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똑딱! Wonderwise (그린북 원더와이즈) 1
제임스 덴버 글 그림, 이연수 옮김 / 그린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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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치원에서 돌아 온 아이가 문 앞에서 울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아이가 평소 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을 했고 나는 아이 오는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한다고 한 것이 아이를 문 앞에서 5분을 기다리게 한것이다.평소에 이런 일을 염려한 나는 항상 아이에게 '만약 엄마가 없어도 계단에 앉아 기다리면 엄마는 '금방' 온다' 이렇게 교육을 해두었던 터였다. 그런데 아이에게 '금방'은 너무 긴 시간이었고 기다림에 지친 아이가 울려고 하는 찰나에 내가 도착 한 듯 했고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이 솟구친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얼마나 기다렸어' 라는 무지한 질문을 했고 아이는 '조금 많이'라는 최선의 표현으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일을 계기로 나는 아이에게 5분, 10분의 시간 개념을 가르쳐야 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시계 보는 법까지 가르쳐야지 라며 평소 하던 생각을 실천해야 겠다고 맘먹었다. 그러던 차에 도서 검색을 하다가 '똑딱 똑딱'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시간을 가르치기= 시계 보는 법이라고 생각하던 나의 무지함을 일깨웠다. 일곱살 아이에게 시간 개념을 가르치려면 시계 보는 법이 아니라 시간 인식하기부터 접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똑딱똑딱'은 참 적합한 '교재'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늘 시간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이 실제로 느껴지게 하는 책이다. 그 접근 방법이 단계적이며 실생활에서의 예를 충분히 들어 놓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심장 박동을 직접 듣기, 눈을 깜박이지 않고 40초 동안 있기 등 직접 해볼 수 있는 예가 많고 이러는 동안 시간과 친구 할 수 있겠다. 또 '파리는 1초에 날개를 몇 번 파닥일 수 있을까' 이런 문제 내기를 할 수도 있어서 활용할 여지가 많은 책이다.

우리 아이는 아직은 혼자서 이 책을 읽진 않는다. 얼마 전 저의 눈높이에 맞춘 '공기 물 불' 이런 책을 방바닥에 펼쳐 두었더니 재미없는 책이라며 아예 볼 생각도 않았다. 이 책 역시 읽어 줄 때는 제법 흥미를 보이는 듯 하더니 혼자서는 안 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과학책의 낌새만 보여도 재미없다고 느끼는 우리 집 꼬맹이 같은 아이에게 적합한 책이다. 단 엄마가 자주 읽어주어 책과 아이를 친하게 해줄 필요는 있다. 학령 전 아이에게 시계보기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먼저 읽어 주길 권한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혼자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 엄마가 아이에게 이 책을 매일매일 읽어 준다면 아이가 시계보는 법 그 이상의 것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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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공책 - 옹달샘 창작동화 1
소중애 지음, 문종성 그림 / 바른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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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현장감이 살아 있는 동화. ‘찢어진 공책'은 아이들이 그들이 처한 일상에서 참다운 지혜를 배우고 공감할 수 있도록 주제가 다른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다. 그런 만큼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와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주인공들은 이제 막 학교라는 사회에 나와 친구들과 선생님, 학교의 규칙들 사이에서 좌충우돌 할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다. ‘2학년 장난 꾸러기들’에 나오는 운표와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 갓 입학한 1학년 강현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고 우리 선생님의 모습이다. 선생님 말씀에 아랑 곳 하지 않고 교실 밖 입학식에 온통 신경이 가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 교과서보다 실내화가 더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며 실내화 위에 자기 이름대신 똥이라고 써 놓은 엉뚱한 아이 운표. 운표는 친구 나오미가 1학년에게서 머리핀을 빼앗자 후환이 두려워 1학년 복도에 못 내려간 소심한 아이면서도 학교에 든 도둑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지는 용기와 순발력을 보여 준다.

