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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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초등생 딸에게 읽힐 마음으로 빌렸다. 다행히 '내가 먼저 읽고 줘야지' 그런 마음이 들어 가볍게 책을 들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그 시절엔 그랬지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인물의 일대기를 적당히 사회현상과 엮어 이야기를 틀어 낸 작가도 다시 보게 되었다. 쉽게 쓰지 않았겠건만 쉽게 읽히는 책이다.

짱아로 본다면 성장소설이고 봉순이 언니로 본다면 1960년대 우리 언니 누나들의 일대기이다. 리뷰들에선 '그래도 희망...'운운하며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 반대로 읽혔다. 발버둥쳐도 인간의 주어진 운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생의 사소함과 부질없음 그래도 희망을 놓지않는 덧없음. 다소 냉소적으로 읽혔다. 주제는 다르지만,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생각나니 그런 류라고 해도 되겠다. 읽고 나니 공지영 장편 소설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보인다. 나처럼 초등학생 읽히겠다고 빌려오는 엄마가 없길 바란다. 읽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아동을 독자로 씌여진 책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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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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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삶의 모습이다. 지금 우리는 과연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을 남의 탓이라 말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 한 권을 읽었다. 행복한 청소부는 그림책이다. 매 페이지 마다 오른쪽 전면은 신비함이 넘쳐 나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왼쪽에는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입말로 다정하게 이야기 하듯이 씌여진 글의 내용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라면 누구라도 즐거이 읽을 수 있겠고 1,2학년도 엄마 무릎 위에서라면 다소 글이 많은 감이 있지만 재미있게 들을 수는 있겠다.

그림의 전반적인 색조는 어두운 감이 있으나 그것은 음악이라던가 책의 내용 또 그것을 즐거이 탐구하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훌륭히 형상화 해내고 있어 부담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꿈속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소부의 표정은 생각을 유발 시키는 힘이 있으며 순수하고 성실한 인간미를 잘 살려 내고 있어 친근하다.

행복한 청소부는 다소 교훈적인 동화이다. 그런데 그 교훈적인 것인 이야기의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직업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하면서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직업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행복이라는 것은 내가 가꾸는 것이라는 인생의 절대 진리 속으로 유도하고 있다. 비록 청소부지만 자기 일에 만족하고 열심히 살기에 행복하였던 청소부가 있었다. 어느 날 자신이 매일 닦고 있는 거리의 표지판에 있는 작가나 음악가에 대해 아이만큼이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인물에 대해 작품에 대해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깨우치고 즐기다가 그것이 전문가의 수준이 되어 그것으로 유명해지고 명예의 유혹을 받았지만 청소부로 행복했기에 청소부로 남는 다는 이야기 속으로 아이들을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행복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다소 철학적인 물음을 던져 주는 얘기 이면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직업이 아닌 최선을 다한 삶 속에서 만족하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 위에 또 다른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라는 메시지에서 우리는 크게 삶의 자세와 방향성 같은 의미를 캐내고 그것을 아이들과 얘기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청소부가 행복했던 이유를 찾아 보고 그것을 내 현실 속에서 행복의 개념과 연결시키고 차이점에 있는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찾아 보면서 가치 있는 삶에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기에 독서력이 있는 3학년 정도에서 가치관 형성의 중요한 시기인 5,6학년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보다 효과적이겠다. 더불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며 하루하루를 다람쥐 체 바퀴 돌 듯 사는 현대의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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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 강소천 고학년 대표 동화
강소천 지음, 윤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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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딱따구리의 존재는 ‘아하하하 아하!’ 하고 이상한 소리로 우는 만화 영화의 딱따구리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저녁 무렵에 동생들과 앉아서 열심히 본 만화 영화 속의 주인공. 그리고 좀 더 커서는 동물의 세계에 나왔던 딱따구리의 모습. ‘야! 정말 저렇게 나무 둥치를 파서 집을 짓고 사는 구나’ 하는 신기함. 그런 정도 였다. 오늘 내가 읽은 ‘딱다구리’는 아버지를 잃은 두 아이가 아버지의 존재를 떠올리는 매개가 되는 ‘아비’로서의 딱따구리이다. 어릴 적 만화영화 속이 딱따구리가 유쾌함의 재미를 주었다면 강소천의 ‘딱따구리’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감동을 주었다.

‘딱따구리’의 주인공 나와 희성이를 보며 나는 요즘 주변에서 보는 아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 십년의 세월이 가로막고 있고 작품 속의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해도, 작품 속의 아이들은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 없는 환경에서 크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지극한 마음은 어린아이 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지닌 나와 희성이. 부족함 없이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부족함이 있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부족함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겐 위로가 될만한 인물들이다.

