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끝나고 난 다음 한동안 나는 방황했었다. 이제 무슨 드라마를 보지? 김수현 극본의 부모님전상서의 경우. 뭐 그럭저럭 봐 줄만 하기는 하지만 김수현의 최대 장점이었던 촌철대사 (양에서나 내용에서나 모두) 가 이제는 조금 진부해져 버렸고 시대성에도 약간 뒤떨어지는지라 (아무래도 작가도 나이가 드니까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단지 수다스럽기만 하다는 느낌이 들고 김정수 극본의 한강수 타령은 배우들이 예상외의 호연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첫회부터 안 봐서 그런지 드라마가 산만하다는 (즉 내가 내용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는) 단점이 있어서 좀처럼 안 보게 된다. 그러던 찰나에 눈에 띄는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처음부터 약간의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다. 일단 임수정 이외에는 검증된 연기자가 전혀 라고해도 좋을 정도로 없다. 소지섭의 경우 발리에서 생긴일에 출연하며 연기력이 좀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거기다 댄스 그룹 샾 출신의 서지영은 연기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요즘 가수들은 마치 CF를 찍듯 쉽게들 연기쪽으로 진출을 하므로)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다. 다들 알다시피 그녀는 같은 멤버였던 이지혜와의 불화로 인해 그룹이 해체되는 위기를 맞았으며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기자회견을 했고 더구나 서지영의 경우 기자회견장에서 자기 편을 들어줄줄 알았던 메니저가 폭탄발언을 해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말고 나가버렸다. 그런 그녀가 덧니를 빼고 어색할 정도로 하얗게 치아미백을 하고 살을 빼서 연기자에 도전을 했으니 곱게 보일리가 만무하다. 연기라고는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에다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어딜보나 그녀를 안고 가는 드라마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태까지 나열한 것만 보면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기대 해 볼만한 연기자는 드라마 학교와 영화 장화홍련, ing 에서 호연을 보여준 임수정 뿐이다.


내가 아일랜드를 워낙 열심히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상당부분 MBC의 아일랜드를 떠 올리게 한다.


1. 소재 / 해외 입양아

여태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에 입양아가 소재가 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출생의 비밀 같은거야 심심하면 써 먹었지만 입양아는 잘 없었다. 그러다가 왕꽃 선녀님에서 윤초원. 아이랜드에서 이중아가 입양아로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아일랜드의 이중아는 해외 입양아가 다시 고국을 찾은 케이스. 사랑한다 미안하다에서도 입양아가 등장하는데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해외 입양아이다.


2. 뿌리찾기/ 충격먹고 한국행

극중 소지섭은 호주로 입양이 되었는데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알다시피 해외 입양아들이 한국에 부모를 찾기 위해 오는 케이스는 왕왕 있어도 아예 살기위해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들에게 고국은 아마도 현재 입양되어 살고 있는 땅일것이고 한국은 상징적인 뿌리 같은 것이다. 뿌리에 대해 집착을 가지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생활해서 외국인이나 다름 없는 그들에게는 단지 뿌리를 위해 살고 있던 터전을 버리고 고국으로 온다는건 사실 좀 말이 안된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이중아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은 각자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이중아는 부모님과 형제가 몰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고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은 사랑하는 여자가 돈때문에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또 그 결혼식장에서 그녀를 향한 총알을 막느라 대신 머리에 유탄이 박혀서 죽다 살아난다.)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혹은 여타 이유로 한국을 찾는다.


3. 한국말 / 잘해도 너무 잘하네

아일랜드 이중아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한국어를 잘해도 너무 잘한다는 것이다. 둘 다 아기때 입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마치 한국사람처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들은 여차여차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사전적 의미가 분명한 한국어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쓰는 깬다, 느끼하다 등도 그들은 잘만 쓴다. 즉 한국땅에서 살지 않는 한, 단지 한국어를 배우는 것으로는 표현 불가능한 단어까지 다 쓰고 이해를 할 줄 안다. 해외 입양아를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 알겠지만 그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해외 입양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다큐멘터리에 영화까지 만들어진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을 봐도 한국에 대해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고 왕래도 하는 수잔브링크만 해도 한국어라고는 노래인 아리랑 밖에는 모른다. 우리에게 영어가 외국어이듯. 그들에게도 한국어는 외국어인데 외국어를 그렇게나 유창하게 하는 것은 좀 힘든 일이다. 더구나 세계공통어인 영어도 아니고 그땅에서는 전혀 쓰일일이 없는 한국어를 잘 한다는건 묘하다. 한인타운에 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긴 이렇게 그들이 한국어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아까 위에서 말한 2번에서 덜컥 한국행을 결정하고 눌러살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단 한국어를 한국인만큼 잘 하니 한국에 와서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은 하나 줄어든 셈일테니 말이다.


