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시다 슈이치. 언젠가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적당히 믹스하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 작가가 바로 요시다 슈이치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느낌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류고 어떤게 하루키인지 설명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건 너무 감각적이지도 않고 또 너무 쿨하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리라. 퍼레이드와 파크 라이프를 이미 읽었던 나로써는 열대어의 선택이 너무 당연했었다. 누구 감독의 작품. 또는 어떤 배우의 작품이라면 충실하게 봐 주는 팬이 되어버린 것이다.

책을 주문 할 때만 해도 나는 이 책이 하나의 이야기로 된 장편 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받아보니가 3편의 중편이 실려 있었다. 첫번째 작품 열대어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다이스케가 애인 마미. 동생 마쓰오 (부모들의 재혼으로 인해 생긴 동생) 그리고 마미의 아기 고무기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고무기는 다이스케의 아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거의 언급이 되지도 또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애인의 아기와 이미 재혼으로 인해 생긴 동생(더구나 부모들은 예전에 헤어졌으므로 따지고 보면 형제도 뭐도 아니다.) 과 함께 사니 다이스케는 모르긴 해도 참 마음이 넓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특별한 희생정신이 있다던지 아니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없이 그러고 있다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소설을 읽어가면 읽어 갈수록 다이스케라는 인간. 그리 좋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뭐랄까. 나쁜짓을 해도 목적의식이 있다던가 생각이 있어야 하는건데 다이스케는 그렇지 않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거야 하고 물어보고 싶을 만큼. 그는 아무 생각이 없다.

두번째 작품은 그린피스. 다카노는 애인인 치사토와 그럭저럭 사이를 유지하며 있다. 하지만 어느날 이유도 없이 카레를 만들고 있는 치사토를 향해 그린피스 (완두콩이지 싶은데 틀릴수도 있다.)를 던진다. 처음 한알은 장난이었다. 던지는 쪽이나 맞는 쪽이나. 하지만 다카노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치사토는 울어버리고 그날 집을 나간다. 다카노는 그녀가 나가도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애인을 꼬드기려고 노력을 한다. 열대어의 다이스케 만큼이나 다카노 역시 나쁜 인간이긴 한데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마지막 작품은 돌풍. 펀드매니저인 닛타는 어느날 휴가를 떠나고. 그 휴양지에서 민박집과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다가 민박집 주인의 아내를 유혹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금만 더 하면 저 여자 닛타에게 넘어가겠군 하는 인상을 주지만 그녀는 우리의 예상과는 딴판으로 행동을 한다. 닛타는 다시 휴양지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오고. 돌아오기 전 그녀에게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그렇지만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한참 후에야 파티 코디네이터를 차에 태우고 그녀와 약속한곳을 지나다가 그 약속을 기억해낸다.

솔직히 말해서 이 세가지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알겠는데 무엇을 말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다. 분명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다소 나쁜 인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보통의 나쁜 인간들 처럼 어떤 생각과 목적이 있는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행동할 뿐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 모음집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재밌게 읽기는 했지만 별 셋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 소설이 뭘 가르치려 든다거나 은근히 교훈적인 것은 너무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나쁜 인간들이 생각없이 등장하는 것도 깨름직하다. 내가 너무 판에 박혀서 그런걸까? 열대어도 그린피스도 돌풍도 나는 공감하기가 힘들다. 그냥 나쁘니까 나쁜거지 뭐 별거 있겠어 의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다. 다시 무턱대고 일본인들 특유의 턱도없는 쿨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이제 쿨은 그만 좀 우려 먹었으면 좋겠다. 하루키로도 이미 충분하니까 말이다. (작가는 뒤에 영화나 인터뷰 같은 비주얼 잡지의 광고사진을 좋아한다. 그런 사진을 데생하는 것 같은 문장을 쓰고 싶다 라고 했는데 왜 그런걸 쓰고 싶은걸까? 이해할수가 없다. 내게 있어 그런 광고들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상상하는건 니 자유야 하는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