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
토머스 조이너 지음, 지여울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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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혐오는 굉장히 뿌리가 깊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도 노예제를 옹호하고 살인을 옹호했지만 자살은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자살을 대하는 문화는 각종 문화작품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현재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뿌리깊은 치욕이 덧씌워져 있는 자살은 그 행동에 대한 두려움과 무지가 바탕이 됩니다. 저자는 자살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두려움은 남겨두고, 그 무지를 깨우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살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깊고 옳게 이해해야만 자살의 원인을 없애려 노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여러 판단을 내립니다. 이러한 판단은 그 사람에 대한 이해, 그 사람의 주변환경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자살은 약한 사람이 택하는 방식이라거나,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라거나, 계획성 없는 사람이라거나, 자살하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다거나, 자살하는 사람은 대개 유서를 남긴다거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묘사에서 비롯된 모방자살이 있다거나, 어린이는 자살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오해와 편견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책에는 많은 사례와 연구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들은 평소 생각해왔던 자살과는 매우 다릅니다.

자기통제와 자살에 대한 문제는 문화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취급된다.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자살률이 높은 아시아의 몇몇 나라에서는 자기통제는 상호의존에 비해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이런 사실은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누차 입증되어 왔다.(키타야마, 마커스, 쿠로카와, 2000년) 자아통제감이 자살을 주도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이런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문화에서, 즉 미국과 호주에서 자살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나타나야 한다. 또한 이런 문화 내에서도 자아통제를 잃은 좌절감으로 자살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적 연계와 상호의존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문화에서 오히려 자살률이 더 높다. - p.97 

보통 자살자 하면 흔히 옆에 술이 묘사되는데, 이러한 술도 자살과 별 연관성이 없다고 합니다. 자살 당시 알코올이 검출된 경우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이며, 검출된 경우에도 대부분 알콜농도 0.08%를 밑돈다고 합니다. 0.08%은 운전을 해도 좋다는 최대 한계 기준입니다. 알코올 섭취와 자살과의 상관관계에서 더 알 수 있는 사실은, 맥주나 와인과 같은 술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독주의 경우는 확실한 연관성이 있으며, 더 놀라운 사실은 자신의 음주 습관보다 더 큰 영향력이 있는 지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피실험자의 어머니가 독주를 마시는 음주 습관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아버지가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남자들이 많이 술을 마신다는 점에 비추어 생각할 때, 그 뒤에 숨은 상황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과도하게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일이 적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 뒤에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을 소지가 크다는 것입니다.

보통 술 말고도 자살하는 사람을 묘사할때 꼭 들어가는 것이 유서인데, 실제로 자살자의 25%정도만이 유서를 남긴다고 합니다. 또한 유서의 내용도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유서와 많이 달랐습니다. '자살 연구 기록'의 연구에서 한가지 실험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자살을 가정하고 유서를 써보라고 했을 경우 실험에서 가상으로 작성된 유서와 비교하여 실제 자살한 사람이 남긴 유서는 문장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유서에서 나타나는 자살 심리의 특징은 사회적으로 잘려버린 외로움과 인지 제한의 심리 상태를 뜻합니다. 일반적인 유서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자살하는 사람들의 유서는 가상의 유서보다 두배 이상 긍정적인 감정 표현이 나타난다는것도 주목할 만 합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살하려는 결심을 한 경우 일종의 평온과 안정감을 맛보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남자는 삼십 대였는데, 단촐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유서를 써서 책상 위에 남겨두었더군요. 유서에는 이런 말이 있었어요. '나는 다리까지 걸어갈 생각입니다. 가는 길에 한 사람이라도 내게 미소를 보내준다면 나는 뛰어내리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 남자는 결국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아무도 이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은 것이다. - p.253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원인을 살펴보면, 지극히 간단한 것임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1963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영국의 자살률이 3분의 1가량 감소했는데, 이렇게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원인은 1963년 영국에서 국내에서 사용하는 가스를 코크스 가스에서 천연가스로 교체했다는 것이 원인이였습니다. 코크스 가스는 흡입할 경우 천연 가스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데, 가스의 종류를 바꾼 이후로 자살률이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998년 9월 16일 영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구입하는 약품에 대해 약국에서는 서른두 알, 다른 소매점에서는 스물네 알 단위로 포장하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집에 보관하는 약품의 양을 줄여 자살할 수 있는 잠재 수단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이 법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4년 영국 의학 저널에서 호튼과 연구진은 법이 바뀐 이듬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살리실산염의 고의적인 과다복용에 의한 자살이 2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살하려다 저지당한 사람이 그 다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저지당한 사람은 다른곳에 가서 다시 자살할까? 아니면 이런 금지가 좀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고심한다. 사람들이 단순히 다른 곳으로 가서 다시 자살하려 한다면 다리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게 막는 방지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사람이 한번 제지를 당하고 나서 다시 자살하려 하지 않고 생산적인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수십 년간 자살 방지용 방책이 설치되지 않아 매년 다리에서 뛰어내려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도덕적 분노를 느껴야만 한다. 답은 우리가 도덕적 분노를 느껴야만 한다는 것이다. 다리에서 자살하려다 제지당한 실험대상의 95%가 자살하지 않았다. - p.235 