그런가 하면 숙제도 안 해오고 교과서도 안 챙겨와 선생님 입에서 내가 못 살아를 연발케 하는 이른바 찍힌 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운표의 행동에서 이상함이나 악함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너무나 그 또래다운 아이다움에 빙그레 웃음지을 뿐이다. 숙제와 책을 잘 챙기며 선생님 말씀하실 때 언제나 집중하는 아이가 운표와 같은 자유스러움이나 도둑을 잡는 대담함을 갖출 수 있을까. 이런 운표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잘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에 끼워 맞추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부모 수준에 맞춰 자라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꼬마 선생님’은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일학년 여자 아이가 지하 방에 세 사는 문맹 할머니를 통해서 학교에 적응한다는 얘기다. 범희와 할머니는 둘 다 모자람이 있는 인물이다.

범희는 초등학교 신입생인데 선생님이나 친구관계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 할머니는 파출부 일을 나가며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이다. 친 할머니가 아닌데도 주위의 어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범희는 요즘 아이들이 본 받을 점이 많다. 그리고 모자람이 있는 두 인간이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갈 희망을 일구는 이야기에서 흔하지 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찢어진 공책’의 효성이는 정말 착하고 귀여운 아이다. 이기적인 요즘 아이들에게서 찾아 보기 힘든 솔선수범의 자세를 갖고 있다.그러나 잘하고 싶은데 언제나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아이. 의도와 관계 없이 벌어진 결과 때문에 야단 맞고 서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완벽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번뇌하고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완벽함을 요구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먼저 아이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찢어진 공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이들의 특성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나 교사가 읽어도 참 좋을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면서도 소외된 어른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지하 방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나 실직한 아버지가 그들이다. 그런 상황들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묻혀 유별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그런 사람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운표, 범희, 효성이,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 용이는 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들이다, 다소 덤벙대고 엉뚱하고 소심하면서도 당차고 용기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아이다운 사랑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는 늘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가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찢어진 공책’은 문제는 문제시 하는 데서 오는 거라고 믿고 있는 평소의 내 소신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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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발레리나 타냐
이치카와 사토미 그림, 페트리샤 리 고흐 글, 장지연 옮김 / 현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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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일곱 살 된 딸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고 싶어 안달이다. '어린이와 그림책'을 읽고 어린이 그림책에 대해 새로이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일곱살 난 나의 딸아이는 그림책 읽어 준다는 엄마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벌써 엄마 무릎을 떠나 홀로 읽기에 눈을 뜬 탓도 있겠지만, 컸다고 엄마를 귀찮아 하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어 서운함이 있었다. 그런데...우리 딸이 '엄마! 읽어 주세요'하며 스스로 들고 온 책이 '꼬마 발레리나 타냐'이다.

오랜만에 기꺼이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딸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읽어 준 책- 타냐. 그 표지엔 자기에게 두 치수 쯤 큰 언니 옷을 입고 엄마 스카프를 휘날리며 발레를 한답시고 방안을 뛰어 다니고 있는 우리 딸의 모습이 있었다.딸을 키우는 엄마들과 그 딸들이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 타냐. 공감한다는 것 만큼 책에 흥미를 느끼는 요소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밝으면서도 달뜨지 않은 인디언 핑크의 차분한 색조와 타냐의 귀엽고 우스꽝스런 몸짓에서 나는 '우리가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고 있구나' 새삼 육아의 기쁨을 찾아 느낄 수 있었다.

플리엣이나 아라베스크 따위의 발레 용어도 자연스럽게 내용에 묻혀서 이제 막 발레를 배우는 아이들에겐 '공부'의 효과도 있겠다. 엉큼한 엄마들의 발레 복습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는 예쁘고 재미있는 동화이다. 타냐를 생동감있게 창조한 작가 이치카와 사토미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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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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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야기'는 마루벌에서 나온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4권 중의 한 권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가 읽기에 또는 내가 읽어 주기에도 글이 좀 많다 싶은 시기에 순전히 엄마 욕심으로 구입한 책이다. 처음 책을 본 순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이었던 것이다.

