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 I - 개정판 현대사상의 모험 16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 / 민음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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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에 초판이 나온 이 2권짜리 책은 저자인 칼 포퍼(Karl R. Popper)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1938년 3월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침공 소식을 듣고 집필을 결심하게 됩니다. 오스트리아인이자 유태인인 칼 포퍼는 당연하게도 전체주의자, 군국주의자들을 증오했습니다. 그는 초판이 나온 이후 5차례에 걸쳐 수정판을 내놓았으며 그에 대한 찬반논쟁에 대한 토론을 위해 본문의 양만큼의 주석이 달려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칼 포퍼가 가장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주의라 부르는 철학입니다. 포퍼의 역사주의 정의는 역사의 법칙이나 예측을 주장하는 역사의 결정론을 주 내용으로 합니다.

그의 비판 목록에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히틀러 등이 있지만 1권에선 플라톤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2권에선 헤겔과 마르크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플라톤에 대해 중점적으로 기술한 까닭은 플라톤의 철학이 헤겔, 마르크스 뿐만 아니라 광대한 범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플라톤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활동했으며 사회에 대해 깊은 증오와 과거의 시기에 대한 강한 동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부계는 왕의 후손이였으며 모계는 입법가의 혈통으로 남부러울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전쟁중에 태어났고 태어나 성장하는 동안 아테네는 부족국가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이였으며 민주주의자들에게 있어서 플라톤은 제거되야 할 사람이였습니다. 플라톤의 삼촌은 아테네의 함락 이후 30인 참주의통치라 불리는 공포정치를 펼치다 목숨을 잃었으며 그후 아테네를 떠나게 됩니다. 이런 배경속에 그는 이상국가 이론과 형상이론(이데아 이론)을 그의 철학의 원리로 삼게 됩니다.

그는 모든 국가는 탄생한 순간부터 부패해간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부패의 단계로 네가지 단계인 귀족이 지배하는 명예정치체제->문벌이 지배하는 과두정치체제->자유가 지배하는 민주정치체제->국가가 종말하는 참주정치체제로 국가가 변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회적 타락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 부패해가는 단계만이 있을 뿐이며 이것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두가지 이론을 내세우는데 정치적 변화를 억제하는 이상주의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주의 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이론은 모두 역사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계급의 구분, 국가의 운명과 지배계급의 운명의 동일시, 무기와 교육의 독점, 지속적인 선전 등을 내세웁니다. 정치적 변화를 억제함으로서 이루어지는 이상국가는 곧 원초적인 자연지배적 국가이므로 플라톤은 자연주의를 말합니다.

플라톤의 자연주의는 생물학적으로는 자연적 천성은 상호보완적이며 사회생활은 자연적인 불평등 관계의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며 심리학적으로는 사람이 생물학적인 부분 외의 정신적인 가치목적을 추구하는것이 본성이므로 그것에서 인간이 태어난 진정한 자연적 목표를 알아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자연은 곧 본질이며 플라톤이 주장하는 이데아 연결되며 역사는 그 자체를 연구하는것이 아닌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이라는 역사주의적 방법론(historicist methodology)를 주장합니다. 그는 이 방법론을 통해 국가의 본질은 사회계약이며 개인은 사회를 벗어나선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성을 지니므로 사회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보다 전체가 중요하므로 플라톤은 정의(justice)를 국가이익이라고 주장합니다. 플라톤은 변화를 억제하는 정치체제를 최선으로 함으로 국가이익은 곧 정치변화의 억제를 의미합니다. 정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항상 지켜야 하는 기본원칙이며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플라톤은 전체주의와 집단주의를 주장하며 개인주의와 평등주의를 비판합니다.

우리의 법률은 우리 모두에게 평등한 정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는 탁월한 자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는다. 어떤 시민이 뛰어날 때 그는 특권으로서가 아닌 재능에 대한 보상으로서 공무에 봉사한다. - 투키디데스 

