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마녀래요 - 2단계 문지아이들 6
E.L. 코닉스버그 지음, 윤미숙 그림, 장미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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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외롭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항상 곁에 있는 말인데도 그 말뜻을 짚어 보면 딱히 설명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내 친구가'는 외로움을 가르쳐주는 책이다.'나는 늘 혼자서 뒷길로 학교에 갔다. 9월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아파트로 이사 와서, 같이 다닐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 냄새와 빛깔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한껏 젖혀 목을 등에 붙이다시피 하고 걸었다. 그러면 파란 하늘 사이사이로 물결치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을 모르는 아이가 외로워하는 아이를 배려할 수는 없다.

소외감. 이 말은 외로움보다 한결 더 찜찜한 경우다. 비교할 상황이 있고 여러 무리 속에서 혼자 내둘리는 느낌. 이 느낌은 한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며 괴롭기까지 하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마음은 이렇게 드러난다. '둘씩 셋씩 짝지어 가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을 때 집에 가면 덜 외롭다.' 집단이 있으면 외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외톨이가 화자다. 외톨이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 외톨이의 주변에서 문제의식을 찾고 그것을 개선하려는 동화는 많다. 그러나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보게 함으로써 외톨이를 이해하게 하는 책은 흔하지 않다. '내 친구가 마녀래요'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다. 단지 나와 너, 우리가 존재할 뿐이고 그 존재 가치를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보여준다.

동질감. 엘리자베스가 제니퍼에게 느낀 첫 동류의식은 자기와 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이다.그런데 그건 눈에 보이는 것일 뿐이고 실은 외롬족을 한 눈에 알아 본 것일 게다. 학년에서 제일 키가 작고 전학 온 아이, 흑인이면서 사유지 관리인의 딸. 외로움을 아는 아이의 눈에는 외로워하는 아이가 보이는 법이다.

옥의 티. 제니퍼가 흑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중반부가 다가 와서다.그런데 이 책은 표지부터 흑인 여자 아이 그림을 그려 넣고 본문의 삽화에서 일치감치 흑인 여자 아이를 등장 시킴으로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함께 작가의 의도까지 빼앗가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녀가 누구인가, 신비로운 존재, 호기심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아이들은 아닌 것을 알지만 끝까지 제니퍼가 마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려면 최대한 마녀의 베일을 늦게 벗기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참 재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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