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아이 보리 어린이 13
임길택 지음, 강재훈 사진 / 보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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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골아이가 아니다. 울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나뭇짐이나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랐다면, 나는 산골아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공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동네 혼자 사시는 할머니집 문간방을 빌었다. 그리고 호롱불 밑에서 밤이 새도록 공부를 했고, 대처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 되었다. 그 산골아이의 딸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나는 지금 <산골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울컥 올라오는 뜨거움을 감출 길이 없다. 나, 산골로 돌아갈래...

임길택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산골아이>의 표지에 있는 말이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남기고 간 시를 읽으며 나도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되다 못해 내내 울기까지 하였는데,문득 머리말에서 우는...이라는 단어를 본 것이 떠올랐다. 다시 머리말을 읽어보았다. '...<할아버지요강>의 머리말을 보면 나는 우는 것을 사랑합니다.(...)그 우는 것들의 동무가 되어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하는 글귀가 나와요.세상과 글을 대하는 임선생님의 태도를 여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랬구나...우는 것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그래서 내가 울 수 있었구나. 새삼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은 성공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남을 울리는 시를 쓴 선생님 자신은 또 얼마나 우셨을까요...

선생님의 마음의 울림이 잘 드러난 싯귀를 옮겨 적으려 책을 뒤적거립니다. 다 옮기고 싶어서 욕심이 납니다. 그래서 자꾸자꾸 뒤적이기만 하고 결정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책을 덮고 생각나는 시 하나를 옮기자. 그랬더니 옥수수 타기기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옮겨 적습니다.

옥수수 타기기- 기계로 미처 다 털지 못한/옥수수를 고무 대야에 담아다 놓고/도장방에 앉아 어머니와 송곳으로 타기는데//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손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히려 하며/아파 왔다//그걸 어머니에게 내보이니/어머니가 웃으면서/손이 일을 알아보아 그렇다 했다//지금 우리 나라에 이 일을 하는 아이는/나 하나 뿐일지 모른다며/이다음 어른이 되어 손이 다 자라면/어릴 적 이 일들을 떠올릴 거라 했다./그리고/남들이 안 해 본 이런 일들을 한 사람들이/옛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야기 들으며 새 세상 아이들/꿈을 꾸며 자랄 거라 했다.

<산골아이>에 실려 있는 사진은 마치 임선생님이 산골 아이를 바라 보는 시선 그대로가 아닐까 그런 착각이 들었습니다. 임길택과 강재훈은 동명이인이 아닐까요...다음엔 사진 작가의 말도 책에 같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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