플라톤은 이 평등주의에서 지도자들의 자연적 특권을 요구했으며 도덕적인 이타주의를 강조하고 이기주의를 물리치자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플라톤은 집단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일시했으며 이타적인 개인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타주의는 오로지 집단주의에서만 발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라톤의 개인주의 = 이기주의 라는 방식은 그의 추종자 뿐만 아니라 그의 도덕적인 호소적인 부분 때문에 그의 반대파까지도 받아들이게 함으로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력을 끼칠수 있게 됩니다. 이 주장은 현대 전체주의의 민족은 개인에 우선한다, 나의 민족은 무엇이든 옳다는 등의 규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는 전체주의만이 국가의 안정을 유지할수 있으며 그걸 위해선 계급의 구분, 즉 특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소수의 특정계급이 통솔해야 하는데, 과연 그 특정계급은 누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플라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전지전능한 현자, 철인왕이 통치해야 하며 이 미래의 통치자를 위해선 교육제도를 권력층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왕이 철학자여야 하는 이유는 철인왕은 국가의 안정을 추구해야 하며 그 안정은 곧 국가의 최초의 이데아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데아를 정확히 이해할수 있는자가 곧 철학자이며 지배계급의 몰락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우생학을 익힌 철학자가 왕이 되지 않으면 국가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고 주장합니다. 철학자이며 우생학을 아는자, 그가 플라톤이며 철인왕은 곧 플라톤 자신을 의미합니다. 플라톤이 말하고자 하는것은 결국 권력은 플라톤 자신의 것이며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플라톤의 정치는 유토피아적(그로 인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유토피아는 달성될 수 없고 절대적 합리성과 이상을 목적으로 하는 유토피아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에 거슬리는 모든것에 대한 공격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강력한 독재자의 등장을 주장합니다. 역사주의는 과거 역사를 이끌어온 것은 개인이 아닌 위대한 민족이나 지도자, 계급이나 이념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의 고찰을 통해 역사의 법칙을 발견해 궁극적으로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인종주의, 파시즘, 마르크스의 5단계 역사구조(원시공산제->노예제->봉건제도->자본주의->공산주의) 등이 이 역사주의에 포함됩니다.

역사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를 정당화하게 되는데, 민족과 역사는 개인에 우선함을 주장함으로서 특수 소집단의 통치를 합리화하며 그 틀에서 어긋난 소수의 그룹에 대한 탄압과 학살을 정당화합니다. 우수한 아리아인을 부르짖었던 히틀러의 유태인학살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역사주의는 유토피아를 지향합니다.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상국가 등이 대표적인 유토피아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절대 존재할 수 없으며 유토피아 사상은 유토피아의 건설을 주창하는 독재자의 출현을 가져오게 됩니다. 권력가는 권력가의 유토피아 세계를 주장하며 민족과 국가를 위해 개인을 억압합니다. 대표적으로 구소련, 북한 등을 예로 말할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주의의 역사적 결정론은 개인의 판단을 거부하며 받아들이는 자로 하여금 운명이나 숙명 같은 닫힌 지식을 유도함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합니다.

칼 포퍼는 이런 역사주의에서 파생된 개념들이 일으키는 사건들(그가 동시대에 체험한 2차대전 등)을 통해 점진적인 사회공학(piecemeal social engineering)을 주장합니다. 그는 점진적인 사회공학을 위해 주류 학파의 검증원리, 즉 증명할수 없는 이론은 허구라는 주장 대신 진리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이론이 참된 이론이라는 반증원리와 역사적 결정론을 비판하기 위한 비결정론, 사회를 전체로 봄으로서 일부 그룹의 통치를 합리화하는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사회는 개개인을 중시하는 개체주의를 강조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는 휴머니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대한 열린 시각과 토론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평화로운 발전방법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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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3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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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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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 재판은 그가 나치독일치하에서 유대인 관련업무만을 맡았던 공무원이기에 나치독일의 여러 민족에 대한 범죄로 기소된 뉘른베르크 재판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재판이 열리게 된 과정부터 독특했는데, 이스라엘은 아이히만이 살고있는 아르헨티나에서 국제법을 어기며 납치해왔으며 국제재판소를 여는게 더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 열렸다는 점입니다. 이것에 대해 아이히만 당사자에 대한 재판이 아닌 반유대주의에 대한 재판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로인해 예루살렘 재판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지적하는데, 피고를 위한 증인을 허용하지 않은 점 뿐만 아니라 잘못을 행하려는 의도가 범죄를 구성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가정을 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아이히만의 성장과정을 따라갑니다. 평범한 학생이 성장해 결혼을 하고, 감압정유회사에 취직하고 나치당에 가입했고 친위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당의 정강도 알지 못했고 '나의 투쟁' 도 읽지 않았습니다. 젊은 변호사 칼텐브루너의 "친위대 가입해보면 어때?" 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뭐" 정도의 신념으로 가입했던 것입니다. 그가 유대인 문제 전문가로 성장하며 맡았던 것은 나치당의 유대인 해결책과 동일했습니다. 추방, 수용, 학살에 이르기까지 유대인 정책이 변화할때마다 그는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아이히만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치 본디오 빌라도가 된 심정이였다고 말합니다. 유대인은 예수를 로마에 대한 반역죄로 몰아 빌라도에게 고발했고, 빌라도는 예수의 무죄를 확신했지만 유대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십자가형에 처한뒤 손을 물로 씻으면서 자신의 죄가 없다고 말한 바로 그 심정이라는 것입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의 추방 및 수용은 몰라도 최종해결책, 즉 학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결국 자신의 양심을 무마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 방법이란 학살에 반대한 사람을 단 한명도 볼수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입니다.