4. 입양아 / 정신적으로 건강치 못한

아일랜드의 이중아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가족이 몰살하는 것을 본 충격으로) 늘 약을 달고 산다. 소지섭의 경우 정신적이라기 보다는 물리적인 이유로 역시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 머리에 유탄이 박혀 있어서 폭력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것. 즉 두 입양아 다 이런 이유건 저런 이유건 멀쩡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그건 극중 장치에 불과할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잘들 산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5. 주변인 / 연예인

아일랜드에서 시현은 연예인이다. 비록 애로배우로 출발을 하긴 했지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배우가 된다. (나중에는 리딩이 안되는 문제로 섹시 화보집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연예인이 하나로 모자라는지 셋트로 등장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라는 설정의 최윤. 그리고 인기 절정의 여배우 강민주가 그들이다.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이 그리 흔한 직업이 아닐텐데 두 드라마에서는 공통적으로 주인공의 주변에는 연예인이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바빠 죽겠다는 연예인인데도 그들은 항상 일은 거의 안하고 남아도는 시간에 주인공들 주변에서 사건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다.


6. 초반부 / 해외로케

사실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해외로케는 별로 뉴스꺼리도 못된다. 그만큼 해외 로케이션이 흔해
졌다는 얘기. 그렇긴 해도 아일랜드가 극중 이중아가 입양되어간 아일랜드에서 촬영한 끝내주는 장면들을 초반부에 흩뿌린것 처럼 미안하다 사랑한다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호주의 멋지구리한 풍경들을 담느라 정신이 없어서 때로는 스토리와 별로 상관도 없는 장소에서 주인공들이 오랫동안 대사없이 폼만 잡는다. 거기다 보여준 장면들을 회상장면으로 또 보여주고 슬로우 모션이나 휘돌아 찍기 크레인으로 찍어서 멀리서 부터 서서히 가까이 클로즈업해가며 찍기 등등 화려한 촬영술을 자랑한다. 초반부에 스토리로 강하게 꽝 나가야 하지만 이 두 드라마는 스토리보다는 영상미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비싼 돈 주고 해외에 갔으니 최대한 그림을 뽑아와야 하겠지만 드라마가 내용이 아닌 이미지로 가려는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건 사실이다.


7. 드라마제목 / 로고화

아일랜드와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드라마 중간중간 제목을 마치 로고처럼 화면의 하단부 혹은 상단부 오른쪽에 노출시킨다. 드라마 제목은 드라마 시작할때와 타이틀로 한번 뜨면 그만인 것으로 족하던 여타 드라마들과 달리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아일랜드와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드라마 제목을 로고화 시켰다. 역시 이미지를 가지고 가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 둘은 글자체도 좀 비슷하다.


8. 의상 /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의 패션감각

아일랜드에서 이중아의 의상은 좀 충격이다 싶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그 컬러에 그 디자인. 일반인들은 절대 소화하기 힘든 옷을 입고 나왔다. 거기다 재복이라는 캐릭터 역시 의상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보여 하나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도 배우들의 의상은 매우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극중 연예인으로 나오는 서지영과 정경호는 말할것도 없고 소지섭의 경우는 매우 그런지하면서도 감각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연기와 캐릭터로 인해 인물의 특성이 생긴다기 보다 두 드라마는 오히려 의상에 의해 극중 캐릭터들이 스타일을 부여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9. 만남 / 끊임없이 마주치기

두 드라마에서 엮일듯한 이미지를 주는 남녀들은 계속해서 우연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촌스럽게 '어머 여긴 어쩐일이세요?' 하며 그들은 만나지 않는다. 한 공간에서 엇갈려 지나치므로써 오직 시청자들만 안타깝게 지켜볼 뿐. 정작 그들은 서로가 지나쳐가는지도 모르는 설정이 파다하게 등장한다. 지하철을 타면 밖으로 그 혹은 그녀가 지나가고 차를 타고 가면 그 혹은 그녀가 저쪽에 서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그 혹은 그녀는 저쪽에 있는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10. 인연 / 알고보니 형제자매

