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년은 이 영화를 보자는 나를 거의 환자 취급 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는 한때 엄청 잘난척 하면서 심각한 영화들만 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그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때의 서로를 기억하는지라 둘이 영화를 보면 작품성이 영화 귀퉁이에라도 발라져 있는 것을 고르곤 했다. 하지만 요즘 내 기분이 기분인지라 나는 그냥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환자 소리 들어가면서 까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사기전과로 감옥에서 수감중인 주영주(김하늘)는 언니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가석방을 받아낸다.(이 과정에서 그녀는 청순가련에 비련까지 갖춰서 사람들을 속인다.) 수감자 재활 프로그램중 목공예를 선택했었던 주영주. 그녀는 한쌍의 목각 원앙을 가방에 넣고 감옥을 나와 언니에게 전화를 한다. 하지만 언니는 전과자인 동생의 존재조차 결혼할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눈치이고 더 나아가서 영주가 오지 않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한 주영주는 그래도 가기로 맘을 먹고 기차를 탄다. 한편 김하늘의 맞은편에 앉게 된 강동원은 애인에게 청혼을 하려고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 보며 흐뭇해 한다. 그러다가 소매치기가 반지를 훔쳐가고 주영주는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신경을 끄고 싶었지만 가석방중 혹시나 사고가 나면 자기가 의심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차에서 내려 소매치기의 반지를 다시 훔친다. 이때 기차는 휙 하고 떠나버리고 주영주는 가방을 두고 내린다. 할 수 없이 강동원이 약사로 있다는 용강에 내려가서 가방과 반지를 맞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강동원은 애인에게 가고 없고 주영주는 반지 때문에 졸지에 강동원의 약혼녀라고 속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 김하늘은 연기력이 그렇게 특출난 배우는 아니다. 그러나 약간 어설픈듯 하면서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화면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이제는 그녀 나름의 연기에 물이 올라서 자신의 청순가련함을 비웃기 시작했다. (배우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이미지를 비꼬기는 상당히 힘들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에서 김하늘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물론 과외선생과 사기전과자는 표면적으로 볼때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김하늘의 연기로 인해 이 두 캐릭터는 비슷해져 버렸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배역에 완전히 몰입을 하여 그 배역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나는 최민식씨가 이 부류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 가지는 그 배역을 자신만의 색으로 다시 재 창조 하는 것이다.(나는 송강호씨가 이 부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김하늘은 후자에 가깝다. 어떤 역활이든 김하늘이 맡으면 김하늘만의 색이 뭍어 나온다. 매번 영화에서 변신을 거듭하는 놀라움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는 안전한 배팅이 되는 셈이다.

사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볼때 큰 재미가 없다. 스토리도 단순한 편이고 극의 진행상 관객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하게 꿰뚫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적으로 김하늘과 강동원의 연기력에 의지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김하늘과 강동원이라는 배우 둘 다 연기력 만으로 관객을 만족시켜 줄 만한 배우들은 아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기특하긴 하지만, 그래 너 열심히해서 기특하니 내가 이 영화 재미 없어도 입소문 많이 내어 줄께 하는 관객들은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보다는 한수 아래의 영화이다.)

영화를 극장가서 봐도 안 아까운 영화. 비디오로 봐야 할 영화. TV에서 해 줄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영화. 이 셋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제일 마지막에 해당한다. 좀 잔인하긴 하지만 굳이 비디오를 빌려볼 필요는 없을것 같다. 그러니까 비디오로 보면 대여료가 아깝다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해 줄때 봐야지 아주 재밌게 웃으며 볼 것 같기 때문이다. (설명하기 애매한데 TV에서 영화를 해주면 무지 재밌고 돈주고 비디오로 빌려보면 그저 그렇다. TV가 공짜라 그런가? 아무튼 이상하다.)