나치가 유대인을 그토록 많이 학살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 중 하나는 바로 유대인 지도자들입니다. 유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독일은 그 짧은 시기에 유대인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할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나치는 유대인을 추방,이송하는데 있어서 유대인 공동체를 이용했는데, 명단을 작성하고 돈을 인수하고 기차에 태울수 있게 경찰력을 제공하는 등 유대인 중앙위원회는 유대인처리에 있어서 절대적 권리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비밀을 맹세했고, 자기 민족을 파멸로 이끄는 새로운 권력에 취해 홀로코스트를 이룩함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합니다. 간혹 유대인을 구한 경우도 있었는데 헝가리에서 카스트너 박사는 47만 6000명의 희생자를 내고 1684명을 구출했습니다. 이러한 저명한 유대인은 전쟁중에도 학살당하지 않았고 그들을 위해 덜 저명한 유대인은 항상 희생되었습니다. 히틀러는 340명의 일등급 유대인에게 독일인의 지위를 부여했고 수천명의 반쪽 유대인은 모든 제약을 면제받았습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의사들은 유대인 부대도 있었습니다.

유대인 위원회가 유대인을 학살하는데 큰 영향력을 끼친 증거로 나치독일 점령국에서의 유대인 학살과정을 들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간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반응에 따라 유대인학살수치에 큰 영향을 가져옴을 알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무국적 유대인을 희생시키는데 있어서 오히려 프랑스 비시정부가 자발적으로 앞장섰으나 프랑스계 유대인을 포함시키려 하자 격렬하게 저항한 결과 25만명의 유대인이 살아남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벨기에의 경우 더 비협조적이였지만 나라가 작다보니 숨기가 어려워 피해가 좀 있었습니다. 덴마크의 경우 독일의 반유대정책에 대해 대놓고 반대했고 무국적자마저 덴마크 정부가 보호해줬을뿐만 아니라 돈없는 유대인을 위해 덴마크시민들이 탈출비를 제공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완강한 저항을 보게 되자 정작 덴마크에 파견된 독일당국마저 베를린의 명령에 대해 거부심을 표하게 됩니다. 불가리아의 경우 더욱 완강한 정책으로 불가리아 유대인은 이송되거나 자연사가 아닌 죽임을 당한 사람은 한명도 없게 됩니다. 그런 반면 루마니아의 경우 독일보다 더 극렬한 반유대정책으로 유대인학살의 원조격인 친위대마저 루마니아인들의 학살에 공포심을 느꼈으며 유대인을 구하기위해 개입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독일의 도움 없이도 독일 친위대가 도착하기 전에 벌써 3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그의 친척중에도 유대인의 피를 잇는 사람이 있었고, 교양있는 유대인 지도자들과 친분을 나눴으며 자신이 맡은 유대인학살소(테레지엔슈타트)의 학살과정을 보고 경악했으며 그의 희망은 유대인의 발아래 확고한 땅을 두려는 것이였습니다. 그것은 그의 니스코 모험이나 마다가스카르 계획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최종 해결책이 다가옴에 따라 취소되었고 그는 변경된 정책을 따랐습니다.

이스라엘 법정은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습니다. 판결문에서 그는 15개의 기소 항목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그것은 유대인의 대량학살 및 폴란드인, 슬로베니아인 추방죄와 집시추방죄를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집시의 학살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서 살상도구를 자신의 손으로 사용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의 정도는 증가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아이히만의 사면 청원서와 미국랍비중앙회, 미국개혁주의 유대교대표단 등에서 보내온 호소편지문을 모두 물리쳤고 몇시간뒤 아이히만은 교수형에 쳐해졌습니다.