어차피 드라마라는 것이 한정된 등장인물을 끌고 이 세상의 모든 얘기와 우연과 운명을 표현해야 하므로 세상에 사람들이라고는 그들 뿐인양 끊임없이 엮이고 섞이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지냈는데 알고보니 출생과 연관이 있다는 식의 우연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비록 아일랜드의 경우 재복이와 중아가 형제라는 설정을 했다가 다시 아니다고 번복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도 극중 가수로 나오는 최윤과 입양아 소지섭이 형제로 나온다. 뭐 나중에 가서 아일랜드처럼 알고보니 아니네라는 식의 번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위에서 나열한 특징들은 비단 아일랜드와 미안하다 사랑한다 만의 공통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10번 같은 경우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써 먹는 소재이고 또 그게 없으면 드라마가 진행이 안된다. 나는 아일랜드를 매우 재미있게 봤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역시 관심있게 지켜볼 생각이다. 문제점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용서가 된다고나 할까. 아무튼 처음에 이 글을 쓸때는 두 드라마의 특징을 비교 분석해 본다는 거창한 생각을 가졌지만 막상 써 놓고 나니 비판조로 가버린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도 나는 위의 두 드라마중 한 드라마는 재밌게 봤으며 나머지 한 드라마는 재밌게 볼 생각이다. 끝으로 조금만 덧붙이자면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은 예상외로 평이한 연기를 보이고 있고 서지영이 생각보다 드라마를 망칠만큼 어설픈 연기를 하지 않아 좀 의외다. 소지섭은 좀 더 지켜봐야겠고 최윤의 경우는 현빈처럼 뜨기는 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아. 그리고 간만에 중견배우 이혜영을 이 드라마에서 보게 되어 겁나게 반갑다. 시현의 엄마였던 윤여정씨도 겁나게 좋아하는 배우인데 좀처럼 드라마 나들이를 하지 않은 이혜영씨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보게 되어 무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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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1-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탁월한 분석이라고 생각되옵니다. 제가 그렇게 욕을 했던 드라마의 장점을 여럿 제시해 주셨군요. 그리고 전 영국인 줄 알았는데 거기가 호주라니, 으음...어쩐지 아름답다 했죠...

플라시보 2004-11-10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탁월한 분석 까지야. 흐흐. 음. 영국이 아니라 호주라네요. 전 첨에는 미국인가 했었어요.

digitalwave 2004-11-1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 동감입니다. 저도 좀 심하게 비슷하게 가네... 라고 생각하던 중이죠.

플라시보 2004-11-11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igitalwave님. 뭐 그렇다고 해서 '어라 이거 표절이잖아!' 이런 필로 쓴건 아니구요^^ 그냥 제가 전에 좋아했던 드라마랑 비슷하단 느낌이 들어서 죽 나열 해 봤습니다.^^
 




어제 새로 시작한 KBS미니 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입고 나왔던 니트.

A6를 만들었던 회사에서 새로 만든 여성 캐주얼 캐쉬라는 메이커에서 나온 니트인데 겁나게 이쁘다.

내 생각에 저 정도면 30만원은 훌쩍 넘을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너무 이뻐서 용서가 될것 같다.

좀처럼 보기 힘든 컬러 매치에 디자인도 이쁘다. 임수정처럼 치마에 어그부츠와 코디해도 이쁠꺼고 그냥 청바지에 무릎 아래까지 오는 부츠를 신어도 이쁠꺼다. 저런 니트를 입고 뾰족한 구두나 하이힐을 신는건 대략 낭패스런 코디가 될듯.

임수정이니까 뭘 입혀놔도 이쁘겠지만. 저 옷은 '나도 어디한번?' 하고 싶을만큼 탐이 난다. 30만원이 누구집 애 이름이 아니므로 그저 참을 뿐. (실은 못 참을 확률이 조금 더 높다.)

어제 새로 시작한 KBS미니 시리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임수정이 입고 나왔던 니트.

A6를 만들었던 회사에서 새로 만든 여성 캐주얼 캐쉬라는 메이커에서 나온 니트인데 겁나게 이쁘다.

내 생각에 저 정도면 30만원은 훌쩍 넘을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너무 이뻐서 용서가 될것 같다.

좀처럼 보기 힘든 컬러 매치에 디자인도 이쁘다. 임수정처럼 치마에 어그부츠와 코디해도 이쁠꺼고 그냥 청바지에 무릎 아래까지 오는 부츠를 신어도 이쁠꺼다. 저런 니트를 입고 뾰족한 구두나 하이힐을 신는건 대략 낭패스런 코디가 될듯.

임수정이니까 뭘 입혀놔도 이쁘겠지만. 저 옷은 '나도 어디한번?' 하고 싶을만큼 탐이 난다. 30만원이 누구집 애 이름이 아니므로 그저 참을 뿐. (실은 못 참을 확률이 조금 더 높다.)

방금 매장에 전화해서 알아보니 가격이 12만 9천원이고 11월 25일 출시가 된다고 저 드라마 덕분인지 옷이 나오기도 전에 겁나게 주문이 밀려들어서 매장에는 주문만 받고 깔지는 않는단다. 주문을 하려면 지금 해야 하는데 아...갈등된다. (요즘 목하 열애중인 친구녀석이 여자친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길래 저 니트를 추천했고 녀석은 주문했다고 한다. 녀석의 그녀가 좋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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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 2004-11-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보면서 침만 질질 흘렸더랬지요.

