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나의 두 눈엔
주름살만 가득한
당신의 그림자진 얼굴
밤이면 밤마다
못견디게 보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마음
그러나
이미 가 버린
겨울 바람 일렁이는 허전한 마음
어둠이 밀려오고
이해하지 못할 설움이
영원을 갉아 먹을 때
지금쯤
시름에 잠겨 있을 당신이
보고 싶다.
C.
휘청거리는 오후
창가에 앉아
바람에 부대끼는 낙엽을 보며
안타까운 얼굴 하나를 생각해 내곤
눈을 감아야 했지.
사랑으로 병든 가슴은
사랑으로써 치유할 수 있듯이
영원히 사랑해야 함은
이 세상 끝에서라도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리라.
B.
어제도 꿈 속에서 너를 만났지만
깨어보니 이렇게 서러운 것을
삶의 의미 따윈 모르는 채
끝없이 밀려오는 설움의 조각들을
고스란히 동여 매고
이 밤 간절히
애틋한 이변이라도 배우고 싶다.
A.
커다란 절망이
밤이면 밤마다 속삭이듯 어둠을 타고 다가온다.
속삭이듯 어둠을 타고 다가온다.
잿빛 바람소리
분명 너의 목소리 내 귀에 들리고
창 너머 희미한 불빛은
네가 울고 있는 모습으로
어느 땐
표정없는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오늘도 다가설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로 긴 밤을 지새고
이슬진 그리움으로
저 홀로 우는 새 되었어라.
사람이 사람을 욕심내는 일이
부질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바보 같이 욕심을 내었구나.
내가 너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한 날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는 가난한 여자가 되어
맨 발로 네 가슴속에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잎을 채 떨어내지 못한
싸리나무 위를 불어가는 바람이
발밑으로 구슬처럼 쏟아질 것 같은 저녁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
내 심장을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낸다.
베이는 줄도 모르게 붉은 심장
예리하게 베이고 나면 그제야 서늘해져
몸부림치고 심장으로부터 전신으로 스며 나오는
투명화된 소름 돋는 세포마다
흐느끼는 소리, 온 몸에 귀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