아이히만은 사악한 동기에서 행동하지 않았고, 누구를 죽일 어떤 의도도 없었으며, 유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지만 다르게 행동할 수 없었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를 통해 그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사고의 무능력함을 지적했고, 그가 행한 모든 일은 그가 법을 준수하는 시민으로서 인식한 만큼 행동한 것이었다. 그는 경찰과 법정에서 계속 반복해서 말한 것처럼 의무를 준수했지만 그 법과 조국, 숭고한 명령에 대해 사고하지 못했음을 지적했고, 설령 대량학살의 조직체에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을 지지했고 인류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아이히만과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수 없기 때문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아주 평범하게도, 밀그램의 실험에서 버튼을 누른 대다수의 사람에 불과했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아버지였고, 평범한 공무원이였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누구라도 그처럼 될수 있는 평범한 악 이였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책이 예루살렘 재판의 성공여부(헌법재판소로서 정의를 부여하는 행위)만을 다루고 있다고 글을 마무리하지만, 역사속에서 유대인학살을 최소화할수있었던 좋은 예들(덴마크나 불가리아의 유대인정책 등)을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알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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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의 품격 - 빵에서 칵테일까지 당신이 알아야 할 외식의 모든 것
이용재 지음 / 오브제(다산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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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자는 말한다. 현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개개인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라고. 소셜과 블로그 등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수많은 사람들이 기탄없이 자신의 의견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인터넷의 발달이 기여한 바는 우리가 더 이상 공간을 주어진 절대항으로, 그 속에서 사회적인 것이 벌어지는 용기나 테두리로 이해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을 통하여 비로소 생산된 것으로서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언제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의사소통을 통하여 비로소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공간 이해는 모든 사회적 단계에서 대단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이런 새로운 공간관은 적어도 하나의 동일한 장소에서 참으로 다양한 공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허용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음식문화도 예외는 아니라서, 수많은 음식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고, 공유된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주장하는 맛집 정보는 이미 사람들에게 주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수많은 인터넷 공간을 항해하는 항해자로서 말하자면, 당연하게도 인터넷의 정보가 모든 것이 가치있지는 않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알아채기는 어렵다. 특히 음식이라는, 직감적이고 감정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듯 하면서도 모르는 정보는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의 경험이다. 원광대 서예과 졸업작품전에 서예작품을 구경하러 간 날이였다. 학생들의 서예작품을 보고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 했지만 그 주변의 음식점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모 포털의 모 블로거가 제목에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추천한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입맛이 굉장히 너그러운 편이라 주변에서 뭐든지 맛있게 먹는다고 말하는 편인데, 군대에 가서도 하이라이스 빼고는 전부 맛있게 먹는 편인데, 그 집은 정말 아니였다. 군복무 중에 먹었던 하이라이스에 비하면 맛있는 편이였지만, 13,000원이라는 돈을 주고 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음식이였다. 요즘 말로 낚인 셈이다. 그 집에서 유일하게 괜찮다고 평가할 만한 요소는 그릇과 인테리어 뿐이었다.《라면요리왕》이라는 만화에서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장면을 본적이 있고 개인적으로 옳은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음식이 기본은 되야 가능한 일이다.

튀김은 재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리 방식이므로 겉은 바삭하되 속은 부드러워야 한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취향을 놓고 따질 수 있다. 여기서부터 진짜 주관적인 영역으로 접어든다. 좋은 예가 생선요리에 섞는 바닐라 향이다. 유행인지 종종 써먹는 셰프들이 나온다. 이 또한 생선살이 촉촉함을 잃지 않고 잘 익었다는 전제 아래, 어울리는지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럴 때에야 '내 취향에는'이 나올 수 있다. - p.11 

물론 1년전의 경험으로 블로거와 맛집문화라는 것을 정면으로 부인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다. 정말 맛있는 집은 그만큼 맛집리뷰도 많고, 개인적으로 맛집 추천글에 대체로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의 블로그가 칭찬일색인 경향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아마도 음식이라는 문화가 우리사회에서 대체로 감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당한 수준만 만족하면 맛있다고 평하고, 음식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그 평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닫힌 환경을 만들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듯하다. 때문에 음식이 맛없는건 맛없다고 말할수 있는 글, 그러한 주장을 다른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식을 가진 글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외식의 품격》을 쓴 이용재의 글은 인상적이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건 블로그에서였는데, 풍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비판적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칭찬 일색인 맛집문화에 비해 전투적이라면 전투적이라고 할수 있기에, 모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 절차까지 받았다. 맛없는것을 맛없다고 말하는것조차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이다. 에마뉘엘 피에라가 쓴《검열에 관한 검은책》에서도 현대사회에서 고소는 검열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자기검열의 형태로 나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그 날카로움은 그다지 변한게 없는 듯하다.

