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이라는 거짓말 - 일본인이 파헤친 일본의 진짜 얼굴
스기타 사토시 지음, 양영철 옮김 / 말글빛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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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진국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하기 힘들지만, 일본이 선진국이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한때 세계 제 2의 경제대국, G7 가입국, 전세계 곳곳에 자국의 문화가 알려져 있는 일본은 어떤 기준을 대입하더라도 선진국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선진적일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 일본이라 자부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스기타 사토시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적인 부자 나라이지만, 국가의 부가 아무리 풍부하다고 해도 그것이 국민생활의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외교, 교육, 경제 등의 분야에서 일본이 개선해 나가야 하는 점들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는 일본의 교육 제도를 본뜬 것이 많기에, 일본의 교육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서열화, 초등학생때부터 경쟁적인 환경에 내던져지는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수험제도는 학생들의 삶을 파괴합니다. 저자가 특히 지적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사상의 통제입니다. 검정교과서라는 이름의 통제는, 학생들의 역사관, 시민의 모습을 획일화합니다. 이런 교육의 기능은 근대국가의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동력이었지만, 전체주의, 민족주의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애국가와 태극기를 강제하는 것처럼, 일본 역시 국가(國歌)와 국기(國旗)를 강제하고 있으며, 반발하는 교사들은 엄벌에 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선진적인 교육을 위해선 교육을 교사와 학생들의 자주성에 위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부과학성과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 자체가 교사들이 잘못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더 크고 심각한 잘못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통제에 의해 고정된 사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면 자주적 판단 능력을 가진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적인 시민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본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 p.86

우리나라에서도 문제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노동자들은 긴 근로시간 때문에 고통받고 있으며, 수많은 잔업, 야근을 합니다. 잔업과 야근은 당연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추가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근무하던 겐이치 씨의 경우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2시간 20분이였습니다. 결국 그는 30세가 되던 해에 직장에서 쓰러져 사망했고, 사망 원인은 과로에 의한 치사성 부정맥이였습니다. 평균 귀가시간이 밤 9시, 통근시간을 포함하면 11시나 12시에 집에 도착하는 현실에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쓸데없는 잔업, 야근 문화를 버리고 남성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아이를 키울만한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왕복 2~3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도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영주택을 지으려 해도 토지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토지는 효율적 활용의 공간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회의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빈약합니다. 보육원 수는 적고, 육아휴가는 존재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여성은 1달에서 길어야 3달을 넘지 못하며, 남성이 육아휴가를 쓴다는 것은 회사에서 짤리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습니다. 자신이 사용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의 휴가에도 관대해지지 못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노동조합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970년부터 일본의 좌파세력은 힘을 잃었고, 노동운동은 노동자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경제부흥기 시절에 기업들이 알아서 모든걸 해결해주던 문화의 잔재이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일본은 여성 노동자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여성노동자 임금비율은 남자에 비해 68% 수준으로, OECD 순위에서 중국, 한국에 이어 세번째로 낮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이 힘듭니다. 일본 노동자들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감이 너무 커서 아이를 못 낳는다고 말합니다.

치한은 일본의 출퇴근 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가혹한 인구밀도가 낳은 산물인 셈이다. 볼프렌은 원조교제와 포르노에서 볼 수 있는 일본 남성의 병리에 대해 서술했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볼프렌은, 장시간에 걸친 노동과 사회에 순종할 것을 요구받는 데서 생기는 자유 상실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일본인 노동자를 울적하게 만드는 스트레스는 꼭 치한 행위나 선정적으로 자극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인간은 일본처럼 비인간적인 사회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 p.156

일본의 세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하는 소비세 위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법인세, 사업세, 주민세 등 3대 법인세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법인에 대한 감세분에 연구개발, 설비투자 감세 등을 이유로 감면된 세금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기업은 세금을 내기는 커녕 162조 엔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조세와 사회보험 부담을 기피하고 있고, 국가가 사회보장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소비세의 비중은 계속 늘어갑니다. 덕분에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내부유보금은 어마어마해져갔지만, 그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자는 GDP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국가로서의 일본은 풍요롭지만 국민으로서의 일본인은 빈곤하다면,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질문합니다.