덧붙임 : 나는 궁하게 생긴 얼굴을 제일 싫어하는데 영화를 보다가 보면 좀 궁하게 생긴 강동원과 남상미(노때리아 얼짱이라는, 그러나 왜 얼짱인지 이해하기 힘든...)가 같이 화면에 나오는데 정말 궁함의 극을 보여준다. 아. 화면을 뚫고 날라오는 그 빈궁한 향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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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2-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원래 영화정보 프로 안보는데요, 이건 극장에서 안보려고 정보프로를 봤어요. 모든 걸 다 알려주더군요^^

세오 2004-02-23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 휘날리고 실미도 2편이 관객 1000만을 부르는 것보다 소소한 제작비의 영화 100편이 평균관객 10만명이상이 드는 현실이 한국이 소프트 강국이되는 길일듯..

작은위로 2004-02-2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음음음...-_- 그녀를 믿지 마세요... 토요일에 CGV에서 알바하는 친구가... 재미있다고 해서...그래...? 잠깐...볼까...? 했는데...안봐야 겠군요...-_- 아마...요 연말부터 연초내내... 쓸만한 영화들만 봐서인지...- 아참 그러고 보니...내사랑 싸가지를 보았드랬지요... 보고는...허허참..참.. 그랬는데... ^^ 두시간뒤 말죽거리를 보고는 우와~~~ 역시...^^ 하면서 김재원과 권상우의 몸을...비교해 가며...후후훗..근데... 그녀를 믿지마세요에선...머가 볼만할란지..-_- 두 주연배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원래부터 끌리지 않는 영화였다는 거죠...
이제 곧 개학...! 극장가서 영화보기 힘든 주경야독의 시간이 돌아오고 있네요...
서글프죠...^^;;;

플라시보 2004-02-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공짜로 볼 수 있다면 보셔도 괜찮은데..흐흐. 꼭 TV로 봐야한다기 보다 TV에서 공짜로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도 말죽거리랑 내사랑 싸가지 보면서 김재원과 권상우의 몸을 비교했었는데 재밌네요. 사람이 하는 생각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1.전쟁 영화에서 애인사진 갖고 있는 병사는 꼭 죽는다.

2.추격신에선 꼭 오렌지(또는 사과) 리어카가 뒤집어 진다.

3.패싸움에서 끙끙대가가 한 대 더 맞는 엑스트라가 꼭 있다.

4.에로틱 영화에선 상상신이 꼭 나온다.

5.영화 속 핸드폰은 어디든지 잘 터진다
.
6.최신무기를 쓰더라도 끝장면은 꼭 주먹싸움으로 끝난다.

7.자동차 추격신에는 꼭 콘테이너 트럭이 등장한다.

8.악당두목은 끝장면에서 꼭 죽거나 잡힌다.

9.주인공은 급하면 뭐든지 운전하다.

10.경찰은 주인공이 상황을 끝낸 뒤 나타난다.



1-피는 입에서 먼저 나온다(글라디에이터에서 발 찔렀다고 입에서 피 흘리는 장면이 엽기...)
2-남자와 여자가 나오면 꼭 키스는 한다
3-나쁜 놈은 죽어도 죽어도 피흘리며 나오다 폭탄에 날아간다
4-도망치다 어떤 무서운 것이 나오면 엑스트라들은 그대로 서서 보고 있다 죽는다(엑스트라 아닌 조연들도 가끔 그런다..)
5-주인공은 엄청난 사격술과 총알 회피술(매트릭스..)을 가지고 있으며 적 엑스트라 버젼은 그의 완전 반대다. 특히 주인공과 엑스트라 떼거지의 대결에서 엑스트라는 장총 가지고 쏴대는 데 그걸 약간만 숨고 바로 서서 다 떨궈내는 신의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많다
6-적은 초절입자레이저포니 뭐니 하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도 죽는 경우 가 많다
7-폭탄은 터지기 바로 직전(주로 00:00:01)에서 멈춘다
8-한국에서 만든 얄개 시리즈 비슷한 것 전용으로 선생님은 언제나 여자이며 발표가 왕성하고 선생님 하나의 의견으로 그냥 간다(진행 : 선생님 - 우리 XXX하는 어떨까? 아이들 모두 - 좋아요! 선생님 - 그럼 누가? 아이들 모두 - 저요! 선생님 - 그럼 XXX가 하는 걸로 하자 아이들 모두 - 좋아요~!, 어떤 미친학교도 그렇게 진행 안된다)
9-역시 얄개 시리즈 전용으로 선생님은 남자 선생은 "어떤 녀석이야!"하면서 학생의 종아리 및 손바닥을 때리며 여자 선생은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요~"라고 한다(유토피아인건가...)
10-욕을 하는 게 얼레리 꼴레리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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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들
영화 속 해커의 법칙 -_-; 문제제기 진행중 (1)
(2002-12-08 15:10 작성)
영화속 해커의 법칙