저자는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된다는 의식, 아무데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심리 이 두가지라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사람은 삶에 대한 애착을 잃어버리고 죽고 싶다는 욕망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견해는 프로이트나 헨리 머레이, 존 카시오포의 견해와 비슷합니다.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자살을 방지하는 각종 법률과 장비들 뿐만 아니라 관심 편지 연구에 나온 결과처럼 단순히 컴퓨터로 프린팅된 단체메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살의 기로에 있는 사람은 삶과 죽음에서 계속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문교에서 뛰어내리고도 목숨을 건진 극소수의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알 수 있는데, 물에 떨어지기 전의 4초동안 뛰어내린 일을 더할 수 없이 후회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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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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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사회에 만연한 거짓과 편법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경제생활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호황기는 소비자 수요를 늘리고 수많은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그와 함께 새롭게 대두한 냉혹한 성과주의는 경제생활 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가치관을 바꿨습니다. 거짓과 편법이 점점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그러한 변화가 지배하는 새로운 규칙과 직결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체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보상을 눈앞에서 흔들어대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오늘날의 기업 문화는 극심한 수준의 경쟁을 요구하고 또한 미화합니다. 그런 가운데 성공하는 계층은 중요한 분야에서의 정부 규제를 무력화하며 경제적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법을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순수한 시장경제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만 했지 야비함이 삶의 질과 직업윤리에 미치게 될 영향이나 인색함이 가져올 극심한 압력은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정직성과 경제적 안정 중에서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돈을 선택할 것입니다.

미국의 중요한 미덕인 '야망'이 미국의 중요한 악덕인 '일탈 행위'를 조장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제는, 가능하면 공정한 수단을 사용하겠지만, 필요한 경우 나쁜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행사한다. - 로버트 머턴 

인간은 경제와 법에만 지배받지는 않습니다. 편법을 사용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할 때 우리는 눈앞의 이익과 손해에 대한 판단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때론 우리의 가치 체계에 근거해 결정을 내립니다. 생존이나 큰 이익을 위해 속임수가 보편화되거나 필요한 체계 안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기가 쉽지만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정직하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5년간 미국 사회의 가치는 이전세대보다 더 무자비한 가치 체계를 가지는 쪽으로 변화했습니다. 돈과 지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세하기 위해 부정직하게 편법을 동원하는 행동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입니다.

이런 경우는 변호사, 운동선수, 회계사 등의 직업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변호사의 경우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객을 위해 일한 시간을 조작하는데, 시간을 반올림하는 경우부터 복사를 하는 시간, 심지어는 일하지 않는 시간까지 청구서에 포함하기도 합니다. 레오나 헴슬리는 자신의 변호사 제임스 스피오토가 청구서에 하루에 43시간씩 4년을 일했다고 기재한 사실을 발견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운동선수의 경우 근육을 키우기 위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많이 사용합니다. 최고의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연봉차이가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러한 약물의 유혹에 쉽게 넘어갑니다. 1995년 각 분야에서 최고에 속하는 운동선수 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5년동안 매 경기 이길수만 있다면 5년이 지난 후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호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체계를 깊이 썩어 들어갔고, 그 안에서 최고 경영진은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수익 보고서를 조작했습니다. 회계사들은 엉터리 보고서를 눈감아주었고, 주식 분석가는 주식의 가치를 과장해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했습니다. 존경받는 CEO, 회계사, 주식분석가들이 이러한 유혹에 넘어간 이유는 특별히 악하고 탐욕스러워서가 아니라 체계가 그런 행동을 용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체계는 기업과 월 스트리트의 한줌밖에 안되는 내부 엘리트들에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부를 안겨주었지만, 그 대가는 미국 서민층이 짊어져야 했습니다.