저자는 국가의 부가 불균형을 이루는 것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3권분립에 해당하는 재판관들마저 정치 비판에 직결되는 판결을 내지 못하며, 이라크 파병 반대, 기미가요 반대 등 정책을 호소하는 전단을 일반인이 배포하는 것은 범죄가 됩니다. 일본의 정치가들은 친기업적, 친미국적 행동을 보이는데, 미일지위협정에 따라 원래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주일미군의 주둔경비를 매년 지불하는 것을 예로 듭니다. 경제가 힘들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면서도, 미군을 위한 금액은 증가합니다. 미국정부는 매년 연차개혁 요망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하는데, 1988년의 쇠고기, 오렌지 자유화, 1993년의 구조개혁, 1994년의 규제완화 등의 요구를 자민당 정부는 자동적으로 채용합니다. 일본의 공탁금 제도는 의원의 자격은 재산 혹은 수입에 따라서 차별되지 말아야 한다는 헌법 조문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사실상 평범한 시민은 국회의원을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듭니다.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선진국의 조건이 아니다. 일본은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 특히 과거의 식민지배, 침략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끼쳤던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구축하는 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한일기본조약, 중일평화우호조약으로 과거의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이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일본 정부가 구차한 변명거리를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 pp.251~252

공업화의 진전, 기술과 경제의 발전, 에너지의 대량 소비, 풍부한 국가의 부라는 선진국의 모습에서 남녀평등, 아동, 환경을 배려하는 나라, 지방주권을 통해 시민이 행정을 감시하는 나라, 창의적인 교육, 교육을 위한 교육을 하는 나라, 노동조건을 개선해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 황실의 땅과 수입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나라, 과거사를 반성하고 평화를 외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일본이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에게 리만 가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이 변화한다면, 일본이 선진국이냐고 물었을 때, 더 확신에 찬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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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을 위한 여름 - 종교의 신과 과학의 신이 펼친 20세기 최대의 법정 대결 걸작 논픽션 8
에드워드 J. 라슨 지음, 한유정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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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결과는 사회 구성원들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데버러 L. 로드는 우리 마음속에 굳어버렸다고 가정하는 편견조차도 사실은 법에 의해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폐단이었던 성희롱이 성희롱 금지법 시행 후 많은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인종차별 금지법으로 인해 많은 인종차별 사례가 개선되었습니다.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법적 정통성을 요구하고, 재판의 결과는 사회의 변화를 가속화시킵니다. 국가보안법 같은 사례가 쟁점이 되는 것은, 변화의 여파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문옥 감사관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등 수많은 판례들은 우리 사회를 서서히 변화시켜 왔습니다. 수많은 재판들 중에서도, 그 영향력이 엄청난 '세기의 재판'들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J 라슨이 말하는 존 스콥스 재판도 그 중 하나입니다.

HBO의 드라마『뉴스룸』에서 천사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는 미국인이 많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은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나라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며, 과거에는 그런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다윈주의의 등장과 20세기 초에 과학자들이 인류 기원에 대한 다윈주의적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들, 이른바 잃어버린 고리를 쏟아내면서 기독교계는 반발했고, 충돌이 예상되었습니다. 무신론자들이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고, 그들의 핵심엔 진화론이 있었습니다. 20세기 들어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한 미국인들이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문제는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는데 있었습니다. 젊은층이 기독교 세계관을 버리고 진화론 세계관으로 교육받는 것은 기독교계에 있어서 생존의 문제였고,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대대적으로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근대주의를 이교로 규정하고 종파를 뛰어넘어 전통적인 신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단결했습니다.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정치적인 행보를 시작했는데,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금주령 캠페인을 실시했고, 공산주의를 공격했으며, 공립학교에서 진화론을 교육하는것을 반대했습니다. 원리주의와 반진화론운동은 여러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테네시 주에서의 진화론 교육금지 법안이었습니다. 이 법안은 기독교계의 승리였지만, 많은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 법안에 반대하기로 했고, 존 스콥스를 통해 재판을 열었습니다. 존 스콥스는 스스로 법을 어겼다고 신고했고, 다수결주의와 전통 복음주의, 과학 세속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는 근대주의 세력이 충돌했습니다.