또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일인칭 시점으로 표현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아버지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결 쉽게 이해하고 감정동화가 되기 쉽겠다. ‘열렸다 닫혔다 하는 무덤은 없나 지금이라도 아버지 무덤이 활짝 열리기라고 하면…’에서 읽혀지는 ‘나’의 마음은 참으로 안타까움 그 자체다. 내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려면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미루어 짐작하고 그 사람이 입장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사려가 깊거나 인생 경험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 경험이 짧고 더구나 불행에 대한 경험이 거의 전무 하다시피한 요즘의 천방지축 10대들에게 ‘나’의 독백은 참으로 진실되게 와 닿으리란 생각이다.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보살피고 도움을 줄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어른의 수십 마디 말보다 딱따구리에서 읽혀지는 주인공들의 마음에서 아이들은 더 쉽게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리라. 그리고 딱따구리 사건에서 나와 희성이가 자신의 상황과 연결해서 이해하고 그것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해서 행동하였다는 자체가 참으로 교육적이다. 아동문학이 어쩔 수 없이 교훈을 담는 문학이어야 한다면 감동을 통해 자연스레 마음을 울리는 그런 교훈이어야 하고 ‘딱다구리’는 그런 아동 문학의 예를 잘 드러내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아동 문학의 힘이 한 번 더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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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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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괭이 부리말 아이들을 다 읽었다. 책을 덮고, 겉장을 한 번 쓰다듬어도 보고 그림도 한 번 보고 책장을 훌 넘기며 보고 앞으로도 보고 뒤로도 본다. 표지의 삽화을 보면서 얘가 숙자겠네 얘가 동수겠네 책 속의 인물들이 막 살아 나올 것만 같은 현실감과 솟구치는 애정을 주체할 길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습관적으로 이 글을 쓴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어디를 어떻게 뜯어 봐도 이 글은 쥐어 짜내 듯 나온 글이 아니다. 그냥 일기문이고 생활문인 것 같은 지극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글이 거짓말을 못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발견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읽어도 이 글은 작가의 생활에서 나왔다는 것이 절로 읽힌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글…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아~어떻게 이런 현실이 있을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래 정말 리얼리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현실은 이 글 보다 훨씬 더 열악하겠지만 이 글 속에는 현실을 버리지 않고 뛰어 든 젊음이 있어 희망이 있다. 작가가 이 글을 동화로 쓰지 않았다면 더 삭막한 리얼리즘이 펼쳐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이 동화로 씌여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각자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면 만족한대로 불만이면 불만인대로 나와 남을 돌아보게 하는 책.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방송국 피디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지 않는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너무 대단하단 생각을 한다. 이 글을 쓴 작가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책을 출판한 창비, 가슴을 턱 내려 앉게 만드는 그림을 그린 작가 다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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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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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서슴없이 선택한 것은 단 두 어절 때문이다. 표지에 있는 작은 글씨-'백석 동화시' 백석이라는 이름도 동화시라는 장르도 내게 망설임 없는 선택을 하게 했다. 향토적인 서정시를 주로 써 우리 문학사를 빛 낸 월북 시인 백석. 그는 일찌기 아동문학에서는 산문보다 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하여 동화시라는 독특한 장르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만큼 '개구리네 한 솥 밥'은 다양하고 감각적인 입말들이 풍부하게 살아 있어 아이들의 감성을 톡톡 건드려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의 표지를 보면 동그란 멍석을 깔고 개구리가 미소 띤 얼굴로 숟가락을 여섯 개나 들고 있다. 물론 그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솥 밥이 있다. 그리고 개구리 뒤에 애기 똥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첫 장을 펼치면 달개비를 뒷 배경으로 돌돌 만 멍석위에 앉은 개구리가 기운 옷을 입고 앉아 옷을 깁고 있다 물론 그 옷은 바지 저고리다. 그리고 시작은 이렇다.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러 /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이렇게 길을 나선 개구리는 도중에 곤경에 처한 소시랑게, 쇠똥구리, 방아깨비...들을 구해주었다. 덕분에 형 집에 늦게 도착한 개구리가 어두운 길을 돌아 오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그러나 도움을 준 곤충들에게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이야기가 간결, 반복되는 구문 속에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작은 아이가 잠들어서 읽어줄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동화시가 주는 매력을 듬뿍 느끼고 싶어 혼자서 소리내어 읽고 있었다. 옆에서 일기를 쓰던 4학년 큰 아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앉는다. 다 읊조리며 읽고 나니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민족의 동화책을 찾은 느낌이다. 옆에 있던 아이도 '엄마 정말 재미있어요 전래동화를 읽은 느낌이에요' 한다.

나는 전래동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조선의 감성 지극히 민족적인 정서를 듬뿍 느끼는 감격을 맛보았다. 이 책을 텍스트로 곡조를 붙여 노래로 만들어 부르거나, 반복 되는 말을 모아 유치원 아이들이 동극을 하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입학 전 아이들에게 언어적 자극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평소에 아이가 표현력이 없다고 느끼는 엄마는 이 책을 꼭 읽어 주라고 권하고 싶다.

그림도 동화시를 살려 내는 데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개구리가 형에게 가는 장면 장면에 등장하는 풀 꽃 들이 이 책이 우리 나라 동화책임을 증명하고 있다. 달맞이 꽃, 메꽃,꿀풀, 냉이, 토끼풀, 질경이는 그림 작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의 비중있는 조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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