과거 세대보다 사람들이 더 탐욕스러워졌기 때문이 아니다. 문제는 탐욕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데 있다. - 앨런 그린스펀 

이런 성공에 대한 속임수의 용인은 동시에 삶의 패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보통사람이 권력형 사기를 당해 피해를 입어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경향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오히려 피해를 피해자 탓으로 돌립니다. 예를들어, 기업스캔들이 터졌을 때 많은 논객이 엔론과 월드콤 등 부패한 기업에 투자했다 손해 본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비웃었습니다. 엔론 직원들이 회사주식을 떠안고 묶여있는 동안 최고 경영진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때마저도 언론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똑같이 되풀이했습니다.

이런 속임수 문화의 발달엔 정부의 규제 약화가 큰 역할을 합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증권거래위원회 의장으로 발탁된 존 샤드는 주식규제법, 기업정보공개법, 중개회사규제법을 철폐함으로서 기업이 관련된 대형 회계 부정의 물결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규제기구 철폐와 예산 삭감은 국세청의 세금관리 능력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1990년대 후반 들어 국세청의 감독 기능은 형편없이 약화되었습니다. 결국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갈수록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탈세를 자행했습니다. 2002년 국세청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납세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람이 250만명에 육박합니다. 또한 부자일수록 국세청의 시달림을 덜 받습니다. 1988년 이후 가난한 납세자들에 대한 감사 비율은 33퍼센트 증가한 반면, 부유한 소득자에 대한 감사 비율은 90퍼센트 감소했습니다. 2001년의 경우 소득 수입이 3만달러 미만의 경우 47명중 1명꼴로 감사를 받았지만 소득 수입이 10만 달러 이상의 경우 145명중 1명꼴로 감사를 받았고, 변호사나 의사는 233명중 1명꼴이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가량이 조세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조세 체계와 관련해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세 부담이나 세금의 복잡성이 아니라 일부 부유층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도 무사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989년에 열린 레오나 헴슬리의 탈세 혐의 재판에서 코네티컷 그리니치의 방 28개짜리 저택을 관리하는 헴슬리의 수석 가정부는 법정에서 자신이 부유한 호텔 경영주와 나눈 대화에 대해 이렇게 증언했다. "세금을 많이 내시겠네요?" 가정부가 이렇게 묻자, 헴슬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는 세금 같은거 안내. 하찮은 사람들이나 세금을 내지." - p.197

