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여름 - 소년한길 소년소설 1
베치 바이어스 지음, 테드 코코니스 그림, 김영진 옮김 / 한길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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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평가는 좋은 작품이라면 사소한 일상의 대화에서도 확 낚아채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인생이라던가, 감동이라던가... <열네 살의 여름>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뭔가 그 확 낚아 채지는 게 있다. 사춘기를 앓는 청소년 들이 읽는다면 자기 마음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것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쟈스민 결혼식에 가다> 류의 소설을 읽은 그런 향수가 밀려왔다.

사라와 완다, 챨리 남매는 6년 전 엄마를 잃고 고모 밑에서 산다. 한 번씩 주말에 오는 아빠에 대한 원망과 잔소리 쟁이 고모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사라지만 자폐증세를 보이는 찰리를 생각하는 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열네살 청춘이 세상을 향해 쏘아 올리는 외침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것은 남을 해코지 하기 위함도 아니고 자기를 몰락시키려고 함도 아닌데 나름대로는 죽고 싶을 만큼 절실하고 위험하다. 그런 감정들이 찰리의 실종 사건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함으로써 포기하고 체념하며 인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포기나 체념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패배의식 같은 걸 말하진 않는다. 받아 들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긍정적으로 나가는 희망 같은 게 이 책에는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계단론'이 그것인데 높이가 다른 계단을 올라 가는 것, 아빠는 지쳐저 저만큼의 아래 계단에서 쉬고 있다는 것. 성숙이란 내가 크는 것 만큼 남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을 사라는 보여주고 있다. 번역도 청소년의 수준에 맞게 감각적이고 삽화도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었다. 중학생 도서로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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