1.초당 6백타에 가까운 타이핑 솜씨를 자랑하지만 결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을 보여주지 않는다.

2.아무리 긴 문장을 타이핑해도 절대로 스페이스바를 누르지 않는다.

3.모니터의 서체는 모두 사방 1인치나 될 정도로 크다.

4.평이한 문장으로 명령을 해도 컴퓨터가 다 알아서 이해한다.(<어쌔신>을보라)

5.ACCESS ALL OF THE SECRET FILE라고 입력만 하면 모든 일급 비밀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

6.UPLOAD VIRUS라고 입력만 하면 예외 없이 모든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7.모든 컴퓨터는 항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필요한 정보는 항상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전원이 켜져 있는지의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8.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모니터의 화면만 바뀌어도 삑삑 거리는 신호음이 난다.
스크린을 스크롤하면 읽는 사람의 속도에 맞추어 스크롤 속도가 조절된다.
그리고 스크린이 스크롤 되면서 마치 도트매트릭스 프린터에서 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정말 훌륭한 컴퓨터가 아닐 수 없다!

9.모든 컴퓨터에 수천볼트의 전류가 흐른다. 컴퓨터에 조금만 고장이 나도 불꽃이 퍽퍽 튀면서 연기가 나기 일쑤고, 큰 불이나기도 한다.

10.긴 문서를 타이핑하고 나서 저장도 하지 않고 컴퓨터를 꺼버린다.
그래도 다음에 전원을 넣으면 여전히 살아있다.

11.똑똑한 해커는 단 두번만 시도하면 어떠한, 암호든지 손쉽게 다 풀어낼수 있다. (<네트>를 보라)

12.PERMISSION DENIED라는 명령어는 모두 OVERRIDE 기능을 가지고 있다. (<데몰리션맨>을 보라)

13.아무리 복잡한 천문학적 숫자의 계산도 단 3초면 끝난다. 모뎀은 초당 2기가 바이트의 속도로 파일을 전송한다.

14.단서가 되는 중요한파일은 만들 때 사용한 소프트웨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시스템에서든 모두 읽어들일 수 있다.

15.아무리 작은 컴퓨터라도 모두 3차원영상 소프트웨어와 액티브 애니메이션, 실사 그래픽 장치를 가지고 있다.

16.랩톱 컴퓨터라 할지라도 크레이 슈퍼컴퓨터와 맞먹는 처리속도와 실시간 비디오폰을 갖추고 있다.