이런 속임수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중, 고등학교에서도 여러 형태로 나타납니다. SAT에서 추가 시간을 얻기 위해 돈을 내고 가짜 정신진단서를 얻고, 시험도중에 불법을 저지르고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것을 보며 아이들은 속이지 않으면 당한다는 것을 어릴때부터 배웁니다. 학교에서 유명한 상습 사기꾼들은 아이비리그에 가고, 사기를 폭로한 학생은 집단괴롭힘을 당합니다. 대학교에서도 베낀 보고서 때문에 졸업학점을 받지 못하더라도 기부를 하면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속임수가 만연한 문화의 부작용으로 사회의 사회계약이 무력화되는 점을 지적합니다. 질서정연한 민주주의 사회가 유지되려면 사람들의 권리와 책임을 알게 모르게 규정하는 사회계약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하고, 아울러 사회계약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사람들의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규칙을 깨는 사람은 상을 받을 때 사회계약은 효력을 상실합니다. 현재의 미국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처벌받기는 커녕 거리를 활보하고, 부자들은 탈세를 일삼는데도 무사하고, 기업은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고, 아이비리그는 부자 부모를 둔 덕분에 편법으로 입학한 학생들로 넘쳐난다고 지적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장에 나가는 사람은 근로계층 자녀들이고, 조세 감면이 있어도 보통 시민에게 돌아오는 몫은 땅콩 몇 알 정도에 불과합니다. 구조조정이 단행되면 된서리를 맞는 사람은 사다리의 맨 밑에 있는 근로자들입니다. 2001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체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점은 여러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속임수 문화는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 축을 바꾸는 것은 여간 힘든것이 아닙니다. 다들 속임수를 사용해 이익을 챙기는 와중에 속임수를 쓰지 않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일견 멍청해 보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단순히 손해 정도에 그치지 않고 생존에 위협이 된다면,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그런 행동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결국 우리가 변화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위해서 정부가, 기업이, 그리고 시민운동을 통해 지원해야 하고 무엇보다 윤리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삶에서 돈과 지위가 최고의 선이 아닌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치팅 컬처를 벗어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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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 - 무엇이 선량한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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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있었던 고문사진의 유출은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안겨 줬습니다. 육군 예비군 조 다비의 고발은 사담 후세인에게서 해방된 이라크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져다주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고 해외로 파견된 그 훌륭한 젊은 남녀들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태를 폭로했습니다. 그 사진들에서는 벌거벗은 남자들이 피라미드를 이루어 높이 쌓여 있었고, 미군병사들이 그 위에 서서 웃고 있는가 하면, 한 여군은 벌거벗은 수감자의 목에 개줄을 묶어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벌거벗은 수감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여군 앞에서 자위를 하도록 강요당했고, 동성애 자세를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인도적인 사고가 나자 부시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일부 개인의 자질적인 악이 원인일 뿐,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아부그라이브의 7인의 헌병들에게 돌렸습니다. 하지만 저자인 필립 짐바르도는 이런 원인이 결코 유별난 개인의 악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분석도구들을 제시하는데, 그 중 하나는 저자를 유명인으로 만들었던 70년대의 스탠퍼드 모의 교도소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 SPE)이 있습니다. 2주동안 평범한 대학생들을 모아 임의로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했던 이 실험은, 단 하루만에 심리학 실험에 참여하는 대학생에서 진심으로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교도관이 된 학생들은 첫날밤의 점호때부터 교활한 창의력을 보이며 창조적인 악을 만들어냅니다. 실험에선 다양한 형태의 교도관과 수감자의 모습이 나옵니다. SPE에서 교도관은 착한 교도관, 주어진 일만 하는 교도관, 나쁜 교도관의 타입으로 나뉘는데, 이런 성향은 개인적 관계에서의 차이는 만들어낼지 몰라도 결국 어떤 형태의 개인도 평범한 대학생을 교도관과 수감자로 만든 악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자체는 붕괴시키지는 못합니다. 결국 2일만에 정신질환을 보이는 수감자가 생기고, 6일만에 실험은 종료됩니다. SPE에서는 시스템이 사람으로 하여금 악을 행하도록 하는 구조가 다수 도입됩니다. 그런 구조는 탈개인화, 비인간화, 적 이미지, 집단 순응 사고와 같은 개념을 도출시키는데 유용합니다. 교도관이 사용하는 선글라스, 제복, 곤봉, 수감자가 박탈당하는 이름, 수감자의 번호, 무의미한 잡일 등은 하루전만 해도 자신과 동일한 평범한 대학생들이였던 상대방에게 권력을, 폭력을 사용하게 해 줍니다. 이불에 묻은 가시를 털게 하는것과 같은 무의미하고 무분별한 잡일을 독단적으로 시키는 것이야말로 이런 상황에서는 교도관의 권력의 필수적인 요소가 됩니다.