법을 어긴 존 스콥스의 죄를 묻는 스콥스 재판이었지만, 존 스콥스는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과 미국시민자유연맹의 클래런스 대로가 재판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성경 이야기, 불신론과 계시 종교에 대한 믿음을 두고 벌어진 클래런스 대로와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의 대결은 미국 전역에 알려졌습니다. 수만 단어의 법정 전문이 전국에 배포되었고, 수많은 증인들과 변호사들은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유머와 혼란, 재치와 증오가 법정에 있었습니다. 주민 대부분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배심원단은 원리주의에 유리했지만, 클래런스 대로는 주도권을 잃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J 라슨은 영화『패치 아담스』나『타임 투 킬』에서 볼 법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머리기사로 다음 글을 실었다. "클래런스 대로가 오늘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 사람들로 꽉 찬 법정에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과 정면충돌해 원리주의 사자의 털을 뽑고, 엄지손가락을 멜빵바지에 넣은 구부정한 자세로 이들이 신성시하는 모든 믿음을 거역했다." - p.241

주민 대부분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기독교 교육을 시행하는것이 당연하다는 다수결주의, 헌법상 어떤 기관도 종교의 자유에 위배되는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개인의 자유는 일진일퇴를 반복했고, 서로에게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은 그 끝을 보지 못했고, 스콥스 재판은 진화론 교육을 한 것은 맞으니 유죄라는 결말로 끝나게 됩니다. 그러나 스콥스 재판은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에 있어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습니다. 이 대결구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와 창조과학회가 공존하고, 과학 교육개정안에 창조론을 가르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자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성경직역주의, 창조 과학, 지적 설계, 진화론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고 에드워드 아귈라드 재판에서 의미있는 판결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재판 역시 끝은 아니었습니다. 스콥스 재판에서 시작된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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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인가 고정관념 Q 2
공자그 드 라로크 지음, 정재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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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 시각에서 보면 한국 남자들은 동성애자, 게이 같다고 합니다. 패션 잡지를 보거나, 스킨이나 로션을 바르면서 피부에 신경쓰고, 스키니 진을 입고,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모습이 게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 많은 남자들은 게이가 아닐 것이고, 게이를 의식해서 하는 행동도 아닐 것입니다. 같은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문화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동성애에 대한 관념은 문화적인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기오케넴이 지적하는 것처럼, 동성애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문제는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두려움은 무지, 또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됩니다. 공자그 드 라로크는 동성애의 원인, 동성애자들의 생활,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에 있는 고정관념들을 말합니다.

루이 조르주 탱은 이성애 문화와 동성애 문화의 역사를 통해, 다양한 문학에서 나타나는 이성애 문화와 동성애 문화의 전환기를 탐구합니다. 그에 따르면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 몰리에르의 시대에 이르러서야 이성애 문화는 동성애 문화를 밀어내고 주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애 문화는 그것이 자연의 질서라거나 인간 사회의 기반이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원하는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문화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당시의 정치, 사회였고, 과학이었습니다. 지금은 당시에 이성애를 예찬하고 동성애를 핍박한 과학이 사이비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당시에 만들어진 동성애에 대한 공포, 그리고 고정관념은 당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성애의 관습이 보편적이라 할지언정 이성애 문화는 보편적이지 않다. 사실 인간의 본성이 명백히 이성애적이라 할지라도, 이로써 인류의 번식이 가능해지긴 하지만, 인간의 문화가 반드시 이성애적인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고대 또는 원시사회의 검토를 통해 입증되듯이 문화나 문학 또는 예술의 재현에서 남녀 커플과 사랑에 언제나 우위가 부여되지는 않았다. -《사랑의 역사》p.9