17.모니터 화면은 디스플레이되는 내용이 조작자의 얼굴에 그대로 비칠정도로 밝게 조정되어 있다. 조작자가 주인공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에일리언>시리즈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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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2004-02-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정말 생각해보니 그런듯합니다.
2.추격신에선 꼭 오렌지(또는 사과) 리어카가 뒤집어 진다.
6.최신무기를 쓰더라도 끝장면은 꼭 주먹싸움으로 끝난다.
이게 전 가장 공감가는군요 오렌지또는사과^^

플라시보 2004-02-21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박이나 메론은 굴러다니면 그 크기로 인해 화면에 부담스럽게 잡힐꺼고 바나나 같은건 구르질 않아서 극적 효과가 떨어져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오렌지나 사과를 쓰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신 무기로 싸우다 주먹싸움을 하는건 최신무기로 싸울 경우 승패가 너무 빨리 나 버리고 그로인한 극적 긴장감이 지나치게 빨리 해소됩니다. 때문에 주먹으로 치고 박고 엎어지고 떨어지면서 싸워야 시간을 질질 끌면서 긴장감을 더 오래 유지할수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4-02-2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나 오렌지 구를때 같이 보다 그런 사람 꼭 있잖아요..."야 저거 언제 다 줍냐?" 진짜 하나마나 한 이야기!! 도대체 웃자고 한 이야기인지....

groove 2004-02-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다 시쮸(이렇게읽는거맞나요)님 리플보고 미친듯이웃었어요-_-
어딜가나 빗살무늬토기시절개그를구사하는사람들이있죠. 근데 그사람들은 그걸 정말 유머로생각하고 자신이 한유머한다고자부한답니다.
 


 

잔디가 프린트된 우산.

비가오면 나무나 풀들이

막 웃는것 처럼 보이곤 한

다.

이 우산을 쓰면

여기 프린트된 잔디도 웃

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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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4-02-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산을 지금껏 10개 이상 잃어버려왔으면서도,
이걸 보니 구매욕구가 미친듯 뛰어오르네요.
빗방울에 초록들이 물기 머금는 거, 그걸 쓰고 거리를 걸으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서요.

비로그인 2004-02-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왜 이 우산을 들고 열대림 속에 들어가 "냉.열.사(제 아뒤죠 ^^*)를 찾아라! 머리카락 보인다! "놀이를 하고픈 거죠? -.-a

明卵 2004-02-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디 우산이라는 것만 보고 물을 주면 우산에서 잔디가 자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얼굴모양으로 생긴 흙덩이에다 물을 쫄쫄 주면 머리카락처럼 풀이 자라는... 그 비슷한 종류로 우산도 나왔구나! 정말 이런 아이디어라니!! 하면서 신기해 했답니다. (바본가봐;;)

플라시보 2004-02-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아마 저 우산은 사면 잃어버리지 않을것 같아요^^(분명 비쌀꺼고 클꺼고 눈에 팍 띌테니..)
냉정과 열정 사이님 우산 구입하시고 적당한 열대림 티켓 끊으시면 연락하세요 가서 제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이니다'하며 찾아 드릴께요^^
명란님. 하하. 아이디어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다 좋은데 그 우산은 접을수가 없겠네요.^^
 


먼저 이 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고 붙인 카피라이터에게 정말 존경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예전에 존 쿠삭이 나온 영화 High Fidelity를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고 붙인것 이후로 최고의 걸작이 아닌가 싶다.(같은 인간이 아닌가 몹시 의심스럽다.) 원래 영화의 느낌을 표현 해 낼 자신이 없으면 그냥 영어 제목을 그대로 둬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영화의 느낌만이라도 제대로 전달하는 제목을 붙여야 할텐데 이건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모르겠다. 카피라이터가 영화를 보지 않고 제목을 막 달았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스토리 소개에 앞서 이 영화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자면 보통 영화들과 같은 대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주 디테일한 대본없이 감독은 배우들에게 즉흥연기를 요구했고 그 결과 이 영화의 주인공 빌 머레이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뽑아냈다. 또한 영화의 내용은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며 감독은 저 유명한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다. 100% 일본에서 해외로케로 촬영이 되었으며 여배우는 나이 19살의 신인이다. 이 영화는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각본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전미 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도 차지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현재 여러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사진작가인 남편의 일본출장에 따라온 샬롯은 도쿄 호텔에서의 하루 하루가 공허하고 지루하다. 늘 일에 빠져있는 남편과는 왠지 점점 더 겉도는것 같기만 하고 자신은 혼자 버려진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한편 한때 잘나가던 배우 밥 해리스는 일본 위스키 광고를 찍기 위해 이 호텔에 머물러 있다. 그는 돈 때문에 광고를 찍기는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일본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어느날 바에서 이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샬롯의 남편이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동안 둘은 자주 만나서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다. 일본에서의 촬영 일정이 모두 끝난 밥 해리스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던중 길을 걷고 있는 샬롯을 만나 포옹을 하면서 안아준다. 샬롯과 밥의 눈은 모두 젖어있다. 밥은 공항으로 향하고 샬롯은 걷던 길을 계속 걷는다.

