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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일본에서 서점 대상을 받은 책이라니..
지난번 1회때 대상을 받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은 터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들었다. ^^
이 책은 두께는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고작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러니 소설책 한권에서 몇일. 몇달. 길게는 몇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하는 다른 이야기책들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굉장히 더디다.
바꿔 말하면, 책을 읽으면서 경과되는 나(독자)의 시간의 흐름과 가장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정말 내가 이 아이들과 함께 고교시절의 마지막 행사. "보행제"에 참가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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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이란 제목은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보행제"란 사건을 가리키는 말로써, 이는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대신에 교내행사로 학기말경, <24시간 동안 전교생이 모두 같은 코스를 반별로 걸어서 이동하는 행사>를 말한다. 뭐, 쉽게 국내 국토대장정 행사쯤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다만, 같은반 아이들과 걷는다는점. 그 시간이 24시간에 한정되어 있고, 대신 24시간 동안엔 잠도 2,3시간 정도밖엔 못 잔다는 것이 국토대장정과는 다르다.
나로서는 고교시절 수학여행도 좋았지만, 수학여행이란 몰려다니면서 사진찍기에 바빴고, 솔직히 그닥 추억이 남지를 않았기 때문인지, 이 소설속 <보행제>란 행사가 훨씬 좋아 보였고, 부러워졌다.
그러나 비단 보행제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들만 다루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다카코와 미와코는 고3이 된 여학생들로 지난 2년간 친한 친구였으나, 3학년에는 다른반이 되고 만다. 그래서 보행제때 함께 걸을수는 없지만, 마지막 4시간정도는 <자유보행>이란 이름하에 반과 상관없이 걷고싶은 친구들과 걸을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그때 같이 걷기로 약속해둔 상태다.
도오루와 시노부는 다카코와 같은반인 남학생들로, 둘다 3학년때 만나서 퍽 친해진 사이다. 물론, 둘이는 보행제때 줄곧 나란히 함께 걷는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 언뜻보면, 다카코와 미와코. 도오루와 시노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다카코와 도오루는 이복남매사이이다. 둘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각자 제일 친한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으며, 실은 둘 사이도 껄끄로워서 서로 말도 하지 않는 상태다- 그러나 둘다 서로의 존재를 엄청 의식해대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맛깔스런 조연들이 등장해 이야기에 활력을 심어주며, 이야기는 정말이지 감칠맛나게 전개되어 나가, 점점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들어지게 만든다.
이 책을 덮자마자 가슴이 먹먹해 지면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이 책속 다카코와 도오루는 비록 자라온 환경은 어땠을지 몰라도, 정말 고등학교에서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을 각자 만났고, 결국엔 그 친구들의 공으로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친구들이 너무나도 좋아서, 미와코와 시노부가 너무 멋지고 좋아서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는 다카코와 도오루가 부러워졌고, 내 곁에서 미와코와 시노부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고마운 친구들이 떠올라 참 마음한켠이 훈훈해 졌다. ^^*
정말 세상이 흘러갈수록 참된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말이 맞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너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고등학교시절엔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이 책속 주인공들처럼 우리들 모두 입시에 대한 고민으로 인해 정작 청춘시절.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리지는 않았나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대신 얻은 든든한 친구들이 있기에 그래도 그 시절 고된 입시공부가 지금은 다시 돌아가고픈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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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독 성장소설을 좋아하는것도, 성장소설의 주제가 좀더 다양해 지기를 바라는 이유도 한가지다! 아이들이 받은 상처를 이야기를 통해 치료해 주고 싶고, 그러기를 바라고, 나 또한 자라나면서 참 많은 상처를 이야기를 통해 치유받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힘을 믿기에....
온다리쿠 - 원래는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물로 유명한 작가라는데, 어쩜 이리도 멋진 성장소설을 완성했는지~ 이런 이야기를 써준 작가에게 참 고맙고, 앞으로 그의 소설들이 좀더 많이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래본다. ^^