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밭으로 오세요
공선옥 지음 / 여성신문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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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울컥 모질게 내뱉은 말에 작은 애가 저쯤 가서 훌쩍거린다. 먹어라 먹어라 할 때는 안 먹는 애들이 내가 좀 일을 한다 싶으면, 그렇게 배가 고픈 것인지, 티비 보면서 누워 있는 애비는 솥에 있는 밥 떠주는 일도 못하는 것인지 밥은 꼭 엄마가 챙겨줘야 하는 것인지...냄푠 들으란듯이 밥그릇을 놓으면서 '어유, 지겨워'
한마디 내뱉고 난 후,

하필이면 이 글을 읽을게 뭐람. 작가는 이렇게 얘기했다지...
'화장을 예쁘게 한 여자는 아름답다.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아름답다. 좋은 옷을 입은 여자도 아름답다. 그러나 화장하지 않고 날씬하지도 않고 남루한 옷차림을 한 아이 딸린 여자가 노동하는 모습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없다'

모성처럼 지긋지긋한 것이 없다. 어미라면 그런 느낌을 한 번쯤은 다 가져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내팽개치고 싶어도 내팽개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모성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어떤 행위를 요구하고 정신력을 실험하기에...'수수밭으로 오세요'는 어미의 마음을 얘기한다. 이 책을 읽고 어미의 마음을 생각하고 있으니 일단 의도는 성공했다고 봐야겠지.

이 책의 주인공인 필순은 내게 어미보다 여자로 읽혔다. 사실은 그게 그건데 이렇게라도 구분이 하고싶다. 가련한 생명을 품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지어낸 것이 아니라 그래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미도 여자이고 인간인 것을 담담히 잘 그려냈다. 어미 얘기를 하면서도 여자인 필순의 심리묘사가 생생하다. 어미와 인간, 두 인생을 살아야 하기에 조선 여성들의 삶은 신산하다. 지식인의 허위의식이나 안되는 건 안되는 그런 인생의 이면을 긁어주긴 했는데, 더 후벼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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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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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집었을 때 손으로 전해진 느낌은 따뜻함과 순후함이다. 조화로운 삶, 두부와 연결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책장을 여니 목록 페이지의 재질과 글과 그림이 마음을 짠하게 빼앗는다. 단숨에 읽힌다. 지은이의 이력은 단숨에 살아진 그것이 아니련만 그의 야생초 편지는 그만큼 쉬운 호흡으로 읽힌다. 지은이는 글중에서 자신의 교만에 대해 얘기했지만, 지은이가 낮아져서 쓴 겸손의 미덕이 그대로 느껴져서겠지...날씨가 따듯해져서 들풀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이 책을 들고 들풀 맞이를 하고 싶다. 그렇게 가만히 사계절을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헝클어져서 제대로 풀어내기가 힘들다. 내 삶이 미안하기도 하고, 지은이가 존경스럽기도 하고, 동지를 찾은 기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다. 편지글이라 쉽고, 그림이 훌륭하며,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빌려 볼 책이 아니라 사서 볼 책이며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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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릭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8
토미 웅게러 글, 그림 |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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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프랑스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뤼즈 보도라는 할머니가 살았어./할머니 아들은 아프리카에서 파충류를 연구하고 있었지./어느 날 아침에, 우체부 아저씨가 도넛처럼 생긴 이상한 소포를 가져왔어./보도 할머니는 소포를 열어 보고 꺅 비명을 지르고 말았어.할머니의 아들이 생일 선물로 뱀을 보냈지 뭐야./