사람들의 성을 명문화하고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병리가 규정되었습니다. 수많은 정신병들, 페티시즘이 발명되었고, 푸코가 지적하듯 이성애 커플인 부부의 성애만이 정통성을 부여받아 특권화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성이 하나의 성애로 명명되면서, 개인이 지닌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해서 별개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적 존재가 지니는 복합성과 사회의 다양성을 놓치게 되었습니다. 동성애는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을 맺고 있긴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합니다. 개인이 가진 모든 성애를 하나로 통합하고 사물화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성애에 관한 모든 고정관념들은,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비난과 무지에서 비롯한 금기의 결과입니다. 동성애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들은 본질적으로 두 종류의 관념이 결합해서 나타나나는데,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관념과, 남녀관계의 목적이 오로지 생식에만 있다는 관념입니다. 이 두 관념을 유지하기 위해 성차별이 행해지고, 동성애혐오증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됩니다. 압도적인 이성애 문화의 압박은 이성애만이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성으로 여기게 만듦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동성애의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며, 많은 동성애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동성애의 고통은, 동성애 자체보다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정신적, 성적 발달을 이루지 못한 결과로 보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종교, 그리고 사이비 과학의 이름 하에,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행해졌고, 행해지고 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애초에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날 학계는 동성애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며,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다양한 사회적 관념은 동성애자들을 불합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으로 취급받기도 하는데, 남성 동성애자를 남성과 여성의 중간적인 존재로 간주한다는 것은 결국 '하위 남성' 또는 '상급 여성'으로 취급하는 꼴과 다름없습니다. 이성과 과학의 시대가 계속되면서 여성론자들,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은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게이 퍼레이드에서의 도발은 여장이나 자태에 있다기보다, 상층하는 낮 문화와 밤 문화가 함께 보여진다는 데 있다. 여장 이외에도, 사람들이 동성애자가 도발적이라고 여기는 또 다른 이유로는 벌거벗은 몸을 내보인다는 것에 있다. 사실상 게이문화는 누드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동성애자들은 게이 프라이드 기간 동안 성차별 철폐를 외치곤 하는데, 바로 이 같은 요구를 누드로 표현하는 것이다. - p.69

환경 보호론자들, 또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누드를 통한 시위를 하는 것처럼, 동성애자들 역시 누드를 통한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 퀴어 문화축제가 대표적인 예인데, 동성애 퍼레이드가 사회 규범에 타격을 가하고, 일부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은, 이들은 자신들을 소외시켰던 바로 그 이성애적 규범, 즉 자신들의 성에 대한 의문을 누드를 통해 제기하는 것입니다. 동성애는 여성인권신장,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 주요한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동성애 결혼이 점차 허락되고 있고, 다른 시민과 같은 권리를 얻게 되었으며,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동성애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정서적 발달 면에서 다른 가정의 자녀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성애를 사회가 허용한다고 해서 동성애 반대자들이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동성애가 더 늘어나지도 않았고, 이성애가 더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공자그 드 라로크는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동성애 자체의 문제는 아니며, 동성애가 사람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소수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문제는 동성애자의 문제인 동시에 이성애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인섭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무 소수자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타자는 없으며, 타자란 중요한 본질적 면에서 바로 우리 자신일 뿐입니다. 금기를 깨뜨리고, 동성애를 다르게 사유하며,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것이고, 무성애자들을 위한 것이고, 양성애자들을 위한 것이며, 이성애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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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
필리스 체슬러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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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것들에 대해 친밀감을 느낍니다.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조국의 사람을 만나거나,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왠지 반가움을 느낍니다. 같은 게임을 하거나, 같은 책을 보거나,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 결과는 이사를 할 때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도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친밀한 소속감을 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성향은 여자와 여자간 관계에서도 비슷한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같은 성이기에 서로 많은 것을 이해해주고, 듬직한 친구관계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입니다. 특히나 걸핏하면 서로 싸우는 청소년기의 남자들을 보고 있자면,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비밀의 화원은 대단히 지적이고, 교양있는 공동체로 인식됩니다.

제 1차,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의 참상과, 과도한 생산과 소비가 낳은 환경 파괴는 남성성의 부정적 특징으로 인지되었고, 이에 대해 글로벌 자매애라는 페미니즘의 비전은 새로운 시대의 사상으로서 여성스러움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평화, 자애, 친자연적 가치는 모성이라는 이미지 아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여성성에 대한 이미지, 기대와 실제 여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필리스 체슬러는 원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여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경쟁하는 여자, 투쟁하는 여자, 여자를 공격하는 여자들입니다. 체슬러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은 능력과 똑같은 욕망과 똑같은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자들은 남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명백히 말하면 소녀가 소년들과 다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더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여자들은 남자와 마찬가지로 동정심과 잔인성, 협동심과 경쟁,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여자들의 공격성이 관측되기 힘든 이유는, 경쟁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남자들은 공개적인 경쟁을 벌이지만, 여자들은 간접적인 형태로 경쟁을 벌입니다. 소년의 무기는 신체지만, 소녀의 무기는 언어입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간접적이고 비육체적인 형태의 공격을 하는 법을 배웁니다.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과 같은 싸움은 용납되기 힘듭니다.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그런 성향이 더 강합니다. 여자들은 위험이 덜하고 부상을 덜 입는 접근 방식의 하나로 간접적인 공격을 취하도록 문화적으로도 훈련을 받습니다.