솔찍하게 말 하자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그나마 몇명 되지도 않았지만)은 전부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혹은 그래서 어쨎다는 건데 하는 반응을 보였었다. 영화의 전개도 느리고 갈등 구조도 없으며 스토리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사람들은 샬롯과 밥 해리스가 정분이라도 나서 함께 일본을 도망쳐서 새로운 로멘스를 이뤄 나가길 바랬나보다.

영화 내내 일본이라는 나라는 외국인의 눈으로 그려진다. 낮설고 이상한 곳. 사람들은 전부 지나치게 쾌활하거나 병적으로 어딘가에 몰입하는 오타쿠적인 모습을 보이고. 일본의 문화 역시 이상하게 그려진다. 밥은 위스키 광고를 촬영하는 내내 주먹구구 식의 일에 염증을 느낀다. 그리고 호텔에서 자신이 예전에 출연한 영화에 일본어로 더빙된 것을 보다가 채널을 돌려 버린다. 통역관인 여자는 듣는 그대로 통역하지 않고 자기가 말 하기 편한대로 통역을 한다. 앞뒤 다 잘라먹은 통역을 들으며 일을 하는 밥은 일본의 사진작가나 CF감독을 전혀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 그리고 일본식 발음으로 하는 영어는 도저히 알아 들을수가 없다. 그는 이 땅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미국에 있는 가정이 애타게 그리운 것도 아니다. 결혼한지 30년이 지난 아내는 집에 새로 깔 카펫 모델이나 왕창 보내고 밥이 일본에서 어떻게 지내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카펫을 하나 고르라고 조를 뿐이다.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샬롯 또한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있다. 사랑하지만 예전처럼 함께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남편은 늘 일때문에 바쁘다. 호텔에 홀로 남겨지는 샬롯은 거의 매일 혼자서 호텔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거나 호텔방에 처박혀서 창밖을 바라본다. 남편의 동료들과 어울려서 간혹 술도 마시지만 그들과의 대화에 섞이지 못한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앞으로의 진로도 결정하지 않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질문은 하지만 답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얼마나 외롭고 공허한지를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쉽게 친구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이 서로 이성으로의 이끌림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호감은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절제를 한다. 마치 일본이라는 나라가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는것 처럼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냥 일본 호텔에서의 심심한 하루 하루를 같이 할 뿐이다. 어쩌면 이 두사람의 로멘스가 전개되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영화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뻔하고 뻔한 영화(나쁘다는게 아니라 그냥 뻔하다는 얘기다.)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낀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것을 느끼고 잠시건 지속적이건 사랑하게 되는것. 감독은 그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왜냐면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마치 영화가 아닌 다큐멘타리 처럼 느껴진다. 만약 나라도 저 상황에서는 저렇겠구나 하고 말이다. 늘 영화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게 해 주었다면 이 영화는 마치 거울처럼 우리를 보여준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우리가 어떤지를 말이다.