‘크릭터’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보아뱀은 보기만 해도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존재다. 그런 크릭터를 보고 뤼즈 보도 할머니도 처음엔 ‘꺅 비명을 지르고’ 만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뱀이 자신을 해롭게 하는 뱀인지 아닌지 먼저 ‘알아보기’를 한다. 그리고 독사가 아닌 것을 안 다음엔 애정을 쏟아 보살핀다…그 이후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처음엔 경악스런 존재도 마음을 열고 사랑을 쏟았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이렇게 말하면 너무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동화 같은 느낌인데, 크릭터는 그런 책은 아닌다. 크릭터-자연이나 외로운 존재-를 상징하는 연두색, 그리고 인간과 문명을 상징하는 주황색(살색?)으로만 대비된 그림에서 도식적이거나 교훈적이거나 하는 말을 연상하기는 어렵다. 틀이 지어지지 않고 열려있는 공간에 쓱쓱 그린 펜그림은 크릭터가 인간과 교류하는 비현실성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 단순한 매력이 있다.다만 토미웅게러가 미국에 살 때 그린 그림책이어서 알파벳이 나오는 것 같은데, 차라리 불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마지막에 '공원'이란 단어를 불어로 처리했듯이...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며 세상을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즐겨 읽어서 좋다. 아이들도 이런 세상을 꿈꾸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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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뭐예유?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8
김기정 지음, 남은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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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할아버지들이 콧물을 흘리고 다닐 때 이야기에요.' 시작부터가 심상찮았다. 첫 문장부터 재미를 예고한 '바나나가 뭐예유?'는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한 편의 '이야기'였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삶을 살았던 산골마을 지오와 그 마을 사람들에게선 옛이야기의 매력이, 바나나 트럭이 뒤집힌 바나나 사건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에선 '인간' 냄새가 거름 냄새처럼 구수?하게 풀어져 있다.

글과 함께 그림이 주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데, 튀지 않게 오려 붙이기를 한 기법이나, 종이의 색을 달리해서 토속적인 느낌을 살린 점, 이야기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그림의 구도 따위는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각자의 해석으로 유쾌할 수 있는 가족용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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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아이 보리 어린이 13
임길택 지음, 강재훈 사진 / 보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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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골아이가 아니다. 울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나뭇짐이나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랐다면, 나는 산골아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동네 혼자 사시는 할머니집 문간방을 빌었다. 그리고 호롱불 밑에서 밤이 새도록 공부를 했고, 대처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되었다. 그 산골아이의 딸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지금 <산골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울컥 올라오는 뜨거움을 감출 길이 없다. 나, 산골로 돌아갈래...

임길택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산골아이>의 표지에 있는 말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를 읽으며 나도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되다 못해 내내 울기까지 하였는데,문득 머리말에서 우는...이라는 단어를 본 것이 떠올랐다. 다시 머리말을 읽어보았다. '...<할아버지요강>의 머리말을 보면 나는 우는 것을 사랑합니다.(...)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하는 글귀가 나와요.세상과 글을 대하는 임선생님의 태도를 여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우는 것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그래서 내가 울 수 있었구나. 새삼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은 성공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 자신은 또 얼마나 우셨을까요...

선생님의 마음의 울림이 잘 드러난 싯귀를 옮겨 적으려 책을 뒤적거립니다. 다 옮기고 싶어서 욕심이 납니다. 그래서 자꾸자꾸 뒤적이기만 하고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책을 덮고 생각나는 시 하나를 옮기자. 그랬더니 옥수수 타기기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옮겨 적습니다.

옥수수 타기기- 기계로 미처 다 털지 못한/옥수수를 고무 대야에 담아다 놓고/도장방에 앉아 어머니와 송곳으로 타기는데//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손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히려 하며/아파 왔다//그걸 어머니에게 내보이니/어머니가 웃으면서/손이 일을 알아보아 그렇다 했다//지금 우리 나라에 이 일을 하는 아이는/나 하나 뿐일지 모른다며/이다음 어른이 되어 손이 다 자라면/어릴 적 이 일들을 떠올릴 거라 했다./그리고/남들이 안 해 본 이런 일들을 한 사람들이/옛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 들으며 새 세상 아이들/꿈을 꾸며 자랄 거라 했다.

<산골아이>에 실려 있는 사진은 마치 임선생님이 산골 아이를 바라 보는 시선 그대로가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임길택과 강재훈은 동명이인이 아닐까요...다음엔 사진 작가의 말도 책에 같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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