세라 블래퍼 허디는 자신의 책에서 "여성과 영장류 암컷이 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수동적인 동물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 고 지적했다. 그녀는 영장류 암컷이 어떻게 그들 나름의 전략을 구사하는지, 그리고 영장류 암컷의 사회적 관계가 집단의 역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센스 앤 넌센스》p.144

여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개적인 경쟁, 직접적인 경쟁, 신체적인 공격이 감정적으로 위험한 것일 뿐 아니라 공격을 한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은 남자에게 허락된 특권입니다. 때문에 여자들은 에로틱한 욕구나 공격적인 욕구를 강압적으로 눌러야 합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공격적인 본성을 누름으로써 많은 이점을 누립니다. 공격적인 본성을 숨기는 여자들이 남자들 사이에 더 가치 있는 짝으로 인식되고 여자들의 사교집단 안에서도 더 유쾌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들의 공격성을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에 간접적인 형태로 풀어놓습니다. 여자들의 공격과 적의, 폭력과 잔인성의 주요 표적은 다른 여자들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덜 적대적이고 충돌을 빚는 성향이 덜하다고 단정해야 할 논리적 근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소녀들은 다른 사람을 안전하게 공격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뒤에서 공격하는 것이라는 점을 학습합니다. 그래야만 공격의 표적이 된 사람이 그 공격이 누구의 짓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여자들은 끊임없이 소문을 만들어내고 퍼뜨리며, 육체적으로 서로를 죽이지 않고도 싸울 수 있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육체적 폭력의 사용을 피한다는 것이 갈등을 의미 있고 영속적인 방식으로 풀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이며, 집단이 해체될 때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들만 모인 파벌 집단은 그 안의 여자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런 파벌 집단은 자신들보다 더 아름답거나 똑똑하거나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자면 누구든 경계합니다.

여자에 대한 여자의 적의는 또한 낮은 자신감, 낙관적인 태도의 결여, 내면에 대한 통제력의 부족, 신체에 대한 높은 거부감, 자아의 상실, 여자들이나 남자 파트너와의 친밀한 관계의 부족, 여자들과 함께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 여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폭력의 측면으로 넘어가면 그런 적의가 강간과 성희롱을 둘러싼 신화들을 쉽게 수용하게 만들고 개인간의 폭행을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 p.156

연구조사 결과 소년들은 자신의 집단에서 친구들이 자기보다 뛰어나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집단의 누군가가 승리를 거두면 그 집단의 다른 소년들도 자신의 지위가 올라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때문에 특정 구성원의 활약은 집단을 더 강화시킵니다. 때문에 남자들의 경우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을 때조차도 힘을 합쳐 인명을 구하거나, 사업을 운영하거나, 전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녀들의 집단은 상호 호혜를 요구하고 있으며, 구성원 간에 지위가 조금의 변화라도 일어나게 되면 위협을 강하게 느낍니다. 여자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평등을 바탕으로 한 신뢰입니다. 집단에서 한 여자가 혼자 활약한다면, 그것은 집단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가부장적일수록, 여자를 억압하는 사회일수록 여자들은 더 은밀하고 어두운 형태로 여자들을 공격하며, 여자들이 서로에게 입히는 상처도 더 커지게 됩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복종하고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의존하는 태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여자들끼리의 공개적인 경쟁은 금기시된다고 학습됩니다. 원칙적으로는 거부되지만 현실 속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여자들에게 훨씬 더 심각한 상처를 남기며, 그 상처는 훨씬 더 치열하고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런 사회에선 성폭행을 당한 여성 피해자를 비난하는 사람이 여성인 경우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익이 낮은 나라일수록 노동자들이 고용주와 싸우기보단 노동자들끼리 패를 갈라 싸우는 것처럼,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는 나라일수록 여성들은 남성의 성차별적 가치관을 습득해 여성들 스스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투쟁합니다.