회의주의자의 삶은 고달프다. 비판자의 위치에 서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많은 사색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굴복해 버린다. 에밀졸라마저도 "부끄러운 공포가 지배한다. 가장 용감한 자들은 겁쟁이로 변했으며, 배신자나 부패한 인간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워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자신의 의견을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직감과 감성이 지배하는 한국의 음식계에 지켜야 할 기본은 지키자고 말하는 저자의 포지션은 그래서 기억해둘만하다.

풀기 없는 밥, 조미료 찌개, 국물이 흥건한 파스타, 토핑이 우선시되는 피자 등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지양하자는 저자의 주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마저 지키지 못하는 한국 요리계의 현실에는 아마추어리즘이 자리잡고 있다. 장사 해볼까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게 외식사업이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태반이니 당연히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음식은 '배만 채우면 되지' 수준에서 많이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차 맛있는 음식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자 하고 있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 문제는 파는 사람이 적다. 새로운 세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외식의 품격》이 그런 변화의 지평선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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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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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평론가 오쓰카 에이지는 라이트 노벨에 대해 평하면서 순수문학과는 다른 논리가 있음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는 라이트 노벨과 순수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소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광주대단지사건과 같은 도시 재개발이라는 현실을 논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순수문학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문학작품을 놓고 라이트노벨적인 작품과 순수문학적인 작품이라는 구별을 한다면, 현대의 많은 이야기 장르는 대체로 라이트노벨적입니다. 곧 개봉할 영화『변호인』이 실제 있었던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것처럼 여전히 순수문학적인 이야기 장르는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현대의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들은 메타 이야기적인 구조 하에 단순한 이야기의 소비에 그치고 맙니다.

최근에 시청률 1위를 달성했던 SBS의 드라마『상속자들』을 보면 재벌가의 남자 주인공과 가정부의 딸인 여자 주인공이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드라마는 현대인들의 라이트노벨적인 소비를 보여줍니다. 이렇듯 주류 문화 작품들에서 라이트노벨적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면, 서브 문화 작품들에서 순수문학적 구성을 찾아볼 수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저자 정지우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런 관점을 모색해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행하는 드라마, 소설, 영화, 연극보다 만화, 애니메이션이 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은 장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18세기부터 시작된 근대사회에서는 국가를 중심으로 규범의식이나 전통의 공유와 같은 '큰 이야기'가 존재했습니다. 근대사회에선 국가가 중요했고, 민족이 중요했고, 전체를 중요시했습니다. 근대사회는 국가와 민족, 사회를 위해서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근대적 인간상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으로 저자는『그렌라간』을 주목합니다.『그렌라간』에서는 나선력이라는 에너지로 대표되는 인간의 가능성, 진보, 해방이 긍정되며 인류는 끝없이 전진하고, 진화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동시에 이 근대적 인간상은 중세적 인간상과의 결별을 의미하는데, 주인공 시몬이 "나는 나다"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렌라간에서 그렌단이 하는 것, 그들이 긍정하는 것, 그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의 핵심에는 결국 무엇이 있는가? 그건 인류를 위한 '역사적 행위'이다. - p.47 

1970년대 이후 포스트모던의 상대주의적, 다문화주의적, 다원화라는 특징에 따라 거의 대중 모두가 공유하던, 설령 공유하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공유해야 했던 큰 이야기라는 개념이 쇠퇴하고 근대부터 시작된 '개인'이라는 관점이 더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근대의 개인은 국가에 귀속된 개인이었지만, 현대의 개인은 국가라는 틀에서 해방됩니다. 이러한 현대적 개인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저자는『원피스』를 주목합니다.『원피스』의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근대의 인간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국가의 발전, 인류의 진보라는 대의명분보다 개인의 욕망, 개인의 꿈을 긍정합니다. 루피의 해적단은 각자가 다른 꿈을 추구하며, 같이 나아가는것도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 공통점이 있어서 동료로 존재합니다. 그러나『원피스』가 보여주는 현대성은 순수한 물과 같은 정제된 현대성입니다.