너무이쁘더라구요. 내동 그 옷만 봤네요. ㅋㅋ

하지만 말씀대로 겁나 비쌀거 같은 예감에 <에이~ 임수정이 입어 이쁜거야~ 난 아니야.. ㅜ.ㅜ> 하면서 맘을 접었지요.

플라시보님은 마르셔서 입어도 이쁘실거 같아요. ^^


mannerist 2004-11-0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니트는 대체로 마른 사람이 잘 어울리나봐요. 매너같이 몸이 두꺼운 사람이 평소 입던 사이즈로 입으면 "쫄티"가 되어 차마 못 볼 꼴이 연출되더군요. 쥐색 폴라티 말고는 니트가 없는 매너랍니다. 근데 저 색깔과 디자인, 참으로 멋지구리하군요. 하루에 천원씩 열달만 모으면 되겠네요;;; (지금 포스트잇으로 젠하이져 PX200이라고 써붙인 매너 저금통이 절반 정도 찼습니다. 여하간 화이팅! 입니다. ^_^o-)

플라시보 2004-11-09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으흑. 뭐 비록 얼굴은 바보같이 생겼지만 니트를 소화 못할 정도로 뚱뚱하진 않으므로 무지 침넘어가는 옷입니다. 근데 진짜 저 옷 되게 비쌀것 같아요.^^ 그리고 사고는 싶지만 임수정이라는 너무 참한 배우가 입고 사방팔방 다닌 옷을 똑같이 사 입으면 너무 비교되겠죠? 흐흐^^



매너님. 네. 니트 종류는 뭐가 되었던 간에 마른 사람이 입어야 어울립니다. 왜냐면 제질 자체의 두께가 있기 때문에 실제 몸매보다 약간 통실 해 보일 확률이 높거든요. 얇은 니트는 또 얇은대로 뼈에 살짝 걸쳐지는 맛이 있어야 하구요^^ 저 옷 너무 사고싶기는 한데 위에 흰바람벽님께 말씀드린것 처럼 사입으면 분명 임수정이랑 겁나게 비교될꺼에요. 흐흐. 그래서 못 입을지도 몰라요. 사놓고 집에서만 살짝 입어보고 '에휴~ 아무나 입어서 이쁜옷이 아니었어' 하겠죠^^

BRINY 2004-11-0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누가 그냥 줘도 못 입을 옷이네요. 그냥 소프트 캐주얼이나 편하게 입을랍니다.

플라시보 2004-11-09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저도 편한 옷 좋아하는데요. 저 옷은 그다지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데요?(히히 이쁘면 뭐든 좋은쪽으로 편하게 생각하는 나^^) 만약에 누가 그냥 주면 저 주세요. 하하^^ 집에서 혼자라도 입어보게...

sweetrain 2004-11-0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긴 예쁜데 마른 사람이 입어야 예쁠 듯 싶은 옷이어요. 저는..이상하게 10키로..가 찌든 빠지든 사이즈에 변화가 없습니다. 지금보다 10키로 더 나갈 때도 같은 사이즈, 덜 나갈 때도 같은 사이즈였다죠...아, 이 저주받은 근육골격형의 몸매라니요..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몸무게에 비해 정말 사이즈는 작은 편이라는 것.^^ (몸무게는 웬만한 아줌마들 능가합니다만, 다행히 아가씨 사이즙니다..아직까진요.^^)

플라시보 2004-11-0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허걱 10kg씩이나 왔다갔다 하시나요? 몸무게는 많이 안 움직이는게 좋다고 하던데... 근육이 있으신가봐요. 저는 한때 마돈나처럼 근육질 여성을 무지 부러워해서 만들어 보겠다고 설친적이 있었는데 힘들더라구요^^ 지금은 뭐 그냥 착한 몸매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흐흐.

sweetrain 2004-11-09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대학교 1학년때 좀 아팠거든요.ㅠ.ㅠ 운동을 근 10년을 해서 그런가...몸무게는 변해도 체격 자체는 크게 안 변하더라구요.^^ 저도...몸매는 퍽 착한 편입니다..^^

플라시보 2004-11-0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모임하나 만들까요? 착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 (착몸사^^) 착한 몸이 섹쉬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착한 느낌은 주잖습니까. 흐흐.

sweetrain 2004-11-0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끈나시를 입어도 귀엽고 홀터넥을 입어도 귀엽다는 게 장점일지요..^^

플라시보 2004-11-0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탱크탑도 착하게 소화하고 망사옷을 입어도 착해보이고 뭘 입어도 착해 보이는것 또한 장점이지요^^

sweetrain 2004-11-10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망사옷을 입고 다녀도 다들 아무 반응이 없고, 무릎 약간 위쪽까지 쭉 찢어진 롱스커트를 입고 다녀도 아무 반응이 없는 이 착한 몸매...장점이지요. 하핫. 좀 덜 착한 몸매의 친구는 박스티만 내내 입고 다니더라구요.