누구든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상태에 있을 때 그곳이 바로 그의 감옥이다. - 에픽테토스 

이런 구조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성에 있어서도 익숙한 것들인데, 군대에서의 갈굼, 훈련소 및 유격훈련에서의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행위 등은 탈개인화, 비인간화를 촉진시켜 평상시라면 상상하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내고 받아들이게 합니다. SPE 뿐만 아니라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솔로몬 애시의 줄 서기 연구, 평범한 고등학생들을 전체주의에 물든 단체로 만든 제3의 물결 연구, 권위의 힘은 복종의 범위 뿐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고 습관적인 사고 방식과 행동방식을 바꿀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제인 엘리엇의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갈색눈과 파란눈 연구, 자연스레 우생학을 주입시킴으로서 나치의 최종 해결책과 같은 정책을 쉽게 지지할 수 있다는 연구 등은 시스템이 사람을 충분히 악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부당한 체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 체제에 협력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악에 참여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마틴 루터 킹. Jr 

그렇다면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바라보기 위해선, 개인의 자질보다는 그 악을 만드는 상황적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는 굉장히 빈약한 시설이였고, 도시와 가까이 있어 언제든지 로켓포 등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병사들은 숙소가 없어 감방에서 잠을 잤고, 하수시설은 고장나 화장실이 번번히 막히곤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이라크전쟁이 가속화되고 테러전 양상으로 바뀌면서 미군은 테러조직의 정보를 캐기 위해 대량의 민간인을 잡아들입니다. 결국 아부그라이브의 구금 시설에 수용된 수감자는 최대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한 반면, 교도관 인력과 자원은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이 목록에도 없는 이라크인을 고문도중 죽이고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모습은 병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오히려 공식적인 고문조건을 제시함으로서 결국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는 교도관들에게 있어 가학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혹하는 최적의 장소가 됩니다. 인간은 분별없는 이데올로기를 위해서, 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을 죽이라는 카리스마를 지닌 권력자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자신의 인간성을 송두리째 던져버릴 수 있음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아부그라이브 사건은 단지 비정상적인 개인의 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적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 슐레진저의 보고서 

이런 가학적 고문을 가한 병사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시스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나타납니다. 사건의 중심인물로 지목된 칩 프레더릭의 경우,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이였고, 성장과정에서 어떤 이상적 징후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과거 근무 기록은 탁월하고 훌륭한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21년의 군복무중 유일한 오점은 집합시간에 한번 늦은 경우가 전부였습니다. 그는 세번의 육군유공훈장, 네번의 육군예비군훈장, 두번의 국방훈장, 예비군M등급 훈장, 하사관전문성개발훈장, 육군공로훈장, 두번의 육군예비군해외교육훈장, 대테러세계전쟁훈장, 대테러세계전쟁원정훈장을 받은 병사였습니다. 하지만 아부그라이브의 시스템, 미국의 이라크전쟁에 대한 시스템은 그를 누구에나가 모범적인 병사에서 악당 병사로 변모시킵니다. 그와 6명의 헌병들은 고문사건의 범죄자로 지목되었지만, 다른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고문사건들은 무엇이 더 악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관타나모의 수감자들에게 일어난 학대 행위의 규모는 육군성명서에 따르면 600건이 넘지만, 200여 건은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말로써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교사에게 자신이 학생에게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자아 도취제에 지나지 않다고 매슬랙은 지적한다.