여러 구조를 지닌 기업에서의 연구 결과는 환경이 여자들의 공격성을 배출하는 방법을 바꾼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성 지배적인 조건에서는 여자들이 서로에게 거칠게 구는 반면, 지배층이 동등하거나 여성 지배의 조건에서는 여자들끼리 거칠게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구조의 정상 부분에 여자들이 더 많아지면, 여자들은 다른 여자들을 더 공정하고, 더 친절하게 대했습니다. 즉 여자가 여자를 공격하는 이유는, 여자들이 동족을 혐오하는 어리석은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여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극히 적은 남자 위주의 지배구조에 기인한다는 것입니다. 여자들이 남자들만큼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갖추었을때, 여자의 적은 남자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에서 여자의 적은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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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사이언스 클래식 15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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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다른 동물의 행동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인간행동학을 대중화한 연구자들, 모리스, 아드리, 타이거, 폭스 등이 흔히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들은 인간행동의 비교분석에 엄격성을 도입하려고 노력했다.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 비능률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비난을 받았던 선행 연구자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들의 전철을 받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것이다. 예컨대 윌슨은 생물의 종 또는 속 간에 나타나는 형질 차이는 진화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비교, 추론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975년 이후 크게 발전해온 비교분석 방법이 인간행동에 관한 검증 가능한 추론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하지 않다고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과 가까운 친척들이 모조리 멸종한 관계로 호모 속의 다른 종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간과 유인원이 공유하는 행동형질이 정말로 공통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신중한 비교분석 방법론을 이용하여 인간행동 이해에 도움을 주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낡은 견해를 타파하는 증거를 제시한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인물은 세라 블래퍼 허디다. 허디는 사회생물학이 등장한 때를 전후하여 하버드 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공부했으며, 그녀의 멘토 중에는 윌슨과 트리버스 외에도 영장류학자 어빈 드보어가 있었다. 허디가 수강한 학부 강의에서, 드보어는 인도에서 연구하는 일본인 영장류 학자가 랑구르 원숭이 수컷들이 어미들로부터 어린 새끼를 빼앗아 물어뜯어 죽이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언급했다. 드보어는 이 행동이 병적이며, 집단의 밀도가 높은 것이 원인일 거라고 설명했다.

허디는 이에 흥미를 느껴, 대학원에 진학한 후 랑구르 원숭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연구 결과, 수컷의 영아살해는 하나의 번식집단에 새로운 수컷이 들어올 때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암컷들은 새끼를 보호하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방금 전 새끼를 죽인 수컷과 곧바로 교미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허디는 트리버스의 관점을 이용하여, 수컷들이 젖먹이 의붓자식을 제거하는 것은, 암컷의 배란을 촉진하기 위해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랑구르 암컷들이 영아살해를 자행한 수컷들과 선선히 교미를 하는 것은, 해당 집단의 수컷들이 빈번하게 교체되는 현상에 대응한 암컷 나름의 적응전략이라는 것이 허디의 견해였다.

1981년 허디는《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에서 인간 여성과 영장류 암컷의 진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녀의 개념은 다윈의《종의 기원》이 출판된 직후 다윈은 암컷의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강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던 앤트워넷 브라운 블랙웰과 클레망스 루아예 등 다른 여성학자들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었다. 20세기 말 까지만 해도 영장류 암컷의 행동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허디는《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에서 여성과 영장류 암컷이 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수동적인 동물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영장류 암컷이 어떻게 그들 나름의 전략을 구사하는지, 그리고 영장류 암컷의 사회적 관계가 집단의 역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이후 나온 저서《어머니의 탄생》에서는 "인간의 경우 외부에서 침입한 남성의 영아살해 사례는 랑구르, 고릴라, 침팬지 등의 영장류만큼 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 유아가 낯선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인간 사회에도 어느 정도 그러한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허디의 저서들은 동물의 행동에 대한 사고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사회생물학이 인간의 본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불식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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