플라시보 2004-11-10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단비님. 망사옷과 쭉 찢어진 롱스커트를 입어 보셨단 말입니까? 흐흐. 진정코 그 자태가 궁금합니다.^^

sweetrain 2004-11-1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매가 착해서 그런가, 그걸 입고 수업 듣고 그걸 입고 과 30주년 행사를 가도 교수님이나 나이드신 선배님들이...구박은 고사하고 너는 뭘 입어도 모범생 이미지라고들 하니..제 평생에 언제 섹시해보일까요. 흐흑.

구름잡이 2004-11-1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임수정이 얼굴을 바꿨나,

ing분위기가 아니네요.

저 정도 니트가 30만원이면 좀 비싼거 아닌가요.

플라시보 2004-11-1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잡이님. 그때는 임수정이 머리가 짧았구요. 지금은 좀 길었죠. 얼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것 같은데요? 그리고 니트 가격은 12만 9천원입니다. (아래 파란색으로 적어뒀는데...)



검은비님. 이쁘죠? 가격은 12만 9천원. 매장에 깔리지는 않고 주문받은 만큼만 수량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구입 하시려면 주문을 하셔야 할껍니다. 서울에는 코엑스에 매장이 있더군요. 구입 의사가 있으시면 내일이라도 전화해서 주문 하셔야 할꺼에요.^^ 저는 내일 매장으로 가서 주문 할 생각입니다.

LAYLA 2004-11-1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옷 만든 디자이너 지금 열라 행복하겠습니다.^^ 근데 저옷 수정씨처럼 마르고 이쁜 사람이 아니라면 좀 소화하기 힘들듯......하하하

LAYLA 2004-11-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캐쉬 가격이 많이 내렸네요 고가도 정도껏 해야 한단걸 깨달은 모양이죠? ㅋㅋㅋ 이쁜 옷 입고 사진찍어서 올려주시어요 ^0^

sweetrain 2004-11-12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만 9천원..생각보다 비싼 건 아닌데...그래도 퍽 갈등되는 가격이네요...쩝.

플라시보 2004-11-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음..아무래도 디자이너가 보너스를 좀 두둑하게 받았을듯 싶네요.^^ 그리고 제 생각에도 임수정양처럼 말라야 할텐데 생김새는 화려하지 않게 생긴 사람이 더 이쁠것 같아요. 제일 위에사진 왼쪽은 이효리양인데 옷이 그저 그렇죠?^^ 임수정양처럼 약간은 착하고 순하게 생겨야 이쁠듯 싶어요. (아. 캐쉬가 원래 가격이 좀 많이 했나봐요? 12만 9천원이면 아주 비싼건 아니죠. 여자들 니트가 워낙 고가로 나오니깐. 그리고 저 아직 주문 안했어요. 시간이 나야 말이죠. 흐흐)



단비님. 네 니트 치고는 비싼 가격이 아니라 하더라도 갈등 때리게 되죠. 일단 10만원이 넘는 금액이니깐.^^
 
열대어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 언젠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적당히 믹스하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작가가 바로 요시다 슈이치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류고 어떤게 하루키인지 설명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너무 감각적이지도 않고 또 너무 쿨하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리라. 퍼레이드와 파크 라이프를 이미 읽었던 나로써는 열대어의 선택이 너무 당연했었다. 누구 감독의 작품. 또는 어떤 배우의 작품이라면 충실하게 봐 주는 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을 주문 할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하나의 이야기로 된 장편 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받아보니가 3편의 중편이 실려 있었다. 첫번째 작품 열대어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다이스케가 애인 마미. 동생 마쓰오 (부모들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동생) 그리고 마미의 아기 고무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고무기는 다이스케의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거의 언급이 되지도 또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애인의 아기와 이미 재혼으로 인해 생긴 동생(더구나 부모들은 예전에 헤어졌으므로 따지고 보면 형제도 뭐도 아니다.) 과 함께 사니 다이스케는 모르긴 해도 참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특별한 희생정신이 있다던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없이 그러고 있다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소설을 읽어가면 읽어 갈수록 다이스케라는 인간. 그리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뭐랄까. 나쁜짓을 해도 목적의식이 있다던가 생각이 있어야 하는건데 다이스케는 그렇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야 하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그는 아무 생각이 없다.