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행동을 통한 불복종이 필요하다. - p.645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 상황적 변수를 바꾸면 충분히 선한 행동으로 유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런 도덕성의 변화를 자동차의 기어 변환 장치에 비유하는데, 어떤 경우에 중립에 놓인다고 상상해본다면, 그와 같은 상황에서 도덕성 이탈이 일어납니다. 자동차가 비탈길에 있는 경우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차와 운전자는 모두 비탈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갑니다.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90퍼센트의 신학생은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설교를 하러 바삐 가느라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눈앞에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쳐버렸습니다. 하지만, 신학생들이 시간이 많을수록 멈춰 서서 돕는 확률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시간 압력이라는 상황 변수의 변화는 누가 돕고 누가 수동적인 방관자가 되는지 결정했던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 행동을 만들어내는 변수의 증가는, 곧 사회적 선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래리 콜버그는 도덕적 갈등의 맥락 안에서 갈등에 대해 숨김없이 논의하는 도덕적 교육의 장이 개인의 도덕적 발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장 중요한,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황적 힘 앞에서 누구나 공통적으로 그런 단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야말로 해로운 영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사람과 공동체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발전시키는 첫 단계입니다. 존 달리와 빕 라타네가 연구한 살인사건과 38일의 방관자 사건에서 이런 사건의 결과를 학생들에게 교육시키면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보다 두배 이상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탈개인화, 비인간화, 적 이미지, 집단 순응 사고, 도덕적 이탈, 사회적 촉진과 같은 개념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악을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이런 악을 극복하기 위해 평범한 영웅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평범한 영웅이라는 말은, 사회의 불의에 대항하는 영웅같은 사람은 절대 특별한 것이 아니고, 상황적 힘에 어떤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누구라도 쉽게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악을 자행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상황적 힘을 사회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아부그라이브의 고문관이 될 수도 있고, 1989년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에서 17대의 탱크 앞에 혼자 몸으로 맞선 무명의 저항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와 같은 사건들을 바라볼때 그것은 '썩은 사과'가 문제가 아닌, '싱싱한 사과'도 썩게 만드는 '썩은 사과상자'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일부 사람들을 사회적 병리학으로 나아가게 하는 상황적 힘과 시스템적 힘을 제한하고 억제하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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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심리학 - 생각의 오류를 파헤치는 심리학의 유쾌한 반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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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3일의 금요일은 정말로 불운할까? 사람들은 세탁된 대량학살자의 스웨터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는 개똥이 묻은 스웨터 중 어떤 것을 입을까? 이런 실험들을 심리학 교수가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당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볼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은 주류 심리학이라 부르기엔 행동주의 과학의 정통적인 길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들도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회구조에 대해 중요한 사실들을 일깨워줄 수 있는 진지한 연구들입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우리 생활의 숨겨진 힌트를 찾는 재미는, 괴짜심리학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매력입니다.

