 아빠에 대한 원망과 잔소리 쟁이 고모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사라지만 자폐증세를 보이는 찰리를 생각하는 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열네살 청춘이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외침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것은 남을 해코지 하기 위함도 아니고 자기를 몰락시키려고 함도 아닌데 나름대로는 죽고 싶을 만큼 절실하고 위험하다. 그런 감정들이 찰리의 실종 사건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함으로써 포기하고 체념하며 인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포기나 체념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패배의식 같은 걸 말하진 않는다. 받아 들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긍정적으로 나가는 희망 같은 게 이 책에는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계단론'이 그것인데 높이가 다른 계단을 올라 가는 것, 아빠는 지쳐저 저만큼의 아래 계단에서 쉬고 있다는 것. 성숙이란 내가 크는 것 만큼 남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라는 보여주고 있다. 번역도 청소년의 수준에 맞게 감각적이고 삽화도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었다. 중학생 도서로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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