진짜 살아서 움직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하루는 사실 지루하다.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이 어제같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야말로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시트콤도 드라마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일들은 현실에서 그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절대 심심하지 않도록 일어나 주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일본이라는 색다른 공간속에 있지만 그 속에서도 일상은 다르지 않다.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해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순전히 관광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일본에 있어서 외롭고 공허한것이 아니다. 그냥 그들의 삶 자체가 그렇다.

만약 지금 슬럼프에 빠져 있다면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지나치게 슬프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콱 뛰어내릴지도 모른다. (여태 설명했으니 눈물 흘리는 종류의 슬픔이 아니라는 것은 알리라 믿는다.) 나 역시 조금 우울한 요즘인지라 이 영화를 보고 땅속으로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를 본 그저께 보다 비가오는 오늘 나는 이 영화가 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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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2-2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 요한슨.. 판타스틱 소녀백서(원제는 ghost world)에 나왔다죠.. 골수팬이 좀 있는듯.. ^^

플라시보 2004-02-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판타스틱 소녀 백서 봤었는데... 도라 버치만 눈여겨 보느라. 혹시 그녀옆에 있던 친구로 나오던 아이였나요?

superfrog 2004-02-2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렇다는군요..

얼음공주 2004-02-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조조꺼 예매했는데...
실미도랑 태극기 때문에 언제 내려갈 지 몰라서리 빨리 보려구요.
플라시보님 평을 보니까 더 기대되네요. ^^*

플라시보 2004-02-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미도랑 태극기가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기는 하지만 좋은 다른 영화들이 언제 내릴지 모르는 불안감속에 겨우 개봉관 하나만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얼음 공주님 무지 부지런 하신가봐요. 전 한번도 조조를 못봤는데... 님께 좋은 영화이길 바랍니다.^^

파도너머 2004-02-2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로 보고 싶은 영화...혼자서라도 가서 보고 싶은...

흰 바람벽 2004-02-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안보는게 낫겠어요.
플라시보님 말따나 요즘 슬럼프에 빠졌거든요.
비가 오는것 만으로도, 현재 혼자인 시간도,
충분히 슬프니까요.
고맙습니다.

나방 2004-02-23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요하슨 "그남자는 거기없었다" 에서 피아노치는 소녀로도 나옵니다. 아역출신배우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별탈없이 훌륭한 성인배우가 된거군요. 무엇보다 약간저음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입니다. 연기도 잘하구요.
달밤에 영화가 갑자기 땡겨서 동네멀티플렉스에 급히 갔는데, "태극기를 휘날리며" 밖에표를 끊을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그영화가 땡기지 않아서 우왕자왕할때 땅바닥에서 태극기를휘날리며 표 한장을 주섰어요. 하늘의 뜻인가보다하고 그거나 보자하고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어떤여인네가 안쓰러운표정으로 혹시 표떨어진거 못보셨냐고 그러는거에요
-_-; 그래서 낼름 그표를 주인에게 줘버리고 다시 절망 ;; 했는데, 생각해보니깐 멀티플렉스잖아요. 보려고 한영화가 그녀를 믿지마세요 아니면 "사랑할때 버려할 어쩌고" 였는데 시간이 5분정도밖에 안지났었거든요. 그래서 태극기 표를 사서 다른관에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표를 사들고 입장했답니다. 그런데 그영화가 몇관인줄 몰라서 휘젓고 돌아댕기다 결국 "사랑도 통역이되나요"를 또 봐버렸어요. 그영화는 잊혀질때 쯤에 다시 한번 보고싶었는데 큰스크린으로 하는거 보니깐 그냥 눌러앉게 되더라구요. 좀더 아껴보고 싶었는데 벌써 4번째라구요 흑.. 그래도 극장스크린이 확실히 좋네요. 사람도 별로 없어서 혼자 전세낸거 마냥 조용히 봤습니다. 다만.. 번역제목도 마음에 안드는데, 자막도 성의없이 만든것 같아 아쉬었습니다. 한가지가 마음에 안드니깐 계속 꼬투리를 잡으려는 심뽀인지도 모르겠어요.
제목이 사랑이어쩌고저쩌고, 일단 사랑이 들어가면 이상히도 경박하게 들리는군요.