회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금융점성가, 전문적인 투자전문가, 네살짜리 여자아이. 이 세명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누구의 수익이 가장 좋을까요? 일주일이 지난 결과, 1년이 지난 결과 전부 승자는 네살짜리 아이였습니다. 네살짜리 아이가 선택한 투자방법은, 회사의 이름이 적힌 종이쪽지를 공중으로 뿌린 후 바닥에 떨어진 종이쪽지 중 아무렇게나 네 장을 집은 방식이였습니다. 어린아이의 승리에 충격받은 선Sun지는 이 결과를 보고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자식들이 중요하다" 이 여자아이의 사례 뿐 아니라 다섯명의 투자자와 올라라는 이름의 침팬지와의 실적비교, 다트로 고른 주식과 전문가들이 고른 주식의 수익률 비교에서 모두 침팬지의 선택과 다트로 골라진 주식이 승리했다는 사실은 분명 사람들에게 재미 이상의 교훈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그런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지? 이런 비판 때문에 괴로운 적은 없었다. 어떤 행동이든지 그 행동이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새로운 발상에 자극을 주며,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준다면 가치 있기 때문이다. - 스탠리 밀그램 

애인을 구한다는 광고는 어떻게 하는것이 효율적일까요? 자신을 자세하게 묘사한 광고일까, 아니면 상대를 자세하게 묘사한 광고일까? 그 결과는 자신에 대해 70퍼센트, 상대에 대해 30퍼센트 정도를 할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는 공개적인 광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어필하고자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즉 맞선이나 소개팅 등에서도 효과적입니다. 독특한 것은 광고에 대해 상대 이성의 호감도를 예상한 부분인데, 여자들의 반응과 남자들의 예상은 꽤 높은 비율로 여자들의 반응을 예측했습니다. 그에 반해 남자들의 반응에 대한 여자들의 예측은 매우 낮은 확률을 보였습니다. 이런 패턴의 교훈은 여자들은 남자들이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 지 알지 못하며, 그것은 남자들은 오직 여자의 몸에만 관심이 있으리라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즉,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구하는 광고를 내고 싶다면, 광고를 써줄 남자부터 구하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걷는 속도를 측정하는 것은 별반 의미없는 행동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사회는 불친절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이 한 연구였던 종교와 이타주의에 대한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90퍼센트의 신학생은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설교를 하러 바삐 가느라 착한 사마리아인이 될 수 있는, 눈앞에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시간 압력이라는 상황 변수의 변화는 친절도의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처럼 괴짜심리학에서도 삶의 속도를 측정했는데, 우체국 앞에서 사람들이 18미터를 몇초에 걷는지를 재는 실험이였습니다. 32개국에서 실시된 이 실험은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했고, 중국, 미국, 독일, 스페인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실험과 비교해보면 갈수록 사람들은 빨리 걷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실험은 대단히 간단하지만, 어떤 의미론 여타 다른 실험들보다 우리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는 실험이나 여성 밴 운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10개이상의 물건을 사고도 소량계산대에서 계산하고, 도로에서 속도제한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 거짓말을 할때의 행동패턴, 처음 만난 이성에게 효과적인 말들을 알아보는 실험,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의 차이 등을 연구하는 이 특이한 괴짜심리학은 마치 가족들간의 저녁식사 시간에 여담거리로 활용되기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수많은 심리학 영역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의 저변에 깔린 비밀들이 매혹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32개국의 사람들의 걸음걸이의 속도를 재는 실험에서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중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이런 괴짜심리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단지 우체국 앞에서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초시계 하나로 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누구라도 특이하고 기발한 실험들에 참여할 수 있으며, 또 참여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성과 휴대전화 벨소리와의 관계는? 교복과 학생들의 창의력의 관계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식을 벗어나 삶의 엉뚱한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 오히려 삶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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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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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야구경기를 볼때 투수가 삼진을 할 때마다 아나운서가 "헛스윙, 삼진입니다. 삼성하우젠" 과 같은 광고를 한다면 어떨까요? 긍정주의를 설파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주장했던 '마음만 먹는다면 그 순간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에 있는 긴 줄의 맨 앞에 서 있을 수 있다'는 황당한 말이 사실이 된다면 어떨까요? 전체 평균 5등급 이하의 수능성적 통지표에 유명 재수학원의 광고를 넣으면 어떨까요? 학교 교과서에 넣을 에너지과목의 교과과정을 석탄 혹은 석유회사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면 어떨까요? 이런 황당한 주장들은 이미 행해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온라인 입장권 구매사이트에서는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어조로 줄의 맨 앞으로 가는 허가증(Front of Line Pass)을 149달러에 구매하라고 줄기차게 권하고 있습니다. 야구경기에서 홈런을 칠때마다 광고를 넣을수도 있고, 맥도널드 광고와 함께 할인권이 붙은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 시대로 휩쓸려 왔습니다.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입니다.

마이클 센델이 2005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런저런 모임에서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다. 노래방에서 그는 비틀즈의 '사랑을 내게 사줄 순 없어'(Can't Buy Me Love)를 열창했다. 지금 이 책은 정말로 그 노래와 관련된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돈으로 사랑을 살 수 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p.327