국가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은 드디어 홀로 대지에 섰지만, 동시에 그것은 불확정성과 불안감을 가져다줍니다. 개인과 개인간이 가져다주는 친밀성의 부재, 생존의 추구는 현대인들에게 집단화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듯 불안과 자존감의 상실이라는 실제 현대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작품으로 저자는『강철의 연금술사』와『충사』그리고『진격의 거인』을 지목합니다.『강철의 연금술사』가 보여주는 인간상은 근대적 인간상을 탈피한 현대인의 관점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우정과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충사』는 현실에서 한발짝 물러서 삶을 상상할 것을 사람들에게 권유합니다.『진격의 거인』은 현대인적인 개인의 욕망을 바탕으로 근대인적인 사회적으로 책임감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다원주의적 세계는 재미있게도 '과거의 사람들' 역시 수용한다. 즉, 중세인이나 근대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다. - p.62 

저자는 이 외에도『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나『초속 5cm』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을 통해 삶을 상상할것을, 세상을 응시해볼것을, 시간의 단절을 상상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이 외에도 최근『은수저』,『논논비요리』등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서브컬처물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도 삶을 상상해보고자 하는 트렌드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현실과 상상이라는 세계를 살아갑니다. 어렸을 때는 상상의 세계를 더 살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현실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현대인들은 어른이 되면서 모두 리얼리스트가 됩니다. 문제는 우리들 모두가 너무나 순수한 리얼리스트가 되어서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자가 이렇듯 애니메이션을 통해 삶을 바라볼 것을 종용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삶을 상상해볼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꿈을 가지고 삶을 상상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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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Making Out in Korean (Paperback)
Ghi-woon Seo / Tuttle Pub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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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을 읽어볼까 돌아다니던 즈음, 친구가 인터넷상에서 Making out in korean 란 책의 존재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말하길, 한국인과 사귀고 나서 야한걸 할때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라더군요. 제목도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대충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한국에 오는 영어권 강사들(주로 서양인)이 한국여자 꼬셔서 엔조이할때 애용한다고 하는 그런 책이라던데, 실제로 사용되었건 아니건 간에 책의 내용을 보면 과연 그런 용도로 사용하기 좋게 구성되어있긴 합니다. 

간략한 소개글은 넷상에 돌아다니고 있지만 이 책에 대한 상세한 글은 넷상에서 찾아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침 영어독해도 오랜만에 해볼겸 내용이 궁금하여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중학교때 해본 얇은 라이온킹 원서 같은거 옮겨서 번역하는 것을 추억거리겸 해보고 싶었고, 공부에도 자극을 좀 줄겸 믿고 골랐습니다. 그래서 왔는데..

이 책은 외국인용 회화서적입니다. 좀 야시시한 내용이 많은걸로 봐서 한국여성을 꼬시기로 마음먹었으면 한밤의 엔조이를 위해 이 책으로 관련 회화 연습을 제대로 하라는 책인거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문장의 일부를 보고 다들 영어를 공부해 봅시다.

 

What time do you have to be home? 몇 시까지 집에 가야 해요?
Are there many lot hot girls in the club? 그 클럽에 퀸카 많이 있어요?
I'm going to get her. Don't even touch her. 내가 찍었어. 저 여자 눈독 들이지 마

Let's stay to the end. 우리 끝까지 남아요
I'm afraid I'll get pregnant 임신할까봐 무서워
I love you, but I can't become your husband. 널 사랑하지만, 네 남편은 될수 없어
Let's not tie each other up 이제 우리 인연 끊어요

책의 대략적인 구조는 말걸기->친해지기->데이트->클럽->연인간의 대화->헤어짐 시에 유용한 대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단어만 모아놓은 책이라고 평할 수 있고, 아쉬운 점이라면 거의 전부 남녀간의 대화에 쓰는 용도의 단어밖에 없습니다. 

I can see whomever I want/do whatever I want.
지금도 맘만 먹으면 다른 여자 얼마든지 사귈 수 있어
jigeumdo mamman meogeumyeon dareun yeoja eolmadeunji sagwil su it-sseo.
 
이렇게 외국인이 한국어 발음을 익히기 쉽도록 쓰여져 있습니다. 문장은 간결하고 실전적이기 때문에 영어,한국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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