플라시보 2004-02-2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방님 착한일 하셨군요. 그런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다른 곳에서 이미 4번 정도 보셨나봐요? 혹시 컴퓨터로 보셨나? 님 말씀처럼 자막도 좀 후딱 해 치운 느낌이 들고 맘에 안드는 부분이 약간씩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잊혀질때 쯤에 저도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봐야겠네요.

나방 2004-02-25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성질이 급해서 컴퓨터로 봐버렸네요. 외국에 디비디 나온거 혹시나 하고 알아보니깐 다들 감독코멘토리가 없다고 불만이 많네요. 아쉬어요. 얼른 ost 나 우리나라에 출시되었음 좋겠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밥이 샬롯한테 도대체 뭐라고 속삭인거냐 하고 말이 많던데
여러가지 추측중에 'see you at the oscars 샬롯' ok?가 제일 인상깊군요. -_-;

플라시보 2004-02-2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밥이 샬롯에게 뭐라고 했을지 궁금합니다.
 

비즈라고 하나? 아무튼 목걸이랑 귀걸이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잔뜩 든 박스.

가격은 약 45$에서 55$ 선이다.

나는 오른쪽 제일 위에 있는 빨간색 구슬들이 든 상자를 무지하게 사고 싶다.

저 셋트들만 다 있으면 못 표현해낼 색들이 없을것 같다. 노는 동안 저걸 배워볼까? 쉬워 보이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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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la 2004-02-1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이 알려주신 이 사이트 가봤는데, 위에 비즈들이 빈티지 비즈들이라고 하더군요. 빈티지 비즈들이 저 가격이면 가격은 괜찮은 편입니다. (전 크리스탈보다 빈티지 비즈들을 더 좋아해요.) 한 통 사셔서 시작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플라시보 2004-02-1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안 해 봤는데 그냥 할 수 있을까요? 아님 어디가서 좀 배워야 하나? 책을 사서 독학은 가능할까요?^^

Smila 2004-02-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키트에 분명히 설명서가 들어있을테고 그거 따라하시는 걸로 충분합니다. 비즈는 돈내가며 따로 배울 필요가 전혀 없어요. 저 키트 만들어보시고 재미있으시면 그 담에 책을 사서 배우셔도 되구요. (한번 만들어보고 그 쪼잔함에 질려서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 하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요^^)

흰 바람벽 2004-02-1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이쁘네요.
허나 저는 당최 손재주가 없어나. 감히 엄두도 못내겠네요.
여튼 손으로 꼼지락 거려서 하는거 정말 못합니다.
물론 급한 성격탓도 있겠지만서두.
학교때 가정시간에하는 손뜨개 수놓기 블라우스 만들기. 등등 ..
정말 싫었더랬죠.
그래도 단 하나. 요리는 좋아라 합니다. ^_______^
그래서인지 손재주 많은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대단하기도 하구요.
색깔은 왼쪽 아래가 이쁘네요.
개인적으로 초록색 개통 좋아해서요. ^^ 저 색깔로 뭘 만들어야 이쁠까나..헤헤

플라시보 2004-02-1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은 흰 바람벽님처럼 손뜨개 수놓기 블라우스 등등을 모두 개발새발 하는 바람에 가정 선생님께 핀찬을 많이 들었더랬습니다. 즉. 님이나 나나 손재주 없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근데 저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해 보고 싶습니다.

레이저휙휙 2004-02-1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위의 비즈키트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 알려주세요~

플라시보 2004-02-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ww.frenchgeneral.com 입니다.

nugool 2004-02-2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비즈다!!! 액서사리 좋아하심 재밌으실 거예요. 자기 취향대로 이것 저것 만드는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