현대사회에서 거의 모든 가치는 돈과 시장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돈으로 우정을, 사랑을, 그외 다른 가치들을 살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책에서 나오는 여러 사례들은 기존의 돈으로 살수 없었던 가치들마저 돈으로 살수 있게 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지던 시장이던 동등한 입장료를 내고 같이 비를 맞아가며 응원했던 스포츠경기장은 스카이박스가 생김으로서 같은 시민으로서의 연대감에 단호히 선을 그었고, 줄을 선 순서대로 즐긴다는 놀이공원의 원칙은 돈만 지불하면 먼저 즐기게 됨으로서 파괴됬습니다. 시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하는 야외공연과 의회 공청권이 지닌 평등성은 돈만 지불하면 대리로 줄을 서는 사업이 탄생함으로서 사라졌습니다. 현재 돈으로 살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가치들을 돈으로 사는 시대의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이미 돈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그런 부분을 비판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센델은 질문합니다. 공공과 개인 관계에서 시장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가? 어떤 재화가 비시장가치의 지배를 받아야 할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돈의 논리가 작용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시장주의자들은 비시장가치를 시장가치로 전환할 경우 생기는 효율성, 사람들의 의욕을 증진시키는 인센티브 효과 등을 주장하며 이런 변화를 환영합니다. 예를들어 이미 우리사회에도 많이 정착된 '선물을 현금으로 주기' 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효율적 자원분배입니다. 실제로 선물로 받는 경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가 돈으로 사는 것보다 만족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선물의 현금화는 상대방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는 마음, 애정 등과 같은 선물이란 가치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아주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시장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다른 것보다 기준이 높은지, 혹은 더 가치가 있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섹스를 하거나 간을 이식받는 대가로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여기에 동의한 성인이 기꺼이 팔고자 한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얼마죠?"일 뿐입니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인센티브 또한 이런 가치의 변화를 만듭니다. 아이가 책을 한권 읽을 경우 돈을 주는 것, 담배를 끊을 경우 보상금을 주는 것, 마약중독자들에게 임신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의 인센티브의 선택 유도는 시장거래 측면에서 보면 양쪽 모두 이익을 얻고 사회적 효용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논란이 제기됩니다. 인센티브 제도는 때론 예상치 못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 관한 한 연구는 시장 인센티브가 비시장 인센티브를 밀어내거나 잠식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어린이집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따금 부모들이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금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오히려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더 늘어났습니다. 경제학의 이론대로 인센티브는 사람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금전적 지불 방법을 도입한 것이 규범을 바꿈으로서 예상과 다른 결과로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은 죄책감을 느꼈지만, 이제 부모들은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했습니다. 비시장 규범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 돈이 도입되면 사람들의 태도를 변화시켜 도덕적, 시민적 헌신을 밀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핵 폐기장 후보지 가운데 스위스 중부에 있는 인구 2100명의 볼펜쉬셴이라는 작은 산악마을이 거론되었다. 근소한 차이로 거주민의 과반수인 51퍼센트가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마을 사람들의 시민적 의무감이 핵 폐기장 유치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누른 것이다. 여기에 경제학자들은 감미료를 제시했다. 각 주민에게 매년 보상금을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금전적 제안을 거절했던 주민의 83퍼센트는 자신들은 뇌물에 매수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p.161 

돈이 비시장가치를 잠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쟁점은 두가지 반박으로 나타납니다. 첫째는, 공정성에 관한 반박입니다. 가난, 협박 등과 같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과정에서 가치가 변화했기 때문에 잘못이라는 관점입니다. 집세를 낼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집을 통째로 광고판으로 바꾸는 경우, 출산할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경우, 난민을 받을 권리를 다른나라에 파는 경우 등과 같은 도덕적 쟁점에서 공정성에 대한 반박은 집 주인이, 임산부가, 가난한 나라가 돈을 위해 이런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공정성에 대한 반박은 심각한 불평등으로 생겨난 불공정한 거래 조건에 따른 재화의 거래에만 반대할 뿐, 장기거래든 대학입학거래든 배경이 공정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가치의 상품화에 대해서는 반대근거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두번째는, 부패에 관한 반박입니다. 공정성에 관한 반박과는 대조적으로 재화 자체의 특성과 규범에 초점을 맞추고 재화의 도덕적 중요성에 호소합니다. 권력이나 부에 차이가 없는 경우에도 돈으로 사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관점입니다. 자기 의지로 성을 파는 고급 매춘부, 혹은 장기판매나 아동판매 등은 그것이 경제적인 문제도, 자유권에 대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쟁점을 부각시킵니다.

성행한 상업주의에서 나타나는 도덕적 문제에 대해 시장주의자의 관점, 공정성에 대한 반박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두가지 모두 시장의 거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어느쪽 입장에 서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듭니다. 이런 경우 부패와 타락이라는 도덕적 어휘가 필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삶The good life 이라는 관념에 호소해야 한다고 센델은 말합니다. 상업주의가 침투했다고 해서 모든것이 변질되고 파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찰차에 기업광고가 붙어도 경찰의 기능은 수행할 수 있고, 혈액을 사고 판다고 해서 혈액이 부족해지거나 질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업화는 사람들에게 하여금 가치의 의미를 바꿔서 생각하게 하고 기존의 목적을 훼손하고 공통성을 잠식합니다. 돈만 있으면 야구경기장의 스카이박스 안에서, 놀이공원 줄의 맨 앞에서 다른 사람들과 분리됩니다. 결국 시장의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모든것을 사고 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지? 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도덕적 재화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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