두번째 작품은 그린피스. 다카노는 애인인 치사토와 그럭저럭 사이를 유지하며 있다. 하지만 어느날 이유도 없이 카레를 만들고 있는 치사토를 향해 그린피스 (완두콩이지 싶은데 틀릴수도 있다.)를 던진다. 처음 한알은 장난이었다. 던지는 쪽이나 맞는 쪽이나. 하지만 다카노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치사토는 울어버리고 그날 집을 나간다. 다카노는 그녀가 나가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애인을 꼬드기려고 노력을 한다. 열대어의 다이스케 만큼이나 다카노 역시 나쁜 인간이긴 한데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마지막 작품은 돌풍. 펀드매니저인 닛타는 어느날 휴가를 떠나고. 그 휴양지에서 민박집과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민박집 주인의 아내를 유혹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금만 더 하면 저 여자 닛타에게 넘어가겠군 하는 인상을 주지만 그녀는 우리의 예상과는 딴판으로 행동을 한다. 닛타는 다시 휴양지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오고. 돌아오기 전 그녀에게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한참 후에야 파티 코디네이터를 차에 태우고 그녀와 약속한곳을 지나다가 그 약속을 기억해낸다.

솔직히 말해서 이 세가지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알겠는데 무엇을 말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다. 분명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다소 나쁜 인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의 나쁜 인간들 처럼 어떤 생각과 목적이 있는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 모음집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별 셋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 소설이 뭘 가르치려 든다거나 은근히 교훈적인 것은 너무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나쁜 인간들이 생각없이 등장하는 것도 깨름직하다. 내가 너무 판에 박혀서 그런걸까? 열대어도 그린피스도 돌풍도 나는 공감하기가 힘들다. 그냥 나쁘니까 나쁜거지 뭐 별거 있겠어 의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다. 다시 무턱대고 일본인들 특유의 턱도없는 쿨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이제 쿨은 그만 좀 우려 먹었으면 좋겠다. 하루키로도 이미 충분하니까 말이다. (작가는 뒤에 영화나 인터뷰 같은 비주얼 잡지의 광고사진을 좋아한다. 그런 사진을 데생하는 것 같은 문장을 쓰고 싶다 라고 했는데 왜 그런걸 쓰고 싶은걸까? 이해할수가 없다. 내게 있어 그런 광고들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는건 니 자유야 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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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계절이 그래서 그런지 유독 따뜻하고 낭만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것 같다. 극장가를 보면 온통 말랑말랑한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들 뿐이다.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남녀가 9년이 지나 다시 만난 이야기 비포 선셋. 아내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고 그것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하는 남편의 이야기 내 머릿속의 지우개. 사랑하는 애인이 죽은 시점에서 다시 애인이 살아있던 시점으로 돌아가서 일상이 반복되는 이프 온리. 등등 극장가는 이 계절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볼 것인가 하고 묻는것 같다. 그래. 앞서 나열한 사랑 타령을 빼면 볼 영화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적어도 웃기기는 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뭐 결과적으로 이 영화 아주 웃겼다. 영화를 만든 제작자들이 존경스러울 만큼 웃겼다. (동시에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영화의 원제는 13 going on 30 이다. 차라리 이 제목을 달았으면 나았을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쓸데없이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 이라는 무지하게 길면서도 영화와 별 상관없는 제목을 달아놓아서 나를 헤깔리게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13살 생일을 맞은 덜생긴 왕따 제나 그녀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옆에는 늘 그녀만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친구 매트만 있는 지금의 삶이 너무 싫다. 그래서 그녀는 소원을 빈다. 서른살이 되게 해 달라고. 그러자 다음날 거짓말처럼 제나는 서른살이 되어 있다. 주변의 환경도 모두 변해있다. 잘 나가는 잡지사 부편집장. 거기다 엉덩이가 끝내주는 하키선수 애인. 생일날 자신을 따돌리고 맥주를 마시러 가자며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나가서 초를 친 퀸카 루씨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가 되어 있다. 늘씬하고 가슴도 빵빵하고 (그녀는 늘 휴지를 넣어 다녔었다.) 근사한 고급 아파트에 살고. 제나는 더 이상 바랄것이 없는 완벽한 서른의 자신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조금씩 진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13살을 상대로 만든 영화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실제로는 13살인 제나가 서른의 몸을 가지고 좌충우돌 하는 것은 너무 뻔해서 잠도 다 달아날 지경. 거기다 마지막에는 결국에는 순수한 13살의 제나가 개판 오분전의 상황을 모두 수습하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림으로써 '이 세상의 모든 순수는 정의와 승리랍니다 여러부운' 해 주신다. 이거 대략 어른들 보라고 만든 영화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거기다 제니퍼 가너는 아무리 봐도 무언가 대단히 매력적인 부분이 쏙 빠진 줄리아 로버츠의 이미테이션 같다. 사람 생긴거 가지고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언제 자기 생긴거 생각하고 배우들 생긴걸 따졌는가. 아무튼 제니퍼 가너는 못생겨도 너무 못생겨서 13살의 제나가 꿈꾼 완벽한 서른이 되기에는 좀 모자란다. (그래도 영화사에서는 아역 배우들과 어른 배우들의 닮은꼴을 찾느라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누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아. 그 애가 커서 쟤가 된거구나 할 정도이다.)


