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입은 지퍼 입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0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혼 문제를 경쾌하게 다룬 '따로 따로 행복하게'(보림)가 유아와 저학년을 위한 그림책이라면, '리지 입은 지퍼 입'은 초등 3,4학년을 커버할 수 있는 저학년 동화이다. '따로 따로 행복하게'가 이혼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책이라면, '리지 입은 지퍼 입'은 이혼 그 이후의 생활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은 무언가 불만이 있을 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차라리 입을 닫고 있는 편이 나을 때 취하는 행동이다. 우리의 귀여운 리지가 지퍼로 채운 듯이 입을 다문 이유는 무엇일까?

'샘 아저씨네 가족은 우리를 데리러 왔는데 차에다 가방 싣는 것을 도와 주었다. 샘 아저씨와 로리 그리고 제이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얼룩이 덕지덕지 묻고 , 작아지고, 달라진 것은 바로 내 자신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리지는 이런 느낌들로 차 있는 자신을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새 아빠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 리지가 또 다른 새 아빠를 맞이 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이 당사자인 리지의 입장에서 짧은 호흡으로 담백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이들은 심각한 것과 거리가 멀다. 심각한 국면에서조차 웃고 떠들며 철없음을 내보이는 것이 아이들의 속성이다. 그래서 재클린 닐슨은 이혼으로 말미암은 가족간의 갈등을 심각하지 않게 그렸다. 자연히 아이들이 읽기에 쉽고 편하다. 책의 크기나 디자인, 두께, 삽화가 모두 아이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

리지는 도무지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거나 적응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로 나오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세 번째 아빠를 맞이 해야 하는 일을 왜 받아 들이고 싶겠는가. 리지의 무언의 항거는 그래서 이유가 있다. 리지는 증조할머니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고도 행복하게 새 가족을 받아 들이게 되었지만 실제 재혼 가정의 아이들은 그런 중재자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한 집 건너 이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혼이 쉬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서양과 달리 우리 사회 특유의 엄숙성으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에서 이혼 가정의 아이가 갖는 이물감은 더 심각하다. 우리 나라에도 이혼과 재혼 문제를 우리 나라에 맞게 다룬 창작 동화가 많이 나왔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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