'봄 이야기'는 머위의 생일을 찔레꽃 울타리 마을에 사는 이웃들이 작은 소풍을 준비해 축하해 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는 가족 사랑, 이웃 사랑의 모습이 잔잔히 흐르고 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내용을 따뜻함이 느껴지게 풀어 놓았고.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표현했다.우리 아이와는 숨은 그림 찾기를 했을 만큼 구석구석 세세한 묘사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보고 또 봐도 새로 찾을 거리가 있는 마술 상자 같은 책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의 잔잔한 느낌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는 것은 그림의 배열이다. 글자와 그림의 구성이 다양하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어서 안정감 속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림이 일품인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어휘의 부드러움이다. 읽어 주기에 적당한 어조로 쓰여 있기도 하지만, 어휘 하나하나에 살갑게 정이 가서 좋아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주인공 이름은 머위. 돌능금나무에 사는 사과 할머니, 나무 딸기, 저장 그루터기, 딱총 나무 덤불에 사는 까치 수염 아저씨... 이런 어휘들만으로도 이 그림책이 단 시일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자연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이 자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쓴 역작임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는 머위, 눈초롱, 바위솔...이런 이름 앞에서 왜 우리 아이 이름을 이렇게 짓지 않았나 통탄한 바 있다^^. 그럴 정도로 찔레꽃 울타리 마을은 내가 살고픈 동네다. 꼬마 아이의 생일에 동네 사람이 모여 소풍을 가고, 풀잎으로 짠 보자기를 펼치고 음식을 내놓는 정경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다. 내가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공유함으로써,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엄마의 이상을 마음에 담을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레 아이의 삶에 반영되리라. 그것이 아이의 눈높이를 어른의 눈높이로 끌여 올려서가 아니라, 내가 아이의 눈높이로 낮아져서 읽히는 것이기에 더욱 기쁘다. 이런 기막힌 삶의 체험을 그림책을 읽어 주며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라일락 나무 한 그루의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하는 이 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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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마리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2
완다 가그 글 그림, 강무환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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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봐도 그림이 특색있는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제목 역시 그러했지요. 백만마리의 고양이-. 제목이 주는 호기심 또한 만만찮았지요. 백만 마리의 고양이를 읽고 나면 옛 이야기 한 편을 잘 들은 듯 여겨집니다. 왜 그런가하고 까닭을 살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행복하고 살고 있었지만, 적적해서 한 마리의 고양이라도 키우길 소원하게 되었다. 이런 시작이 우리의 옛이야기에도 발견되는 설정이라 친근함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한 마리의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고개를 넘고 넘어 다다른 곳은 고양이가 수억마리가 있는 곳이었요. 일종의 이상향이었지요. 할아버지는 이상향을 현실 속 할머니 곁으로 옮겨 오고 싶어합니다. 할아버지가 수억마리의 고양이의 할머니 곁으로 데려 온 순간 현실은 꿈을 깨게 해주죠. 이 많은 고양이들이 우리 집까지 먹어 치우겠어요-.

하지만 옛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따로 있지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어머니를 잡아 먹은 호랑이를 굳이 잔인하게 인식하지 않은 것처럼 그 많은 고양이가 자기들끼리 먹고 먹혀서 작고 초라한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만 남게 되었단 겁니다. 따지고 들면 그 새끼 고양이가 최후의 승자란 얘긴가?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지만 그냥 두루뭉실 넘어가는 것이 또 옛이야기의 매력이란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그 작고 초라한 고양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세상에서 제일 이쁜 고양이가 되었다는 결말도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에서 훈훈한 교훈?을 남겨 줍니다

다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해 알아 보았더니 특이한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더군요. 작가는 미국 속의 유럽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이민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 그 곳이 옛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그림책으로 냈다니 그림책이 독특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완다 가그의 그림은 생각을 펼쳐주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가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부드러운 리듬감이 느껴지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구름이 떠다니는 느낌 강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 구름의 배열이나, 굽이굽이 산 길,나무에 매달린 고양이, 할아버지의 수염의 실루엣이 일체감이 있습니다.그런 그림에서 저는 떠도는 자의 이미지가 읽혔습니다. 단순하게 그린 듯하면서도 섬세한 이미지가 많은 울림이 있기도 했구요.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우리도 그 수 많은 고양이 무리 속 한 마리가 되어 할아버지 뒤를 따라 굽이굽이 산 길을 걸어 보고 싶은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림책의 그림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는 얘기를 저는 이 그림책에서 체험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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