서른의 삶이 열 세살의 순수로 어떻게 뒤집어 엎을 정도가 된다면 아무도 지금과 같은 서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다 열 세살의 제나는 매트를 무지하게 싫어했는데 단지 서른의 몸을 가지고 나니 갑자기 매트가 좋아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그녀가 금방 서른이 되었을때는 도움을 청하려고 매트를 찾았지만 매트는 그녀와 고교 졸업 이후 만나지도 않은 사이이므로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매트에게 의지한다. 열 세살때는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새삼스럽게 솟구친것 같지도 않은 매트에게 말이다. 그녀에게 닥친 위기들을 해결하는 방식도 열 세살의 수준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야말로 순수 만만세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귀여운 장면이 있기는 하다. 파티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추는 장면.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으로 나왔던 배우 앤디 서키스가 뒤늦게 합세해서 춤을 추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추억의 스릴러를 춘다고 해서 영화 전체의 엉성함이 용서 되지는 않는다. 골룸이 나와서 문워크를 한다고 해서 봐 줄수는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전혀 완벽하지 않다. 조금 날씬하고 가슴도 옛날보다 확실히 커지긴 했지만 완벽한 그녀라고 표현하기는 좀 어렵다. 더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도 썩 완벽치 못한데 그녀의 감춰진 부분이 드러나면 더더욱 그러하다. 백번 양보해서 그녀가 완벽하다 치고 딱 한가지 없는 것이 뭐였을까? 그건 바로 사랑이다. 잘나가는 여성지 부편집장 자리를 잡고 근사한 맨션도, 남자친구도 있는 그녀이지만 영화는 주장한다. 진정한 사랑이 없는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래서 결국 그녀는 모든걸 다 잃어버리는 상황이 되어도 사랑하는 매트를 차지해서 다 괜찮아진다. 남자들은 사랑을 하게 되어도 절대로 일을 포기하지 않는 반면. 영화에서 언제나 잘 나가는 여성이 남자를 만나면 일을 포기한다. 마치 '일 따위는 사랑에 비하면 쥐똥같은 존재였어요. 그걸 내가 왜 몰랐을까요. 아하하하하하하' 하는것 같다.

며칠째 일에 시달리느라 죽을것 같은 몸을 이끌고 본 영화가 하필 이 영화라니 하며 한없이 저주스러웠던 영화. 초반기에는 추억의 음악과 패션 덕분에 그럭저럭 즐거웠지만 제나가 서른이 되고 부터는 그 재미마저도 없어서 영화가 꽤나 북적댐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지루하다. 이 영화는 단언컨데 영화관에서 보면 백발백중 후회하고 비디오를 빌려 보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다. (물론 어린 조카와 꼭 영화를 봐야겠는데 볼것이 없다면 비디오로 보는 것 정도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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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0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님의 평이 훨씬 더 재미있네요. 시원시원 합니다.

옛날 정영일선생이 조선일보에 쓰던 평이 생각날 정돕니다.

테잎이나 DVD는 안보시나 보죠?

케이블 영화평까지는 있는데 이건 없어서요.

sweetmagic 2004-11-0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ㅡ 재미있는데요 ? ㅎㅎ 님 영화평이...그리고 저 사진속 신발장에 있는 신발들 몽땅가지고 싶네요 ㅎㅎ

플라시보 2004-11-0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nalei님. 후훗. 전 왜 이렇게 거품물고 욕하면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는걸까요?^^ 이러니 성질이 점점 더러워 질 수 밖에..하하. (핑계는...) 비디오테잎은 간혹 봅니다. 요즘 시간이 없어서 잘 보지는 못하구요. DVD는 아쉽게도 플레이어가 없어 못 봅니다.



sweetmagic님. 저두요. 저 신발 (비록 내 타입은 아니나) 다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스타일은 달리 해서 가짓수만 비슷하면 좋겠네. 하하^^

비로그인 2004-11-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단기술의 결정체를 즐기지 못하다니.....안타깝습니다.

플레이어는 무지 싼데 DVD, 이게 도저히 감당하기 힘드네요.

거기다 주변을 좀 갖추겠다고 (대형TV, 6.1CH 오디오, 스피커...) 나섰더니만

파산이 그리 먼길도 아니더군요.

플라시보 2004-11-08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나 하면 제대로 하고 아님 말자 주의기 때문에 파산할까 두려워서 그냥 TV에 비디오를 보는 구시대기술의 절정체만 즐기고 있습니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
한차현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골랐을때는 제목에서 오는 제기발랄함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영광 전당포 살인사건. 어딘가 약간 촌스러우면서도 (영광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전당포라는 것에서 풍기는 뉘앙스도 그렇고) 무언가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질듯한(심각한 살인사건이라면 굳이 제목에다 살인사건이라고 적지는 않는다.) 느낌이 들지 않는가? 무겁지 않고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이 책을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기고 주문버튼을 클릭하고 국민은행으로 가서 송금을 하고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처음 책을 받아봤을때는 판형이 좀 달라서 놀랐다. 하드커버에 꼭 애들 동화책처럼 세로는 짧고 가로는 약간 더 넓은 책이었다.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 거봐. 판형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뭔가 색다름을 추구하는거 아니겠어? 모르긴 해도 이 책 끝내주게 엽기적이고도 재밌을꺼야' 라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읽기 전 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한 페이지 두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점점 이건 아닌데 싶었다. 우선 작가의 문체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이따위 문체를 쓴단 말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로 인해 불기 시작한 심플하고도 심드렁한 문체를 이 작가는 보도 듣도 못했단 말인가. 문장은 길었고 미사어구는 쓸떼없이 너저분하게 많이 붙어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내가 뭘 읽는지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초기에는 이 책을 그만 포기 해 버릴까 하고 생각했었다. 나랑은 코드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 문체 때문에 도저히 더 참아주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한번 집어든 책에 대한 예의가 있지 싶어서 절반까지만 읽어주자 싶었다. 그리고 점점 읽을수록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방팔방으로 튀던 문체가 조금은 단순해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읽는동안 내가 그 문체에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책은 처음부터 살인사건이 이미 일어나 있다. 주인공인 차연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떤 노인이 머리가 깨져서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 노인의 파출부로 일하던 원형을 만났던 일을 떠올린다. 같은 라인에 살고있는 소심한 청년 김시민을 만나게 되고 차연은 점점 이상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원형으로 부터 영광전당포 주인을 살해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사실 이 책은 문체가 튄 만큼이나 시점과 내용이 여기저기서 끼여들고 왔다갔다 해서 매우 복잡하다. 처음에는 평이한 백수의 일상을 나열했다가 다시 연애소설 흉내를 냈다가 갑자기 70년대 운동권 얘기를 한다. 그리고 유전자 합성인간이 등장할 쯤에는 대체 이 소설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7~80년대에 대학을 다녔을, 장발 단속이 있었고 무조건 끌고가서 이실직고 하라며 사람을 족치던 시절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그 시절에 관한 기억이라곤 대머리 대통령이 저녁 뉴스마다 빠지지 않고 나와서 '보온인은' 하며 말머리를 시작했던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우리가 지나온 역사이지만 6.25가 와닿지 않는것 처럼 그 시절 역시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이 땅에 있는 거의 모든 젊은 세대들은 다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한차현은 그 시절을 우리에게 간접 경험을 시키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차연과 원형의 사랑을 얘기하고 참으로 느닷없는 리플리컨트 김시민이 등장하고 영광전당포 주인이자 과거 고문 기술자였던 주응달이 등장하고 그에게 고문을 당했던 또 한명의 차연을 등장시킨게 아닐까?

재밌겠다며 집은 책이 결과적으로는 너무 심각해져 버렸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어떤 것도 남는게 없다. 다만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랬었구나 하는 정도이다. 시대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경험해보지 않고 오로지 말로만 들은 얘기들이 영화나 TV드라마보다 더 와닿지 않는건 사실이다. 이 소설은 내용도 그렇고 전개 방식도 그렇고 상당히 불편한 책이다. 읽어보라고 권해야 하는건지 별로라고 말려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어느날 갑자기 끌려가서 반 병신이 되어서 나오고 대모가 일상이었던 세대들에게는 기억이겠지만 아닌 세대들에게는 그저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리 그들이 피를 토하며 얘기를 한다고 해도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 경험한 이들의 공감을 얻어낸다는 것은 역시나 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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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1-0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들에 대해 팍팍 공감토록 해주는 멋진 저작들이 가끔 있죠....하지만 그런게 어디 쥐어짠다고 되는거겠습니까. 제게두 아쉬움이 많았던 책임다. 기대치만 괜히 높았던건 누굴 탓해야하는지, 원.

플라시보 2004-11-0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 책은 좀 중구난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시절을 얘기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엄하게 별로 필요도 없어 보이는 리플리컨트들은 왜 등장을 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